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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11회:조선 동포,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입력시간 | 2017.03.20 06:00 | 이민주 부장  hankook6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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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사업을 하려는 한국인에게 조선동포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지 못하는 한국 사업가에게 조선동포는 ‘구세주’다. 통역 잘하는데다 한족과 연결되지 않는 곳이 없다. 무엇보다 ‘우리 민족’이다. ‘우리 민족’ 한 가지 만으로도 맘이 푹 놓인다. 우리 눈물샘을 자극하는 키워드 중에 하나가 ‘배달 민족’, ‘한민족’, ‘만주’ 아닌가?

[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11회:조선 동포,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국 옌볜에서 만난 어느 조선족 여성


뒷면을 보자. 그들은 분명히, 확실히, 틀림없이 중국법상 조선족(朝鮮族)이다. 게다가 상당수 조선동포는 북한과 직, 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지리적, 역사적, 문화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다. 1992년 한중수교 때와 비교하면 중국 경제의 급부상으로 조선동포들의 삶이 많이 좋아졌다. 그러나 아직도 그들의 삶은 고단한 것이 사실이다. 엄청난 돈을 내고 한국에 오는 이유다. 이 점이 중요한 문제다. 조선동포는 무엇보다 ‘돈’이 급하다는 것이다.

조선동포를 이해하지 못하고 중국 사업을 얘기하기는 어렵다. 최근 중국 유학을 통해 중국어를 자유롭게 구사하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들이 만나게 되는 중국 한족이나 다른 소수 민족들이 한국이 조선동포의 고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중국에 조선동포가 있다는 것이 사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피해를 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선 조선동포라는 명칭부터 알아보자.

미국, 일본의 경우 재미교포, 재일교포라고 한다. 그러나 재중교포라는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없다. 조선족, 조선족동포, 재중한인, 재중동포, 중국 동포, 중국 교포, 연변 동포 등등. 수교 초기엔 ‘조선족’이라고 호칭했다. 그러다 그들이 ‘조선족’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아 호칭 논란이 뜨거웠다. 어쨌든 요즘은 ‘조선동포’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한다. 그들은 왜 한사코 ‘조선족’이라는 말을 꺼려할까? 중국법상 분명히 ‘조선족’인데 말이다. 이 말 한마디에 그들의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재일교포가 ‘조센징’이라는 말을 기피하는 것과 비슷한 현상이라고 보면 될지 모르겠다.

다음은 그들의 삶을 살펴보자. 그들이 살고 있는 중국 동북3성, 만주는 말 그대로 춥고 척박한 땅이다. 먹고 살기가 너무나 힘든 곳이다. 그런 그곳에 머리 좋은 조선인들이 간 것이다.

1910년 한일합병 이전 만주에 간 한국인의 삶이 어떠했을까? 망해가는 청나라와 무너지기 직전의 조선. 어떤 이유로 왔던지 간에 그들은 왕서방 눈치를 보며 왕서방들이 하지 않는 농사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조국에서 한 일이 농사 일뿐이였으니 말이다. 그 추운 곳에서 쌀농사는 참으로 어려웠다. 게다가 곳간에 쌀섬이라도 채워 놓으면 비적, 마적들이 들이 닥쳐 쌀에 여자까지 납치해 간다.

한일합병 후 만주에 온 이들은 무슨 이유에서든 일본 순사들의 눈을 피해 야반도주한 사람들이다. 그들의 상당수는 항일투사가 됐다. 애국지사와 독립군, 일본 순사의 앞잡이가 된 사람들, 그리고 땅 주인 왕서방들! 농사일 하는 보통 한국인들에겐 너무나 힘든 시기였으리라. 일본 패망에 이어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950년 한국전쟁, 그리고 중공군 참전, 1953 휴전. 그리고 1992년 한중수교. 숨가쁜 우리의 현대사다. 김일성 통치 시절 북한의 경제가 조선동포가 사는 동북3성 보다 월등했다. 자연스레 조선동포들은 고향인 북한을 오가며 살 수 밖에 없었다. 게다가 한국전쟁 참전으로 중국과 북한은 혈맹(血盟이) 국가가 됐다. 중국인인 조선동포는 1992년까지 한국에 올 수가 없었다. 물론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인적 교류가 시작되긴 했다. 홍콩을 통해 연변에 간 한국인들이 “만주는 우리 땅”이라며 큰 소리쳐 중국인들의 심사를 틀어지게 한 때다. 이런 우여곡절이 채곡채곡 싸여 조선동포의 묘한 DNA가 자연스레 형성됐다. 조선인, 만주인, 조선족, 친북조선인, 재중한국인, 조선동포로 이어진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 바로 조선동포들이다.

3-3-3! 조선동포들이 자주 쓰는 숫자다. 220만 조선동포 가운데 3분의 1은 연변, 3분의 1은 기타 중국, 3분의 1은은 한국에 산다. 조선동포의 피의 3분의 1은 북한, 3분의 1은 중국, 3분의 1은 조선이라는 것이다.

<다음회 계속> 중국 전문가. 전직 언론인

[손상봉의 중국 비즈니스 도전기]11회:조선 동포, 그들은 우리에게 무엇인가?
중국 지린성 옌볜조선족 자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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