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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육아]"육아는 나의 일"… 미국선 학교행사에 아빠반 엄마반

입력시간 | 2017.08.18 06:30 | 안승찬 기자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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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육아 3부 '어린이집부터 아빠육아까지'
아빠가 육아의 절반 책임져..돕는 게 아닌 할 일로 생각해
재택근무로 시간 활용..“가족 저녁식사는 절대 양보 못해”
[작은육아]`육아는 나의 일`… 미국선 학교행사에 아빠반 엄마반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같은 아파트에서 사는 미국인 친구 마이클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아이들의 등굣길을 챙긴다. 스쿨버스를 타는 곳까지 아이들을 배웅한다. 오후 3시면 어김없이 정류장에 나와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을 기다린다. 아이의 엄마는 아주 가끔 보였다. ‘아내가 직장에서 돈을 벌고 아빠가 살림을 하는가 보다’ 했다. 그러나 우연히 알게 된 마이클의 사정은 생각했던 것과 달랐다.

[작은육아]`육아는 나의 일`… 미국선 학교행사에 아빠반 엄마반
(사진=픽사베이 제공)
“가족들하고 휴가 다녀왔어?”

“사실, 나 이혼했어.”

“아 그래? 미안. 몰랐어. 그럼 가끔 아이들 픽업하던 그 여자는 누구야?”

“응, 예전 와이프.”

“예전 와이프? 이혼하고 다시 같이 사는 거야?”

“그게 아니고 난 2층에 살고, 전 와이프는 애들하고 4층에 살아. 애들을 번갈아가면서 봐야 하니까 어쩔 수 없이 근처에 사는 게 편해서 그렇게 합의했어. 요즘 일이 좀 한가해서 내가 주로 애들 픽업하는 거야.” 건축설계 일을 하는 마이클은 프로젝트가 없을 때는 시간 여유가 좀 있다고 했다.

마이클은 이혼 이후에도 육아가 엄마와 아빠의 공동 책임이라는 생각에 한치의 의심이 없다. 마이클이 유별난 게 아니다. 미국에선 학교 행사에도, 아이들 생일파티에도, 엄마 반, 아빠 반이다. 어딜 가나 그렇다. 물론 생일파티에 온 아빠들의 표정이 모두 신이 난 건 아니다. 하루종일 하품하며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아빠들이 많다. 그래도 꿋꿋이 나온다.

미국 아빠들은 육아를 자신의 일로 생각한다. 한국 아빠들이 즐겨 쓰는 용어인 “도와준다”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육아는 엄마의 일이고, 아빠는 옆에서 돕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다.

미국의 한 대학병원에 1년짜리 연수를 온 윗집 한국인 의사네 가족의 요즘 최대 고민은 막내아들의 야구시합이다. 막내아들이 가입한 동네 리틀야구 클럽은 토요일마다 야구시합을 갖는다. 이 야구시합에 온 가족이 응원하러 간다. 한 명이라도 빠지면 막내아들이 우는소리를 한다. 엄마 아빠가 같이 안 오는 친구는 한 명도 없다는 거다.

“그놈의 리틀야구 때문에 주말에 골프도 못 치고 아주 죽겠어요.” 이 한국인 의사는 만날 때마다 하소연이다. 그래도 아들 야구시합엔 빠지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환경 변화가 한국아빠의 행동을 바꿔놓았다.

그렇다고 미국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쓰는 건 아니다. 보스턴대 노동과가정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미국의 남성들이 육아 휴직 명목으로 받는 휴가 일수는 엄마의 출산 및 육아 휴직과 비교해 30분의 1수준에 불과하다. 아빠에게도 1년짜리 육아휴직을 보장하는 우리나라가 제도적으로는 미국보다 선진국이다.

두 아이의 아빠인 미국인 라이언(35)은 월스트리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첫 아이인 아들이 태어났을 때 노르웨이에 살고 있었는데, 거긴 어떤 직업이건 아버지가 12주 유급으로 휴가를 받을 수 있었어요. 서류 작업도 정말 간단했고, 1년에 걸쳐 나눠 쓸 수 있었죠. 미국에 온 이후 둘째 딸을 낳았는데 휴가를 전혀 내지 못했어요. 그나마 업무시간을 융통성이 있게 쓸 수 있어서 아이와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노르웨이에서 유급 휴가를 쓸 때가 훨씬 편했죠.”

육아에 참여하는 미국 아빠들의 숨통을 열어 준 건 재택근무다. 딸의 같은 반 친구의 아빠는 뉴욕에 있는 IT회사에 다닌다. 그는 걸핏하면 집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북유럽처럼 칼퇴근하면 좋겠지만, 그렇진 않아요. 그 대신 재택근무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솔직히 재택근무한다고 일이 줄어드는 건 아니에요. 집에만 있을 뿐이지 밤늦게까지 일할 때도 많고요.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면 시간을 내가 유동적으로 쓸 수 있잖아요. 아이들 픽업도 하고 잠시라도 놀아줄 수 있고요. 무엇보다 온 가족이 모여서 저녁을 먹죠. 이건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거에요. 저도 어렸을 때 아빠 엄마와 함께 저녁을 먹었거든요. 내 아이에게도 가족이 함께 저녁을 먹었던 기억을 많이 남겨주고 싶어요.”

‘쉼표가 있는 삶’은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칼퇴근과 아빠 육아휴직이 필요하지만, 재택근무도 지금보다 활성화되야 한다. 그래야 아빠가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내고, 모두 모여 저녁을 먹을 수 있다. 저녁과 주말이 없는 아빠는 아이들의 기억 속에서 결국 사라지고 만다.

[작은육아]`육아는 나의 일`… 미국선 학교행사에 아빠반 엄마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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