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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칼럼] 인물이 그렇게도 없는가

입력시간 | 2017.06.23 06:00 | 허영섭  gracia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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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승만 대통령이 일반 국민들의 추천으로 인재를 찾은 때가 있었다. 정부청사로 사용되던 중앙청 앞에 ‘인물 천거함’을 설치해 놓고 누구라도 주변에 숨어 있는 훌륭한 인재를 추천토록 했던 것이다. 우편으로도 접수를 받았다. 6·25 종전 직후의 얘기다. 잿더미로 변한 나라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각 부처마다 유능한 인물이 필요할 때였다.

이렇게 추천 받아 장관에 기용된 경우도 없지 않다. 1954년 5월에 임명된 윤건중 농림부장관이 그 당사자다. 전북 군산에서 농기구 공작소를 운영하다가 일약 장관에 임명된 것이지만 해방 이전 독일에서 농학을 공부했다는 프로필이 함께 전해지는 것을 보면 전혀 터무니없는 발탁이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결국 한 달 남짓 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것으로 미뤄 성공한 인사는 아니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처럼 정부 인사의 어려움을 말해주는 사례다. 지금에 와서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심 끝에 낙점한 각료 후보자들이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곤욕을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노라면 저마다 똑똑하고 유능하다는 사람들이 평소 자기 관리에 소홀했다는 사실에 측은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들 대부분이 이미 사회 지도층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라는 점에서 동정심보다는 배신감이 앞서는 것도 틀림없는 사실이다.

위장전입과 논문 표절은 말할 것도 없고 부동산 다운계약서 작성에 음주운전, 여성 편견에 이르기까지 두루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공직 당시의 업무와 관련해 막대한 자문료를 챙겼거나 부인과 자녀 취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본인들이 해명할수록 의혹만 증폭된다는 게 더 문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의 그릇된 인사 관행을 뿌리 뽑겠다며 내놓은 이른바 ‘인사배제 5원칙’이 오히려 인사검증 절차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난처한 상황이다.

진보진영 인사들이라고 해서 지난 보수정권 인물들과 도덕성에 있어 그다지 차이가 없다는 사실은 더욱 안타깝다. 말로는 개혁을 외치고, 적폐청산을 주장하고 있었지만 과연 다른 사람들의 잘못을 꾸짖을 만한 자격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자기가 던진 그물에 스스로 걸려든 꼴이다. “진보 인사들 중에서도 ‘생계형’과 ‘출세형’이 따로 있다”는 얘기가 나도는 이유다.

우리 사회가 그만큼 구멍이 많고 유혹이 많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설령 법적으로 저촉이 된다고 해도 단속이 느슨했고, 기득권층에서 너나 할 것 없이 똑같이 저지르는 일이었기에 양심에 그다지 거리낄 것도 아니었다. 당장 눈앞에 들어온 기회를 놓쳤다간 오히려 손해를 보게 된다는 이해타산적 사고방식에서는 보수·진보의 차이가 있을 수 없었다는 얘기다. 애초 그럴 기회가 없었던 일반 국민들만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셈이다.

이러한 불균형 경쟁이 대를 물려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 청문회에서 드러났듯 후보자 자녀들은 대체로 버젓한 대학이나 안정된 직장에 다니고 있다. 부모의 위장전입 덕분으로 어려서부터 남들이 선망하는 중·고교를 나온 데다 같은 또래들에 비해 상당한 재산을 편법 증여받은 경우도 없지 않다. 남들이 아르바이트에 매달리는 동안 이력서에 채울 스펙을 쌓고 있으니, 출발점부터 다른 ‘금수저’와 ‘흙수저’의 현실이다.

이제 우리 지도층도 나름대로 사회적 존엄성을 회복해야 한다. ‘노블리스 오블리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정권이 바뀌고 청문회가 열릴 때마다 호통과 읍소가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실정법을 어겼다는 비난만큼은 들어서는 안 될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직접 추천을 받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길거리나 시장바닥의 여론을 들어보면 정확한 평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대한민국에 인물이 이렇게 없는가”라는 한숨소리를 더 이상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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