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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인 경찰 수뇌부…갈등 일단 봉합, 불씨는 남아(종합)

입력시간 | 2017.08.13 17:51 | 김보영 기자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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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장관 "국민 기대 저버려, 불미 상황 지속시 책임 물을 것" 질책
논란 당사자 이철성 청장·강인철 학교장 대국민 사과
갈등 봉합 불구 진상 규명 과제 불씨로 남아
고개 숙인 경찰 수뇌부…갈등 일단 봉합, 불씨는 남아(종합)
이철성 경찰청장이 13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에서 열린 지휘부 회의에서 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과 관련, 수뇌부 간 갈등을 빚은 데 대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보영 윤여진 기자]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13일 오후 서울 미근동 경찰청사를 찾았다. 지난 3일 전국 지휘부 회의 참석차 방문한 데 이어 열흘 만이다.

경찰 지휘부와의 상견례 차원이었던 첫 방문 당시 화기애애했던 분위기와 달리 이날 경찰 지휘부의 표정은 한결같이 굳어 있었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싼 수뇌부 간 갈등이 확산되면서 조직 안팎으로 비난 여론이 높아진 탓에 ‘공직 기강 확립’ 차원의 반성과 자숙을 주문하는 자리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촛불집회 당시 ‘민주화의 성지’ 관련 광주지방경찰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글 삭제 지시 의혹을 둘러싸고 이철성 경찰청장과 당시 광주청장이었던 강인철 중앙경찰학교장(치안감)이 진실 공방을 벌이면서 경찰 내부에서는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마저 터져나오는 등 후폭풍이 거셌다.

◇김 장관, “국민과 시대 기대 저버려”…인사말도 생략한 채 강한 질책

이날 오후 2시 50분쯤 청사에 도착한 김 장관은 전국 지휘부 회의 모두 발언에서 인사말도 생략한 채 강하게 질책했다.

김 장관은 “불과 열흘 전 여러분의 노고를 치하하기 위해 이 자리에서 선 바 있다”며 “국민들에게 사랑과 존중을 받는 인권경찰로 거듭날 것을 주문 드렸다는데 그것이 국민이 기대하는 새로운 경찰의 비전이기 때문”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 장관은 “그러나 시국의 엄중함과 사안의 심각성 때문에 의례적인 인사조차 생략하고자 한다”며 본론으로 들어갔다.

이후에는 경찰 지휘부를 향한 경고와 질책이 이어졌다.

김 장관은 “12만 경찰은 국민을 위로하고 보호해야 할 임무가 있는데 민중의 지팡이로 거듭나길 바라는 국민과 시대의 기대를 저버렸다”며 논란의 당사자인 이 청장과 강 학교장의 대국민 사과를 지시했다.

논란의 당사자이지 경찰 조직 수장인 이 청장은 “국민에게 걱정을 끼친 점 부끄럽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 청장은 이어 “경찰 조직의 책임자로서 깊이 반성하며 지휘부 모두가 심기일전해 국민 안전을 지키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하겠다. 이번 일을 자성의 계기로 삼아 성숙하고 새로운 모습을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강 학교장도 “국가적으로 엄중한 시기에 본의 아니게 심려 끼쳐 송구스럽다”며 “깊이 반성하고 이런 일이 다시 없게 깊게 성찰하겠다”고 사과했다. 강 학교장은 또 “본연의 업무에 매진해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을 추구하고 국민이 신뢰하는 경찰이 되기 위해 열심히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강 학교장은 “일련의 상황들은 절차에 따라 공명정대하게 처리되고 해소되리라 믿는다”고 말해 경찰청의 감찰과 수사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김 장관은 사건 당사자의 자기 주장과 상대방 비방성 반론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장관은 “장관의 권한과 책임 아래 철저히 조사해 잘못 알려진 것이 있다면 바로잡겠다”면서도 “불미스러운 상황이 지속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책임을 묻겠다”고 못박았다.

◇갈등 일단 수면 아래로…진상 규명 과제 불씨 남아

정부의 ‘경고’로 경찰 수뇌부 간 갈등은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인적 쇄신 등 경찰 지휘부 교체 가능성은 낮아보이지만 진실 규명을 둘러싼 잡음은 언제든 불거질 소지가 있다.

이번 논란은 최근 한 언론이 ‘이 청장이 작년 11월 촛불집회 당시 광주경찰청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을 문제삼아 강인철 당시 광주청장에게 전화를 걸어 크게 질책하고 삭제를 지시했다’고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이 청장이 해당 게시물에 포함된 ‘민주화의 성지’ 문구를 언급하며 ‘민주화의 성지에서 근무하니 좋으냐’ ‘촛불 가지고 이 정권이 무너질 것 같으냐’ ‘벌써부터 동조하고 그러느냐. 내가 있는 한 안 된다’는 등 폄하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이 청장은 “강 학교장이 고 백남기 농민 노제를 앞두고 해외로 휴가를 떠나겠다고 해 질책한 적은 있지만 해당 발언을 하거나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며 강하게 반박하면서 진실 공방으로 번졌다.

양측 간 갈등은 결국 수사로 이어지게 되면서 어느 한 쪽은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앞두고 있다.

시민단체 ‘정의연대’가 ‘민주화의 성지’ 게시물 삭제를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이 청장을 검찰에 고발했고, 경찰청 감사관실은 최근 강 학교장을 직권남용, 뇌물죄 위반 혐의로 특수수사과에 수사를 의뢰한 상태다.

이번 사태로 오랜 숙원인 검경 수사권 조정은 물 건너 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경찰청 수사구조개혁단장을 지낸 황운하 울산청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참담한 심정”이라며 “시대적 과제로 등장한 검찰 개혁에 걸림돌이 될까 두려운 마음”이라고 토로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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