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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코리아] 대한민국은 규제 공화국

입력시간 | 2017.01.08 13:10 |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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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탈 걱정한 공무원은 규제 방패 뒤에 숨는다
포지티브 법체계 문제…법 늘수록 규제도 증가
규제 혁파 위해서는 현재 구조 싹 바꿔야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1. 올 초 정부는 야구장에서 생맥주를 파는 ‘맥주보이’와 치킨집의 맥주 배달을 모두 불법으로 규정하고 규제방침을 밝혔다. 규정상 주류는 소비자가 직접 구매해서 가져와야 하고, 허가받은 장소에서만 팔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근거로 규제에 나섰다가 여론의 강한 반발만 불렀다. 결국, 과도한 주류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관련 규정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했다.

2. A 지자체는 2015년 5월 민원인으로부터 공장설립 허가 신청을 받자 소속 도시계획위원회 심사를 맡겼는데 승인을 허락하지 않았다. 법령에서 정한 기준에 부합했지만 풍수지리상 허락할 수 없다는 황당한 이유를 댔다. 그런데도 지자체는 이를 그대로 수용했다. 결국, 민원인은 공장설립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를 제기했고, 광역자치단체 행정심판위원회는 민원인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한민국은 규제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다. 공장 하나를 세우려해도 여러 곳에 걸친 규제 탓에 포기할 정도로 규제가 겹겹이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구시대적 규제를 뽑아내지 않으면 우리 경제의 성장을 가로막고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규제에 기대는 공무원‥사회 복잡해지면 규제 더 늘어

규제 만능주의는 정부가 경제 개발을 주도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에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과 규제 양산식 법체계가 어우러지면서 속도가 붙었다.

우선 공무원 사회 특성상 규제 의존도가 절대적이다. 공무원의 힘은 규제에서 나온다는 인식이 강하고 실제 규제 권한이 있는 부처는 정책을 펴기도 수월하기 때문이다. 공무원들이 자연스레 규제권을 놓기 쉽지 않다는 얘기다. 규제를 지랫대 삼아 갑(甲) 지위를 누리려는 공무원들도 문제다.

또 규제는 공무원들의 면피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 규제를 풀어줬다가 뒤탈이 나면 공무원이 뒤집어쓰다 보니 기계적으로 규제를 들이댈 수밖에 없다. 공무원으로서는 혹시라도 뒤따를 수 있는 갖가지 분쟁이나 사고를 걱정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포지티브 규제를 적용하는 현행 법체계도 규제의 양을 늘려왔다. 포지티브 제도는 특정 행위들을 기본적으로 금지하면서 허용을 예외적으로 해주는 방식이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새로운 산업이 생기면서 규제도 덩달아 급증하는 구조다.

반대로 선진국들은 네가티브 제도를 주로 활용한다.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자유롭게 허용하면서 예외적인 경우에 금지를 가하는 방식이다.

최근 행정부가 규제만능주의의 본산이란 비판을 받으면서 운신의 폭이 줄어들자 의원입법을 활용하는 일도 많아졌다. 행정부가 새 규제를 내놓으려면 규제개혁위원회(규개위)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의원 입법은 규개위를 거치지 않아 일종의 우회로로 활용하는 것이다. 현행 체계에서는 법률이 많아질수록 규제도 많아지는데, 법제처에 따르면 법률 수는 2012년 1286개에서 2016년 11월 말 기준 1388개로 102개 늘었다. 대통령령 수는 같은 기간 1492개에서 1625개로 133개 증가했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자유경제원이 작년 말 연 ‘법체계의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세미나에서 “우리나라는 행정부의 규제만능주의와 입법부의 법률만능주의가 합쳐져 불필요한 법률이 쌓이면서 포지티브 법체계가 구축되고, 규제가 과도하게 많아졌다”고 지적했다.

[체인지 코리아] 대한민국은 규제 공화국
황교안 국무총리가 18일 정부세종청사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 국무회의장에서 열린 서울-세종 영상국무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6.10.18/뉴스1


◇과감한 규제개혁 위해 기존 시스템 완전히 고쳐야

불필요한 규제가 많을수록 피해를 보는 것은 국민이다. 사실 자잘한 것까지 법령으로 규제를 하다 보면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유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개발자나 기업들이 규제장벽에 걸려 새로운 변화에 뒤처지기 십상이다.

정부의 규제 부작용이 잘 드러나는 곳이 연구개발(R%D) 부문이다. R&D는 대부분 오랜 시간과 많은 돈을 투자해야 성과가 나타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더불어 민주당 김경수 의원이 작년 10월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정부 출연 연구기관 연구원 10명 중 8명은 외국으로 나가 연구활동을 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R&D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66.8%가 ‘정부의 지나친 규제와 간섭’을 꼽았을 정도다. 예산을 지원한 정부가 사사건건 규제하고 간섭하다 보니 되레 연구에 방해가 되는 것이다.

과잉규제 부작용을 잘 아는 정부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완화를 공언해왔다. 이명박 정부의 ‘전봇대 규제’와 박근혜 정부의 ‘손톱 밑 가시’가 대표적이다. 그렇지만 규제개혁에 성공한 정권은 아직 없다. 관료사회의 복지부동과 규제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입법체계가 공고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규제를 잘 지켜나가면 안락한 노후가 보장되는 식의 공무원 시스템에 메스를 대야 한다는 의견이다.

우선 규제개혁을 가속화하고 가시적 성과를 내려면 규제개혁 노력에 대한 보상을 한층 더 강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장에서 소신껏 일하다가 잘못을 저지른 공무원들에게는 면책권을 적극 보장하는 것도 필요하다.

포지티브 규제 체계도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법치국가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고 국가의 권력은 최소한으로 줄이는 나라”라며 “법치국가의 법체계는 네거티브 제도가 원칙이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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