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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용히 침몰 중인 대한민국

입력시간 | 2017.02.16 06:00 | 김정민 기자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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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조용히 침몰 중인 대한민국
[이데일리 김정민 부장] 배가 침몰하는 것은 반드시 태풍을 만나거나 암초에 부딪쳐서만은 아니다. 세월호가 그랬다. 검경 합동수사본부의 결론은 과적과 급속변침에 따른 복원력 상실로 인한 침몰이다. 감당하기 힘들 만큼 짐을 짊어진 채 갑자기 방향을 바꾼 탓에 넘어졌다는 얘기다. 295명의 생명이 차가운 바닷속에 몸을 누였고 9명은 아직도 돌아오지 못했다.

최순실씨가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탓에 상대적으로 조용히 지나간 뉴스가 있다. ‘합계출산율’이라는 통계가 있다. 여성 1명(15~49세)이 평생동안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다. 이 수치가 지난해 1.2명 밑으로 떨어졌다. 작년 한해 동안 태어난 신생아수도 40만6000명까지 줄었다. 역대 최저치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청년실업률도 심각한 수준이다. 작년 청년실업률은 9.8%로 역대 최고치다. 전체 실업자는 100만명을 넘어섰다. 이중 절반이 10대 후반부터 20대까지 청년층이다.

취업준비생이나 특별한 이유없이 쉬는 사람 등을 포함하면 사실상 실업자는 45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국민 10명 중 한명은 실업자인 셈이다.

최순실의 국정농단 사태는 박근혜 정부의 근간을 흔든 사건이지만 저출산과 취업난은 대한민국의 존립을 흔들 수 있는 문제다. 그러나 정부는 물론 우리사회가 느끼는 위기감은 그다지 심각해 보이지 않는다.

최근에 사석에서 만난 한 고위 공직자는 출산율이 떨어진 만큼 시간이 지나면 제한된 일자리를 두고 경쟁해야 할 사람이 줄어 취업경쟁이 완화될 것이라며 출산율 하락을 나쁘게만 볼 필요는 없다고 했다. 농담인가 싶었는데 표정을 보니 진담이다.

통계만 보면 틀린 얘기는 아니다. 보건사회연구원 추산을 보면 생산가능인구는 올해를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해 2020년부터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2030년부터는 노동력 부족현상이 빠르게 확산해 2060년 경에는 부족한 생산가능인구가 370만명~900만명에 달할 것으로 봤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 한 추산일 뿐이다. 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의 발달, 사회상 변화 등 변수는 얼마든 지 있다.

게다가 전문가들은 일자리가 남아도는 시절이 와도 고용의 질이 악화돼 미스매치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인구구조 변화에도 불구 ‘프리터족’(프리랜서+아르바이트) 증가 등 여전히 일자리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일본이 대표적 사례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89년 보건사회부 장관을 맡았을 때 일이다. 직원이 산아제한 정책을 정리해 보고하자 김 장관은 ‘근시안적인 발상’이라고 질타했다고 한다. 10년, 20년 뒤면 인구가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저출산에 대한 고민을 지금부터 해야 한다고 질책했다고 한다.

당시 보사부 사무관으로 보고자리에 배석했던 신언항 인구보건복지협 회장은 “그때는 참 뜬금없는 소리다 싶었는데 그 때 그 조언을 귀담아 듣고 선제적으로 대응했으면 지금처럼 저출산이 사회적 문제로까지 부상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당시에는 장기간 인구증가가 계속될 것으로 봤다. 전망이 틀린 탓에 대책이 늦었다. 아쉽다”고 했다.

과적과 급속변침은 세월호 침몰의 표면적 원인일 뿐 그 배경을 보면 관피아, 미흡한 재난구조 시스템 등 수십년간 누적된 ‘적폐’(積弊)가 낳은 결과물이다. 저출산과 실업문제도 마찬가지다. 수십년간 쌓인 우리사회의 부조리와 불합리의 총합이 저출산과 실업문제다. 선장 잃은 대한민국호를 이끌겠다고 나선 대선후보 모두에게 호소한다. 달콤한 공약 대신 고통스럽더라도 근본적인 해법을 고민하고 약속하길 바란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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