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 뉴스레터 신청
  • FAMILY SITE



[기자수첩]회사 실적 좋지만…침묵한 사연은?

입력시간 | 2017.08.09 08:04 | 강경래 기자  butter@edaily.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데일리 강경래 기자]“회사 실적을 보도하지 말아주세요.”

A사 관계자는 올 상반기 실적 공시를 앞두고 기자에게 신신당부했다. A사는 우리나라 반도체 장비산업을 대표하는 회사다. A사 측 말을 들어보면 ‘실적 부진 때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A사 실적은 ‘어닝서프라이즈’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23%, 영업이익은 48%나 각각 증가했다. 하지만 A사 측은 실적을 공개한 후에도 같은 부탁을 했다. 이유는 이러했다. “실적이 좋다고 알려지면 거래처에서 찾아와 단가인하 압력을 넣는다.” A사는 대기업인 L사, H사 등과 거래한다.

또 다른 대기업인 S사 협력사들 역시 A사와 별반 분위기가 다르지 않다. S사 협력사인 B사 관계자는 “수년 전 두 자릿수 이익률을 냈는데 이듬해 (S사가 단가 후려치기를 해서) 모두 토해내야 했다. 이후 이익률을 한 자릿수로 맞추려 연말 직원들에 상여금을 지급하는 등 편법을 쓰고 있다”고 귀띔했다.

심지어 S사 협력사들은 S사와 공급계약을 체결하더라도 거래처와 금액 등을 명기하지 않는, 이른바 ‘블라인드 공시’를 한다. 이에 대해 S사 측은 “회사 기밀이 경쟁사에 들어갈 수 있다”는 이유를 들먹인다. S사 협력사들은 투자자들에 성과를 전달해야 하는 의무마저도 필터링 당하는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중소벤처기업부가 출범하는 등 사회적 약자 위주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S사 등 대기업도 정부 정책에 발맞춰 2·3차 협력사 복지까지 지원키로 하는 등 상생협력 활동을 활발히 추진 중이다. 하지만 A사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 산업현장은 여전히 차가운 ‘갑’과 ‘을’의 관계가 존재한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우리 회사 실적 좋아요). A사를 비롯한 중견중소 협력사들이 회사 이름과 함께 실적까지 당당히 밝힐 수 있는 날이 하루 빨리 오길 기대해본다.

[기자수첩]회사 실적 좋지만…침묵한 사연은?
XML:Y

독자의견

오픈 로그인계정을 선택해 로그인 해 주세요.
이데일리 계정 또는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하시면
의견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이데일리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카카오스토리
닫기

신고사유

신고하기취소하기

*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 주세요.


이시각 주요뉴스

뉴스 카테고리별 이동




    주요 뉴스



















    INSIDE MOBILE - 이데일리 모바일 서비스 앱

    • 이데일리
      실시간 뉴스와
      속보를 어디서나
    • 이데일리MVP
      금융정보 단말기의
      모바일 서비스
    • MP 트래블러
      차세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 스타in
      연예·스포츠 랭킹 매거진
    • 전문가방송
      증권 전문가방송을
      스마트폰으로

    INSIDE FOCUS - 이데일리 사업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