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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변죽만 울린 틸러슨의 베이징 회담

입력시간 | 2017.03.20 06:00 | 논설위원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그제 베이징에서 중국 왕이(王毅) 외교부장과 첫 대면했지만 분위기는 부드럽지 않았다.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두 사람의 굳은 표정에서도 회담이 순조롭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가장 관심을 끌었던 북핵 문제에 대한 발표도 “우리는 공동 노력을 통해 북한 정부를 설득함으로써 더 좋은 길을 선택하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이 한국에 대해 경제 보복을 진행하고 있는 사드 문제에 있어서도 거의 논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틸러슨 장관은 전날 윤병세 장관과의 서울 공동회견에서 “한국에 대한 경제적인 보복조치는 부적절하고 유감스럽다”며 중국의 자제를 촉구했으나 이날 왕이 부장과의 회견에서는 정작 아무런 언급도 없이 넘어갔다. 오히려 사드에 반대한다는 중국 측의 기존 입장만 확인됐을 뿐이다.

결국 틸러슨 장관의 이번 한·중·일 동북아 3국 순방은 한반도 정세 및 사드 문제에 있어 변죽만 울린 모양새에 그쳤다. 첫 방문국인 일본에서 “지난 20년간 미국의 대북정책이 실패했다”고 밝힌 데 이어 서울에서 “전략적 인내 정책은 끝났다”고 밝힌 정도에 불과했다. 전임 오바마 행정부 때보다 어조가 다소 강력해지기는 했지만 중국의 벽을 넘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내달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북한이 그제 신형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을 실시한 것도 틸러슨 장관의 베이징 방문에 맞춘 다분히 의도적인 것이었다. 미국의 대북 압박에도 불구하고 핵·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노골적인 의사 표시였다. “북한이 그동안 미국을 갖고 놀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인식 그대로다. 틸러슨 장관이 “북한 위협이 선을 넘을 경우 군사적 행동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지만 말처럼 쉬운 일도 아니다.

이처럼 한반도 정세가 유동적인 가운데 우리 내부에서 사드 배치와 북한 제재 등에 있어 생각들이 서로 다르게 표출되고 있다는 게 문제다. 의견의 일치를 보기는 어렵더라도 적어도 국가 안보와 관련한 문제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탄핵 정국으로 인해 한국이 이미 주변국 사이에서 동네북이 돼버린 처지다. 앞으로 대선 국면이 이어지면서 나라꼴이 더욱 초라해지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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