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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한국 속 이방인, 조선족

입력시간 | 2017.08.24 06:00 | 고규대 기자  ent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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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고규대 문화·레저산업부장] 영화는 현실의 거울이라고 했던가. 한·중 수교 25주년을 맞은 24일, 우리 영화에 등장하는 조선족은 25년간 한·중 관계의 반면교사와 같다. 가까이하기에는 너무 먼 당신이랄까. 그간 영화 속 조선족 캐릭터에서 한국인의 머릿속에 각인된 한·중 관계의 단단한 벽을 만난다.

500만 관객 흥행으로 달려가는 영화 ‘청년경찰’이 있다. 영화는 혈기방장한 경찰대학 학생이 납치된 여성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버디 액션이다. 여느 영화가 그렇듯 선과 악이 있다. 잘생기고 정의로운 영웅의 반대편에 지질하고 사악한 인신매매 악당이 있다. 공교롭게 악당은 조선족이다. 옌볜 사투리마저 사람을 어수룩하게 만든다. 조선족이 많이 거주하는 가리봉동에 이어 대림동이 등장한다. “밤에 함부로 돌아다니다 칼 맞을 수도 있는 곳”이라는 영화의 대사는 조선족을 악의 표본으로 묘사한다.

한국 영화에서 악역을 담당하던 조폭이 잦아들었다. 대신 그 자리에는 조선족이 들어섰다. 영화 ‘황해’(2010)에서 살인도 불사하는 돈의 노예로, ‘신세계’(2013)에서 감정 하나 없이 사람을 죽이는 청부업자로, ‘차이나타운’(2014)에서 신체포기각서를 받고 장기매매를 하는 폭력조직원으로 그려졌다. 최근 영화 ‘아수라’(2016) 속 이미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속 조선족은 인터넷 게시판에서도 이런 선입견을 투영한 이미지로 나타난다. ‘한국과 중국이 축구를 하면 조선족이 중국을 응원할 것’ ‘조선족 밀집지역 범죄율은 신고가 되지 않아 낮게 나온 것’ 등 확인되지 않는 오해도 많다. 다행스러운 점은 영화에서 그려지는 조선족은 아직까지 하나의 영화의 장치라는 데 있다. 어찌보면 ‘청년경찰’의 조선족도 희생양이다. 악의 축은 이들을 꼬드겨 난자를 불법으로 매매하는 한국인 병원장이다.

최근 또 다른 영화 ‘7호실’은 주인공 중 하나인 조선족 캐릭터를 정감 넘치고 복 많은 남자로 그렸다. 이 영화의 이용승 감독은 “한국영화가 그려온 중국 교포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컸다. 한국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렇고, 그걸 깨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곧 촬영에 들어가는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서 배우 이나영은 조선족 가족을 버리고 한국으로 도망간 엄마를 연기한다. 엄청난 고통의 기억을 품었지만, 용기를 잃지 않는 긍정적 캐릭터라고 한다. 그간 한국영화가 조선족을 어두운 이미지로만 포장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색달라 보인다.

옌볜 조선족 자치주는 1800년 말 먹을 것을 찾아 간도로 넘어갔거나 일제강점기 일제에 의해 강제이주한 동포가 살고 있다. 이들의 가족 중에는 독립운동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던 이들도 많았다.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를 몸소 경험한 이들이다.

조선족도 우리와 같다. 최근 입주한 아파트의 건설현장 근로자, 오늘 점심에 간 식당의 주방 이모, 곧 만나게 될 부모의 간호인 등 조선족을 가까이서 만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오원춘만 있다고 생각할 일도 아니고, 동포라고 허물을 무작정 감싸 안을 필요도 없다. 조선족이 다양한 얼굴을 가진 바로 이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 된다. 이들은 지난 25년간 한·중 관계의 가교 역할을 해왔고, 앞으로도 든든한 대한민국의 자원이 될 게 분명하다. 콘텐츠 종사자라면 이제라도 악당이 있지만 영웅도 있을 조선족의 모습을 그대로 드러냈으면 어떨까.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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