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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이재용식 컨트롤타워'는 필요하다

입력시간 | 2017.03.09 06:00 | 이성재 부장  show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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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문득 이런 의문이 들었다. 최순실게이트가 아니었다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미래전략실(미전실)을 해체했을까. 미전실을 포기하면서 얻은 것과 잃은 것은 뭘까.

이미 상황은 종료됐는데 무슨 엉뚱한 소리냐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난 58년간 삼성을 지탱해온 ‘총수-컨트롤타워-계열사’로 이어진 경영방식이 깨졌다는 점에서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삼성의 역사에서 컨트롤타워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따져봤을 때 특히 그렇다. 순기능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다만 누가 의지를 갖고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양상은 확실히 달라졌다.

이병철 선대회장의 비서실과 지금의 미전실은 역할이 달랐다. 적절한 인재를 찾아서 전권을 위임하는 책임경영제를 고집해 온 선대회장의 비서실은 ‘조율과 관리’의 컨트롤타워였다. 당시 비서실은 기획·조사·인사·감사 등 각 계열사가 최상의 환경에서 책임경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이 주요 업무였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 시대를 거치면서 컨트롤타워의 기능은 확대됐다. 비서실(1959~1998), 구조조정본부(1998~2006), 전략기획실(2006~2008), 미래전략실(2010∼2017)로 바뀌어 간 이름이 의미하듯 조직규모나 업무범위가 점점 커졌다. 이건희 회장의 중앙집권식 경영에 컨트롤타워의 권한이 더욱 막강해지면서 선대회장 시절의 비서실과는 사뭇 달랐다.

그룹을 총괄관리하는 역할은 그대로였지만 계열사를 통제하고 지휘하는 위치에까지 오르자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권한이 커진 만큼 책임은 뒤따르지 않는 구조 탓에 그룹 내 불만의 목소리도 점점 커졌다. 그러곤 별다른 개선 없이 이재용 부회장 시대로 넘어오게 됐다.

그런데 컨트롤타워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생각은 달랐다. 오늘날 삼성이 글로벌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비결 중 하나로 신속한 의사결정을 통해 조직의 힘을 결집한 미전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미전실 지휘 아래 전 계열사 모든 직원을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시간이 지나면서 미전실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두드러진 건 어쩔 수 없었다. 계열사들은 그룹의 그늘에서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할 수 있었지만 독자생존의 경쟁력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10월 불거진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는 이러한 상황을 여실히 반영한다. 삼성전자의 의존도가 높은 삼성SDI·삼성전기 등 전자부품 계열사의 타격이 컸던 것이다. 삼성SDI와 삼성전기는 지난해 4분기 각각 580억원과 46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주가도 갤럭시노트7 단종 이후 30% 가까이 급락했다.

선대회장이 삼성을 창업하면서 만든 비서실은 2대를 거치면서 오히려 기업성장의 발목을 잡는 격이 됐다. 결국 길을 벗어난 컨트롤타워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결단은 미전실의 해체로 이어졌다.

과거 삼성은 위기 때마다 조직의 이름을 바꾸고 규모를 줄이는 편법으로 컨트롤타워를 유지해왔다. 이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것이 총괄조직 자체의 무용론을 의미하진 않는다. 각 계열사가 자율·독립경영을 강화하고 글로벌 리딩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돕는 총괄조직은 필요하다. 컨트롤타워 없이 60여개가 넘는 계열사와 해외 현지법인까지 조율하고 관리할 수 있겠는가.

선대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기업경영에는 항상 원칙과 철학이 있어야 하고, 그 원칙이나 철학에 바탕을 둔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해왔다. 미전실은 해체됐지만 ‘제도’는 필요하다. 권한과 책임을 동등하게 부여하는 이재용식 컨트롤타워가 바로 그것이 아닐까 싶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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