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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수의 아뜰리에]길에게 길을 묻다

입력시간 | 2013.01.03 08:05 | 김병수 부장  bs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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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사년(癸巳年) 새해다. 흑룡의 해를 마악 지났는데 다시 검은 뱀이란다. 온통 캄캄하다. 세계 경제도, 우리 앞날도 어둡다는 얘기뿐이다. 혹자는 40년 불황의 늪에 빠졌다고 한다. 더구나 하늘의 물 기운(오행으로 水)과 땅의 불 기운(시간으로 9~11시)이 만나, 하늘의 물이 땅의 불을 끄는 형국의 계사년이란다. 그래서 곳곳에서 시끄러운 일이 많으리라 점치기도 한다. 온통 캄캄한 곳에서 싸움박질이라니 볼 장 다 본 운세인지도 모른다.

심심풀이 육십갑자로 보면, 그나마 다행이랄까. 계사년은 한 바퀴 육십갑자(60년)의 30번째에 해당한단다. 아직 힘은 팔팔해 어둔 곳에서 싸움이 붙더라도 쉽게 지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이니,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는 식인데도 죽지는 않을 팔자인지도 모르겠다. ‘나라의 새 어른을 뽑았으니 이젠 좀 안정이 되려나’ 하는 기대가 김칫국이 아니길 새해 소망으로라도 빌 수밖에….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 하지만/가는 길 좀 가르쳐 주었으면 좋겠다/비어 있는 것이 알차다고 하지만/그런 말 하는 사람일수록 어쩐지 복잡했다/벗은 나무를 예찬하지 말라/풀잎 같은 이름 하나라도/더 달고 싶어 조바심하는/저 신록들을 보아라/잊혀지는 것이 두려워/심지어 산자락 죽은 돌에다/허공을 새겨놓은 시인도 있다/묻노니 처음이란 고향 집 같은 것일까/나는 그곳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어버렸다/나의 집은 어느 풀잎 속에 있는지/아니면 어느 돌 속에 있는지/갈수록 알 수 없는 일 늘어만 간다. <길 물어보기/시인·문정희>

올해도 우리가 사는 사회·경제시스템에 대한 고민은 깊어질 듯하다. 산업혁명 이후 주기적인 위기 때마다 등장한 메시지는 자본주의의 폐해와 사회주의의 환상, 다시 사회주의의 폐해와 자본주의의 환상으로 이어졌다고 한 평론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프랑스 혁명 때와 마찬가지로 자유와 평등의 모순을 넘어서기 위해선 제3의 문화 원리인 우애(fraternite)가 답이라고 제시한다. 산업화의 땀, 민주화의 피를 용해하는 생명화의 눈물이 필요하다며….

이 같은 분석 틀은 전 세계적인 아큐파이(Occupy·점령하라) 시위 이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최근 한 방송사가 다큐멘터리로 소개한 솔로몬제도 아누타 섬의 아로파(Aropa:사랑·연민·동정, 하와이 인사말 Aloha의 어원)나, 2009년 말 유엔이 2012년을 세계 협동조합의 해로 지정하면서 주목받은 코포라티즘(Corporatisme)은 비슷한 사례다. 우애나 코포라티즘은 프랑스의 상징이나 그리스 철학에 뿌리를 둔 18세기 독일에서 실현하려 했던 박애(Philanthropy)도 크게 다르지 않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1월2일자)에서 신자유주의의 종말을 선언하고, 새로운 자본주의의 패러다임을 말하면서 ‘정부와 시장의 균형’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의 ‘정부와 시장의 균형’이 무엇을 얘기하는지 아직 분명하지는 않다. 그에게 덧씌워진 관치의 부정적인 그림자 때문일 수도 있다.

아직은 어디가 길인지, 어느 길이 옳은 길인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현존의 자본주의보다 긴 역사를 가진 아로파와 우리의 품앗이, 코포라티즘, 우애와 박애도 실험과 대안으로서의 의미가 더 크다. 지금보다 더 긴 시간, 길을 찾기 위해 헤매다 보면 지금보단 확실해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현재로선 지금까지 걸어온 길에 길을 물어볼 수밖에….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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