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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수의 위기’는 한국 정치의 위기다

입력시간 | 2017.03.17 06:00 | 논설위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낙마에 이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불출마 선언으로 보수 진영이 궤멸 위기에 놓였다. 보수의 주도권을 다투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지지율을 합해도 20%를 밑돌고 양당의 대선주자들 지지율을 통틀어야 진보 진영 3위에 미칠까 말까다. 양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지지율이 40%를 웃돌고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율은 60%를 넘나들던 2~3년 전과는 천양지차다.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고도 두 자릿수 지지율을 보이던 ‘황교안 변수’가 사라지자 보수계는 “이러다 대선후보를 내세우지도 못하는 것 아니냐”고 탄식하는 분위기다. 한국당이 어제 예비경선 후보를 마감한 결과 9명이 등록했지만 깜냥도 안 되는 이가 다수라는 평가 속에 “대선을 희화화했다”는 빈축만 샀고 바른정당 대권주자들도 지지율이 밑바닥을 기는 형국이다.

보수의 위기는 작년 4·13총선 때 이미 배태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시 친박(親朴)은 비박(非朴)에 대해 버젓이 ‘공천 학살’을 자행했다. 당내 패권만 잡는다면 정권 재창출이든 원내 다수당이든 모두 포기할 수 있다는 듯 막무가내로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당초 압승하리라던 총선에서 참패해 2당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그러고도 정신을 못 차리고 당내 갈등에 몰두하다 분당 사태를 빚었고 급기야 ‘최순실 사태’로 헌정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란 결정타를 자초한 것이다.

보수의 위기를 걱정하는 것은 정파적 이유 때문이 아니다. 보수의 위기가 곧 대만민국 정치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그렇다고 보수계가 집권해야 한다는 뜻도 아니다. 자유와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적 가치와 평등과 변혁을 앞세우는 진보적 가치는 한쪽이 다른 쪽을 짓밟기보다 각자 장점을 살리고 약점은 상호 보완하며 균형을 이뤄야 비로소 정치 발전과 국리민복 증진을 기대할 수 있다.

보수계는 더 늦기 전에 처절한 반성으로 재기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차떼기 정치자금’ 파문과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역풍으로 나락에 빠진 당을 살려낸 10여년 전의 ‘천막당사 정신’을 되살릴 때다. 다만 당시처럼 박 전 대통령이 또 앞장서선 안 된다. 누구보다 반성해야 할 친박계가 패권을 겨냥해 박 전 대통령 지지세력을 규합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 첫걸음이 바로 ‘삼성동 정치’를 걷어치우는 것이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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