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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나가던 서양화가 붓 대신 정 들고 산 찾은 이유는

입력시간 | 2016.10.24 06:05 | 김용운 기자  lucky@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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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영미술관 '색(色)과 공(空): 서용선' 전
금강경 영감 받은 조각 선봬…11월20일까지
목조각 20여점 등 설치 미디어 회화 90여점
누크갤러리선 '서용선의 인왕산' 전 11월 5일까지
잘 나가던 서양화가 붓 대신 정 들고 산 찾은 이유는
서용선의 ‘보살’.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에서 영감을 받아 부처의 가르침을 듣는 제자의 모습을 삼나무에 새겼다(사진=김종영미술관).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대학 때 소조를 하지 않았던 것이 항상 아쉬웠다. 일종의 숙제 같은 것이었다. 회화가 평면 안에 주제를 집약해 넣어야 한다면 반대로 조각은 나무든 돌이든 그 안에 있던 무언가를 해방하는 작업이다. 그 지점에서 흥미를 느끼고 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종영미술관에서 오는 11월 20일까지 초대전으로 여는 ‘색(色)과 공(空): 서용선’ 전은 특유의 굵고 강렬한 필치로 한국화단에 뚜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서양화가 서용선(65)의 조각작품을 선보이는 자리다. 단종을 비롯한 사육신과 동양신화를 소재로 했던 ‘역사와 신화’, 도시 속 고독한 개인의 단면을 포착해낸 ‘도시의 군상’ 등을 그림으로 그려내 유명한 서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붓과 캔버스 대신 망치와 끌, 대패 등을 들고 조각가로의 변신을 시도했다.

잘 나가던 서양화가 붓 대신 정 들고 산 찾은 이유는
서용선의 ‘붓다’. 불교의 경전인 금강경에서 영감을 받아 석가모니가 좌선하는 모습을 삼나무에 새겼다(사진=김종영미술관).
서 작가에게 ‘조각’은 미대를 졸업하고 교수가 되고 작가로 활동하면서 언젠가 도전해야 할 과제였다. 돌이켜보니 대학 재학 당시 여러 과목 중 소조만 소홀히 했던 것이 후회가 되더란 거다. 미술에서 회화와 조각은 양대 축. 재능과 적성은 다르더라도 기초적인 이론과 실기를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늘 남았다. 회화 작업이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 무렵 조각에 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 조각가 후배로부터 테라코타를 배웠지만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그러다가 마침 기회가 주어졌다. 지난해 9월 석달 남짓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한 일본 와카야마현 고야산의 사찰인 곤고부지(금강봉사·金剛峯寺)에서 지난해 개창 12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국과 일본 작가 다섯 명을 초대해 ‘생명의 교향’ 전을 개최했고, 서 작가는 그 중 한 명으로 선정돼 현지에서 머물며 작업할 시간을 얻은 것이다. 그때 택한 것이 바로 조각이었다. 사찰에서는 고야산의 특산물인 수백년 묵은 삼나무 목재를 제공했고 서 작가는 조각작업을 마음껏 해볼 수 있었다.

서 작가는 금강경의 첫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다. 석가모니에게 가르침을 청하는 제자들 모습을 나무에 새겼다. 얼핏 보면 미완성 같지만 한 걸음 물러나서 보면 부처로부터 지혜의 말씀을 듣기 위해 귀 기울이던 제자의 간절함이 느껴진다. 무엇보다 그리스 헬레니즘 문화가 접목되기 이전 원시적이고 원초적이지만 순수하고 역동적인 에너지가 담긴 불상의 원형을 보는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서 작가가 일본에서 작업했던 목조각 20여점 외에 금강경을 설파하는 부처의 모습, 창원의 김종영 생가를 담은 회화를 비롯해 한글서예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미디어작품 등 90여점을 전시한다. 서 작가가 목조각을 대규모로 선보이긴 이번 전시가 처음이다.

박춘호 김종영미술관 학예실장은 “2012년부터 매년 각 장르별로 주목받는 작가를 선정해 초대전을 열고 있다”며 “인간을 성찰한 회화작업에 전념한 서 작가이기에 이번 전시는 형식이나 소재 등 모든 면에서 대단히 파격적”이라고 말했다.

김종영미술관에서의 전시 외에 서 작가는 서울 종로구 삼청동 누크갤러리에서 ‘서용선의 인왕산’ 전을 내달 5일까지 연다. 겸재 정선의 ‘인왕재색도’ 속 풍경처럼 인왕산을 마주보고 있는 누크갤러리에서 본 인왕산의 풍경을 그렸다.

잘 나가던 서양화가 붓 대신 정 들고 산 찾은 이유는
서용선 ‘인왕산’ (사진=누크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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