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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추상조각 길을 낸 '선비작가'의 100년

입력시간 | 2015.05.08 06:42 | 김용운 기자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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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 전
탄생 100주년 맞아 미술관 공동전시로
서울대미술관·김종영미술관·경남도립미술관 등
'안 깎은 듯 깎은' 작품과 생애 회고
한국추상조각 길을 낸 `선비작가`의 100년
작품제작에 몰두는 생전 김종영의 모습(사진=김종영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서정주·황순원·박목월은 한국의 근·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이다. 1915년에 태어난 동갑내기라는 공통점이 있다. 올해로 탄생 100주년이다. 문학계에만 탄생 100주년을 맞는 ‘대가’가 있는 건 아니다. 미술계에도 있다. 우성 김종영(1915~1982·전 서울대 미대 교수)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일반 대중은 김종영의 이름이 그다지 친숙하지 않다. 화가가 아닌 조각가, 게다가 한평생 추상조각을 추구했기에 덜 주목받은 탓도 있다. 하지만 김종영의 위상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그의 단정했던 삶과 시대를 앞섰던 작품들이 재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탄생 100주년을 맞는 올해 미술계에선 대규모 연합 회고전을 준비한다. ‘불각의 아름다움, 조각가 김종영과 그 시대’라는 제목으로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미술관(7월 26일까지)과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8월 28일까지), 경남 창원시 경남도립미술관(9월 10일부터 12월 9일까지)이 공동으로 기념전시를 열어 그의 생애와 작품세계를 기린다.

경남 창원에서 조선의 명문가인 김해 김씨 삼현파의 후손으로 태어난 김종영은 유년시절 조부와 부친으로부터 한학과 서화를 배웠다. 조각에 눈을 뜬 건 미술로 유명했던 휘문고보 재학 당시. 이후 1936년부터 1941년까지 일본 도쿄미술학교로 유학해 현대미술을 배웠다. 귀국 후에는 낙향해 작품활동에 매진했다. 일제강점기의 입신양명과는 거리를 둔 셈이다.

광복 후에는 스승이자 서울대 교수였던 장발(1901~2001)의 추천을 받아 서울대 교수로 임용된 후 1948년부터 30년간 재직했다. 교육자로서 예술가 지망생의 사표가 됐고 조각가로서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추구하며 한국 추상조각의 선각자의 길을 걸었다. 그를 먼저 알아본 건 외국이다. 1953년 영국 런던 테이트갤러리에서 열린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국제공모에 ‘나상’을 출품해 52개국 3246명의 작가 중 입상자 140명의 명단에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한국 최초의 추상조각으로 평가받는, 1950년대 초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나무조각상 ‘새’는 당시 국내 전시에서 “이게 무슨 조각이냐”는 비아냥을 들었다고 한다.

한국추상조각 길을 낸 `선비작가`의 100년
조각가 김종영이 1950년대 초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나무조각상 ‘새’. 한국추상조각의 효시가 된 작품으로 평가 받는다(사진=김종영미술관).


무엇보다 예술가 특유의 정열에 취하지 않고 한평생 조선의 선비처럼 담백하고 고고한 일상을 살았다는 점도 한국미술사에선 특별한 존재로 새겨졌다. 7남매의 학비를 걱정해야 했던 가난한 아버지였음에도 부와 명예를 위해 조각을 이용하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그가 남긴 공공조각은 포항의 ‘포항전몰학도충혼탑’과 서울 탑골공원의 ‘3·1독립선언기념탑’ 두 점뿐이다. 대작도 없다. 작은 소품 위주로 작업을 해서다. 현재 남아 있는 그의 조각품은 200여점. 이외엔 서예 800여점과 드로잉 3000여점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리움미술관 등이 몇몇 조각품을 가지고 있으나 대다수는 김종영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다.

한국추상조각 길을 낸 `선비작가`의 100년
조각가 김종영이 1950년대 초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청동상 ‘욕후’(사진=김종영박물관).


이번 전시에서 서울대미술관은 ‘새’를 비롯해 역시 1950년대 초반 작품으로 추정하는 청동상 ‘욕후’,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인 1965년 작 돌조각상 ‘가족’ 등을 서예작품과 함께 전시한다. 자연에 대한 동경이 담겨 있으면서도 보이지 않는 관념의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김종영미술관은 김종영이 나무로 깎아 만든 1971년 작 ‘자각상’을 비롯해 회화로 남긴 ‘자화상’, 또 휘문고보와 도쿄미술학교 시절에 만들어낸 다수의 작품을 전시한다. 여기에 김종영 개인의 일상과 가족에 관한 자료를 내보여 ‘인간 김종영’에 보다 친밀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경남도립미술관은 앞선 두 미술관의 자료를 모아 종합하는 전시로 꾸밀 예정이다.

전시의 예술감독을 맡은 최태만 국민대 교수는 “김종영은 말년에 접어들수록 최소한의 손질로 ‘깎았으나 깎지 않은 듯한’ 이른바 불각의 추상조각을 추구했다”며 “음주가무보다 작품제작을 더 큰 유희로 여기며 한국의 근·현대미술사에서 보기 드문 선비형 예술가로 평생을 살았다”고 평가했다. 02-880-9509(서울대미술관), 02-3217-6484(김종영미술관), 055-254-4600(경남도립미술관).

한국추상조각 길을 낸 `선비작가`의 100년
김종영의 ‘자각상’(작품 71-5). 1971년 나무로 조각했다(사진=김종영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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