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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갈색·취월빛·괴화색…이름 잃어 빛 잃은 색

입력시간 | 2017.04.21 00:10 | 오현주 부장  euanoh@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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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색명첩 빛이름' 입수·공개
1947년 문교도서주식회사 출간한 희귀자료집
60가지 순우리말 색상 이름·견본색상표 기록
앵갈색·취월빛·괴화색…이름 잃어 빛 잃은 색
1947년 발행한 ‘색명첩 빛이름’에 수록한 ‘울금색’ 견본. 60가지 다양한 색상의 이름을 한글 고유의 아름다운 색이름을 붙여 정리한 희귀자료다(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미묘한 색감의 차이에 승부를 거는 화가라면 알고 있으려나. 울금색·앵갈색·자갈색이 도대체 어떤 색인지.

영어명은 크롬 옐로우 페일(Chrome Yellow Pale). 노랗기는 한데 은백색의 광택이 살짝 도는 ‘엷은 황연’. 대략 느낌이 온다. ‘울금색’을 풀어낸 설명이다. 자갈색이나 연지빛은 그래도 좀 쉽다. 자갈색은 펄프리시 브라운(Purplish Brown), 자줏빛을 띤 갈색이란 뜻이고, 연지빛은 딥매더(Deep Madder) 그대로 아주 진하고 밝은 붉은색을 말한다. 이 정도는 그나마 낫다. 앵갈색·취월빛·율빛·괴화색·장빛 등. 이들은 이름만 들어 도대체 어떤 색인지 알아낼 방법이 없다.

시선을 수없이 뺏기는 ‘첨단의 컬러시대’를 사는 요즘 사람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색이름이다. 그저 사물 고유의 색감을 따 이름으로 쓰거나 영문으로 두루뭉실 아우른 색이름을 당연시한다. 그런데 이미 70년 전 순우리말 색이름은 세세히 기록한 자료집이 있었다.

최근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이 입수해 공개한 ‘색명첩(色名帖) 빛이름’이다. 1947년 문교도서주식회사에서 출간한 책은 서양화가 구본웅(1906~1953)이 감수하고 이세득(1921~2001)이 지은 것으로 돼 있다. 60가지 다양한 색상의 이름을 국어·한자·영어·일본으로 표기했으며 색상 견본을 정리한 색상표까지 친절하게 붙였다. 해방 직후 국내서 만든 매우 드문 희귀자료집이다.

앵갈색·취월빛·괴화색…이름 잃어 빛 잃은 색
1947년 발행한 ‘색명첩(色名帖) 빛이름’의 표지. 60가지 다양한 색상의 이름을 한글 고유의 아름다운 색이름을 붙여 정리한 희귀자료다(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서문에서 저자 이세득은 “채색의 이름이 아직 우리말로 되지 못한 것이 많고 또 있기는 하지만 통일되지 못해 이를 정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우선 프랑스와 일본 서적을 참고했다며 “이 방면의 책이 전무한 현 시점에서 이 저작이 미력하나마 우리말에 자극이 되고 색에 대한 연구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썼다.

책의 시작은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란 머리글씨로 연다. 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에 따르면 이는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위창 오세창(1864~1953)이 쓴 것이다. 뜻을 풀자면 ‘다섯 가지 색이 60가지 색으로 변화한다’다. 다섯 가지 색은 ‘오방색’을 말하는 거다.

김달진 박물관장은 “60가지 색에 대한 탐색은 전통색에 대한 개념에서 출발한 것”이라며 “책은 문화적으로 사상적으로 다양성이 뒤엉켜 있던 해방공간에 동·서양의 사조 역시 뒤엉켜 공존하던 당시 미술계를 그대로 드러낸 중요한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가로·세로 19×13㎝ 크기에 66쪽. 작고 얇은 책자에 불과하지만 가치가 결코 가볍지 않다. 한글이름에 대한 독려도 그렇거니와 제대로 이름조차 못 얻은 색에 명찰을 붙이자는 취지는 지금도 쉬운 작업이 아니다. 그럼에도 70년이 흐른 지금, 후대는 더하기는커녕 대부분을 잃고 놓치는 중이다.

앵갈색·취월빛·괴화색…이름 잃어 빛 잃은 색
1947년 발행한 ‘색명첩 빛이름’의 제서인 ‘唯五之正 六十其變’(유오지정 육십기변). 독립운동가이자 서예가인 위창 오세창이 쓴 것으로 ‘다섯 가지 색이 60가지 색으로 변화한다’는 뜻이다(사진=김달진미술자료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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