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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재벌개혁, 기업규제와 달라야한다

입력시간 | 2017.05.17 10:51 | 이성재 부장  show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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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성재 산업부장] 대통령의 무게는 실로 대단하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통령 단 한 사람이 가져온 사회 곳곳의 변화를 실감하는 중이다. 지난 12일 취임 사흘 만에 찾은 인천공항공사 비정규직 직원들과의 현장간담회는 대통령의 존재감을 여실히 드러냈다. 불가능하다고만 여겼던 비정규직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냈다.

다시 사흘 뒤인 15일 스승의 날에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김초원·이지혜 교사가 순직을 인정받았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로 3년 넘게 철저하게 외면한 일을 대통령 말 한마디가 해결했다. 대통령의 의중에 따라 국가정책이 달라지고 절대 안 된다고 했던 일도 풀린다. 이렇듯 대통령의 권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상상 이상이다.

참여정부 시절 정책실장과 부총리 등을 역임하며 대통령의 핵심인사였던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당시 경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대통령의 권력’은 대통령의 무게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는 “아무리 중요한 문제라도 대통령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보고할 정보가치가 떨어지고 사소한 문제라도 대통령이 관심이 있으면 중요한 보고거리가 된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권력 자체가 의제부터 왜곡한다는 것이다. 결국 국가의 사사건건은 대통령이 좋아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기 일쑤다.

그래서인지 요즘 만나는 기업인마다 새 정부의 재벌개혁 드라이브가 얼마나 강력할까를 걱정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일자리를 챙기겠다. 동시에 재벌개혁에도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대선운동 중에도 누차 강조하고 예고했던 일이다. 문 대통령은 재벌의 근본문제를 오너 중심의 불투명한 경영관행으로 본다. 정권 초기부터 이의 해결을 경제민주화의 핵심과제로 삼고 강하게 밀어붙일 태세다. 문 대통령이 대선후보시절 제시한 재벌개혁 관련 공약만 30여 건이다.

기업은 온통 대통령 입을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이 개혁대상인 것만은 아니다. 기업이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경영권 승계나 부당 특혜 등의 불법·편법적인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는 데는 공감한다. 하지만, 재벌 개혁정책이 편향적이라면 기업환경 악화, 기업투자 감소, 일자리 축소 등의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일자리 창출은 문재인 정부가 1호로 내놓은 과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가장 먼저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야 할 대상은 기업인 것이다. 재벌개혁을 기업규제와는 구별해야 하는 이유다. 정부는 기업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를 함께 마련할 수 있도록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벌개혁에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하기 위해선 대통령의 시각과 생각이 중요하다. 빨간색 안경으로 내다본 세상은 온통 빨갛게 보인다. 자칫 외상을 갚는다는 조급한 마음으로 공약 실천을 서두른다면 재벌개혁의 핵심을 비켜갈 수 있다. 재벌개혁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험난한 과정이다. 이유와 변명은 다 다르지만, 과거 어떤 정부도 재벌개혁에 성공한 적이 없다.

유연성을 갖자. 취임 첫 한 주를 보낸 대통령의 얼굴은 마치 임기 3년쯤을 채운 듯한 모습이다. 앞으로 5년이나 남았다. 넘어야 할 정책과 헤쳐나가야 할 과제가 쌓여 있다. 임기 초반 인기를 의식한 무리한 행보는 자충수를 둘 수 있다. 5년의 완주를 끝내고 ‘재벌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이란 평가를 받으며 퇴임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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