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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미공개 戀詩 첫선…술값 내준 여성에게 답례

입력시간 | 2017.06.19 14:50 | 김미경 기자  midor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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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미공개 戀詩 첫선…술값 내준 여성에게 답례
시인 기형도(사진=이데일리 DB).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당신의 두 눈에/ 나지막한 등불이 켜지는/ 밤이면/ 그대여, 그것을/ 그리움이라 부르십시오/ 당신이 기다리는 것은/ 무엇입니까. 바람입니까, 눈(雪) 입니까/ 아, 어쩌면 당신은/ 저를 기다리고 계시는지요/ 손을 내미십시오/ 저는 언제나 당신 배경에/ 손을 뻗치면 닿을/ 가까운 거리에 살고 있읍니다'(1982년).

요절한 시인 기형도(1960~1989)가 20대 초반에 썼던 미공개 연시(戀詩) 1편이 공개됐다.



19일 문화일보에 따르면 이 시는 기자 출신 작가로 현재 캐나다에 거주중인 소설가 성석제 씨의 동생 성우제 씨가 지난 13일 자신의 블로그에 해당 시를 소개하면서 알려졌다. 성석제 씨는 기 시인과 연세대 동문으로 생전에 막역한 친구사이로 알려졌다.

기 시인과 문학회 활동을 함께했던 박인옥(한국문인협회 안양지부장) 시인이 문학회 모임에 참여했던 문우의 여동생이 갖고 있던 작품을 성우제 씨에게 전달하면서다. 작품은 기 시인이 경기 안양에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근무할 당시인 1982년 문학모임 한 여성 회원에게 써준 시다. 

성우제 씨에 따르면 박인옥·홍순창·유재복 등 문우들과 함께 다방과 헌책방 등을 전전하며 습작하고 시낭송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점에서 모임을 하다가 돈이 떨어졌는데 여성 회원 중 한 명이 술값을 대신 내줬다. 기 시인은 감사의 뜻으로 즉석에서 연시를 선물했다. 모두 3편을 써 줬는데 이번에 공개된 것은 그중 하나다.

여성 회원이 시를 받은 뒤 30여년 동안 간직하다 우연히 다시 발견했고, 박 시인이 입수해 성우제 씨에게 보내며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성우제 씨는 연시를 받은 여성 회원의 일기도 공개했다. 여성 회원은 “전철역 부근 선술집에 앉아 쭈그러진 냄비에 라면을 먹었다. (…) 그의 24살의 눈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박인옥시인은 “그 여성 회원은 이제 50대 중반의 평범한 주부로,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것들을 정리하던 중에 우연히 발견하면서 공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시는 오는 10∼11월 경기 광명시에 설립될 기형도문학관에 기증될 예정이다. 기 시인은 연세대 졸업 후 중앙일보 기자로 일하며 시작(詩作) 활동을 하다가 1989년 29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대표작은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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