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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섭 칼럼] 한반도 사태의 ‘운전면허’

입력시간 | 2017.09.01 06:00 | 허영섭  gracia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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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한반도 문제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려고 내세운 것이 ‘운전자론’이다. 운전석 핸들을 외부의 다른 사람에게 맡기기보다 직접 잡고 남북 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뜻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로 주변국들 간의 이해대립이 첨예화되는 상황에서 당연한 의지 표명이었다. 남북 문제에서 최우선 당사자인 우리가 다른 누구에게 그 역할을 대신해 주도록 매달리는 것도 바람직한 자세는 아닐 것이다.

“올바른 여건이 형성된다면 언제든 대화의 문을 열어 놓겠다”는 베를린 선언에서 그런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 김정은과의 정상회담 제안도 포함됐다. 새 정부 들어 북한에 대해 계속 대화를 제의해 왔으며, 개성공단 재가동 및 금강산 관광 재개 필요성이 자꾸 불거지는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된 것으로 간주된다. 물론 전제조건이 없지는 않다. 북한이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도발을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정작 북한이 이런 제안을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는 게 문제다. 대화 제의에 응하는 대신 오히려 도발 강도를 최대한 끌어올리려는 태세다. 미국 본토까지 공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탄(ICBM) 발사 실험을 마친 데다 괌을 포격하겠다는 위협도 서슴지 않는다. 급기야 일본 상공을 통과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위력까지 과시한 마당이다.

한·미 연례 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이 시작되면서 차례로 방한한 미군 수뇌부가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오판에 따른 도발 움직임을 강력 경고했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반응은 이처럼 노골적이다. 마치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어떤 경우에도 자기 혼자만 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계산을 깔고 있다. 미국 일각에서 제기되는 ‘선제 타격론’에 대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는 위협으로 대꾸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동맹국 사이의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 더욱 심각하다. 북한이 쏴댄 발사체를 두고 방사포라느니 탄도미사일이니 하며 한·미간에 서로 분석이 엇갈린 것은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우리 정부가 일부러 수위를 낮춘 게 아니냐는 의혹은 제쳐두고라도 일련의 사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놓고 견해 충돌이 수시로 노출되는 상황이다.

현실 인식에서부터 기본 입장의 차이를 드러낸다. 북한이 도발을 저지를 때마다 우리 정부가 강력 경고하고 있으면서도 대화 접촉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그런 때문일 것이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아베 총리와 거듭 통화하면서 “지금은 북한과 대화할 때가 아니다”라며 선을 긋기에 이르렀다. 북한 정권에는 물론 동시에 우리 정부에게 보내는 메시지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반도 문제에서 운전대를 잡겠다는 문 대통령을 향한 불신감의 표출이다.

우리 정부도 급변하고 있는 남북한 정세를 현실로 받아들이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북한은 이미 ICBM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한반도를 넘어 멀리 태평양까지 노려보고 있는 입장이다. 북한을 견제하려면 중국의 최종 결단이 필요하지만 여전히 먼 길이다. 여기에 러시아까지 북한을 두둔하면서 신(新)냉전 시대가 전개되는 국면이다. 과거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당시 성사됐던 남북 정상회담 상황과는 달라져도 너무 달라졌다.

한반도 문제를 대화 위주로 풀어가겠다는 발상을 나무랄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대화 제의를 뿌리친 채 중앙선을 침범해 좌충우돌 달려오는 모습이다. 안타깝지만 한반도 정세의 솔직한 현실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계속 우리 입장만 주장하다가는 자칫 동맹국 사이에서도 고립되기 십상이다. 운전면허를 발급 받았다고 해서 아무 때나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비바람이 몰아칠 때는 도로 사정을 살피면서 기다릴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런 때다. <논설실장>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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