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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행 급행열차는 없다

입력시간 | 2017.07.28 07:58 | 이익원 기자  ikle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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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론 논의가 태부족한
여론 기댄 정책 난무
정의로 포장 어젠다로
원하는 세상 못만들어
점진적 개혁이 해법
천국행 급행열차는 없다
(이익원 칼럼)

개혁 어젠다에는 이런저런 명분이 따라붙는다. 일반 대중의 귀가 솔깃해지는 이유다.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은 정권이 제시하는 어젠다는 더욱 그렇다. 정책의 타당성은 여론과 지지율로 검증하기 일쑤다. 더불어민주당이 증세 드라이브를 건 배경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 85%가 증세에 찬성한다는 여론조사결과가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 우리는 당분간 여론조사로 정책을 펴는 세상에서 살아야 할 것 같다.

문제는 각론이 뒷받침하지 못하는 총론은 조만간 빛을 바랜다는 데 있다. 시행과정에서 적지 않은 착오가 드러난다. 게다가 정권은 유한하다. 고공하는 지지율도 순식간에 곤두박질칠 수 있다. 원래 지지율은 뜬구름 같은 것이다. 이념과 프레임에 경도된 정책이 우리를 살기 좋은 세상으로 인도할 수 없다.

각론에서 벌이는 난상토론은 총론의 뼈가 되고 살이 된다. 의회정치에서 절차민주주의를 강조하는 것도 정책의 완성도를 높이자는 취지다. 통치자 입장에서 논쟁은 정책 추진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비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데 5년은 너무 짧은 시간이다. 급행열차를 올라타지 않으면 국가 개조는 꿈도 꿀 수 없다는 조급증은 그렇게 생긴다.

하지만 만사 서두르면 주름이 가기 마련이다. 적폐청산과 정의로 포장한 어젠다를 처음 제시했을 때는 천국행 열차에 올라탄 듯하다. 하지만 움직이기 시작한 기차는 이내 덜컹대기 시작한다. 잘못 진입한 궤도에서 정상궤도로 회귀하는 데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시행과정에서 경로변경은 누더기 정책과 다르지 않다.

전광석화처럼 화끈한 정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건 오만의 산물이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대폭 인상, 탈원전이 그런 오만의 결과가 아닌가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공부문에서 고용을 늘리면 젊은이들은 공무원 시험에 매달릴 수밖에 없다. 자칫 민간의 일자리를 구축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파격적인 최저임금 인상은 전체적인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지게 된다. 기업들은 생산비용 상승을 자동화 무인화로 대처하려고 할 게 뻔하다. 결과적으로 일자리가 줄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시장에 대한 정부개입을 주장하는 포스트 케인지언들의 이론에 기초한 듯하다. 저소득층의 소득을 높여주면 소비가 증가하고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소득층의 임금상승이 일자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아직 검증된 바 없다. 최저임금을 크게 올려놨는데 일할 자리가 없으면 소득주도 성장론은 ‘빛 좋은 개살구’가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1년 정도 시행해 보고 속도를 조절하겠다는 뜻을 밝힌 배경이다.

탈원전 역시 각론에 대한 진지한 검토 없이 제시한 어젠다다. 건설중인 원전의 운명을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결정하겠다는 건 여론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탈원전 추진에 따른 관련 사업기회 박탈 또한 중장기적으로 수만개의 일자리 감소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자본주의가 위기에 봉착했을 때인 1930년대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 사회’를 쓴 라인홀드 니버의 명구는 되새겨볼 만하다. 국가 지도자 혹은 경영인들에게 도움이 될 듯하다.

“우리가 사는 동안 완성할 수 있는 가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소망(hope)으로 구원받아야 한다. 아무리 도덕적이고 고결한 것이라도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love)으로 구원받았다. 선한 행동은 우리 자신의 관점에서 미덕이지 우리의 친구나 적의 관점에서 미덕은 아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의 최종적인 형태인 용서(forgiveness)로 구원받아야 한다.”

편집보도국장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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