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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1억 들여 준비했는데"… '월드클래스300' 무산에 中企들 '울상'

입력시간 | 2017.08.30 06:04 | 김정유 기자  thec9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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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 소리소문없이 무산
무리한 기업 선정 계획에 신규예산 배정 안 돼 '굴욕'
'한국형 히든챔피언' 범부처 지원협의체도 운용안 해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부산에 위치한 조선기자재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중소기업 A사. 이 회사는 지난 7개월간 내부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중소벤처기업부가 실시하는 중소·중견기업 지원사업인 ‘월드클래스300’에 가입하기 위해 전사적으로 준비해왔다. 5000만원을 들여 외부 컨설팅을 진행하는 등 제반 소요 비용만 지금까지 총 1억원을 넘겼다. 조선업 악화로 힘든 상황에서 월드클래스300 지원을 통해 살 길을 모색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이 돌연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A사가 수개월간 준비했던 모든 준비가 물거품이 될 처지가 됐다. 비용 손실은 물론 이에 따른 장기 경영전략까지 큰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단독] `1억 들여 준비했는데`… `월드클래스300` 무산에 中企들 `울상`
중소벤처기업부가 정책 수요자들을 외면하는 행정으로 출범초기부터 중소기업계의 신뢰를 잃고 있다. 당초 올 하반기 예정했던 월드클래스300 지원사업의 선정 공고를 돌연 무산시키고 이를 소리소문없이 마무리하고자 했던 정황이 드러나서다. 올초 중기부의 사업계획 및 절차만 믿고 수개월을 준비했던 약 300개 중소기업들만 유·무형의 피해를 입게 됐다. 이번 정부에서 유일하게 부처로 승격한 중기부가 허술한 행정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지적이다.

◇하반기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 돌연 무산… 말 바꾼 중기부

29일 기획재정부와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중기부는 당초 지난 5월 추진했어야 할 하반기 월드클래스300 사업 통합공고를 4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진행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8월 말 부처간 예산이 배정되고 9월 국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되는 만큼 하반기 월드클래스300 사업이 사실상 무산된 셈이다. 올초 중기부가 상반기 35개사, 하반기 35개사를 선정해 올해 총 70개사를 뽑겠다고 발표했던 만큼 이를 믿었던 현장 기업들만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월드클래스300은 올해까지 300개 중소·중견기업을 선정해 최대 5년간 연구개발(R&D) 자금을 최대 약 80억원까지 지원해주는 중기부의 대표 사업이다. 이같이 대표성을 지닌 사업이 갑작스럽게 무산되는 것은 정책 추진 과정에서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따라 월드클래스300의 명칭에도 제시된 300개 기업 선정도 물 건너가게 됐다. 중소기업계도 ‘설마 부처가 처음 공표했던 계획을 바꾸겠느냐’며 정부에 대한 신뢰를 보였지만 이번 상황을 접하고 상당히 혼란스러운 분위기다. 아직까지 일부 중소기업들은 하반기 월드클래스300 기업 선정이 무산된 것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기부가 이처럼 스리슬쩍 하반기 사업 추진을 접은 것은 관련 예산을 배정받지 못해서다. 이전과 달리 올해 기업 선정을 1, 2차로 나눠 70개까지 규모를 늘렸던 것이 예산운용 계획에 차질을 빚은 패착으로 지목된다. 이전까지는 기업 선정을 한 해에 한 차례만 진행한데다 규모도 30개~50개 안팎으로 안정적으로 운용해왔다.

이에 대해 중기부 관계자는 “예전과 달리 올해 1, 2차로 기업 선정을 나누면서 규모를 키웠던 것이 악수였던 것 같다”며 “신규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을 배정받지 못한 만큼 사업 공고를 내지 못하게 돼 이를 기업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아직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있는 만큼 국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나가보겠다”고 해명했다.

[단독] `1억 들여 준비했는데`… `월드클래스300` 무산에 中企들 `울상`
올초 중소벤처기업부가 중소기업들에 보낸 ‘한국형 히든챔피언’ 사업 관련 공문. 공문에는 하반기 ‘월드클래스300’ 기업 신청 시기가 5~6월로, 평가 선정이 7~8월로 명시돼 있다.
◇대책없는 예산배정 요청… 지원협의체도 단 한 번도 열리지 않아

문제는 중기부가 대책없이 예산배정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현재 정부 R&D 지원예산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국가과학기술심의회에서 심의한 후 기재부가 배정하는 식으로 진행된다. 중기부는 이번에 약 200억원 규모의 신규예산을 요청했지만 국과심의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기관 관계자는 “2017년까지 300개를 선정한다는 월드클래스300 사업 취지에 따라 내년부터는 더 이상의 기업 선정이 없는만큼 신규예산을 배정받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밖에 없었다”며 “예산에 대한 현실적인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배짱식의 예산 요청으로 때우려고 했던 것은 중기부의 허술한 행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사업에 신청하려던 약 300개 중소기업들도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국민 신문고에 항의를 진행하는 등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정책 공고는 정부가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약속이자 신뢰인데 이처럼 말을 바꾸는 것은 기업들을 기만하는 처사”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 유일하게 승격하는 중기부의 행정력에 실망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고 반발했다.

월드클래스300과 ‘글로벌 전문기업’을 통합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대책’ 역시 운용 측면에서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14년 말 대대적으로 발표했던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대책’안에 따르면 중기부는 정책의 콘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히든챔피언 육성·지원 협의체’를 구성해 운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중기청을 중심으로 6개 부처와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 유관기관, 무역협회, 대한상의 등 업계를 종합한 협의체였다.

하지만 약 3년이 지난 현재까지 중기부는 단 한 차례의 협의체 회의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B유관기관 관계자는 “오프라인 회의도 한 차례도 없어 한국형 히든챔피언 대책이 범부처 차원에서 제대로 운용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C 협회 관계자 역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관련 공문도 받아본 적 없고 지원이나 회의도 한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이에 대해 중기부 측은 “과거 일이어서 관련 담당자들이 모두 흩어져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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