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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반성도 사과도 없는 法魔 김기춘

입력시간 | 2017.03.20 10:44 | 한광범 기자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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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반성도 사과도 없는 法魔 김기춘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법정에 선 김기춘(77) 전 청와대 비서실장은 당당하다. 그는 무죄를 주장한다. 검찰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여론에 휘둘려 제대로 된 법리 검토와 사실관계 확인 없이 자신을 기소했다며 질책한다. 김 전 실장은 비서실장 재직 시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며 진보 문화예술인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하고 블랙리스트 시행에 미온적인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들에게 사직을 강요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 전 실장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관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후 두 차례 재판을 받았다. 본격적인 공판에 앞서 진행하는 공판준비기일엔 통상 간략히 공소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하지만 김 전 실장 측은 한 시간 가까운 변론을 통해 혐의 부인을 넘어 특검이 위법한 수사를 했다고 주장하는 등 공세를 펼쳤다. 출석 의무가 없는 김 전 실장은 두 차례 모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김 전 실장 측은 재판에서 블랙리스트와 문체부 1급 공무원 사직 압박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수석비서관은 대통령의 수석비서관이지 비서실장으로부터 지시받는 관계가 아니다”고 은근슬쩍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책임을 떠넘겼다.

블랙리스트에 대해선 좌편향됐던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문화예술계 지원을 바로 잡는 과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왜 박근혜정부 문화예술 정책만 범죄로 보느냐”고 따져 물었다. 변론과정에서는 블랙리스트를 국토 균형 발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1급 공무원에게 사직을 강요한 것도 대통령의 정당한 인사권이라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 전 실장 측은 “국가공무원법 단서조항에 따르면 1급 공무원은 신분보장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해임 사유도 필요 없이 대통령 재량으로 해임할 수 있다”고 항변했다. 이 같은 주장의 근거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임명한 검사들을 해임한 점 등을 언급했다.

김 전 실장 측은 혐의 부인을 넘어 여러 차례 특검에 대해 날 선 공격도 폈다. “막연히 언론에서 나온 말을 갖고 처벌이 필요하다는 단순 논리로 법리 검토를 충분히 안 한 상태에서 기소했다”고 맹비난했다. 또 특검의 수사 자체가 위법하다며 “직권을 남용한 특검을 구속해야 한다”고 힐난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응방식은 함께 기소된 다른 블랙리스트 관련자들과 판이하다. 조윤선·김종덕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주요 공소사실에 대해선 부인하면서도 연루 자체에 대해선 반성하고 사과했다. 김 전 실장은 1960년 고등고시 사법과에 합격한 이래 60년 가까이 법과 함께 살아온 법조계 원로이자 노태우 정부 시절 검찰총장과 법무부 장관을 잇따라 지낸 검찰 대선배다. 후배들에게 국민에게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길 바랄 뿐이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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