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 뉴스레터 신청
  • FAMILY SITE



[데스크칼럼]지배구조 개선을 규제라 말하는 사람들

입력시간 | 2017.07.12 12:11 | 이정훈 기자  futures@edaily.co.kr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이데일리 이정훈 증권시장부장] 얼마전 참석했던 조찬모임에서 우연찮게 나란히 앉게 된 한 코스닥 상장사 오너와 뜻하지 않은 입씨름을 벌인 적이 있다. 소유와 경영을 분리하고 그 기업이 얼마나 올바르게 잘 작동하는지를 철저하게 감시할 내부통제시스템을 구축하는 게 얼마나 이로운지를 두고 말이다. 최대주주로서 상장사를 소유하고 있는 동시에 최고경영자(CEO)로서 이 기업을 경영하고 있다는 이 오너는 내부통제에 많은 돈을 쓰지 않아도 자신의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다고 항변하면서 대뜸 “한국은 기업하기 참 힘든 나라다. 그런 규제가 얼마나 많은지”라며 말을 맺었다.

비단 코스닥시장 레벨의 기업만 그런 것도 아니다. 엄청난 덩치를 가진, 그래서 더더욱 경영의 전문성과 내부감시가 절실하게 요구되는 대기업들까지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말만 나오면 뜨악해한다. 기업의 의사결정과정을 보다 효율적이고 투명하게 만들어 지배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론을 담은 상법 개정안과 섀도보팅(shadow voting) 폐지, 스튜어드십코드 도입 등을 두고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 옥죄기`, `규제`라는 표현까지도 동원하고 있다. 또 제대로 된 감사기능을 살려 기업 경영을 돕겠다는 지정감사제 도입을 놓고도 `비용 부담 증가`라는 비판만 늘어놓고 있다.

뉴욕특파원 시절 글로벌 무대에서 맹활약하는 우리 기업들을 보며 뿌듯해했던 기억이 있다. 어찌보면 이런 기업들에게는 `한국기업`이라는 수식어가 거추장스러울 정도다. 눈에 보이진 않아도 `한국`이라는 타이틀이 주는 불이익이 없다고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다. 코스피지수가 2400선에 육박하는 등 역사적 최고가를 깨는 상승랠리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글로벌 증시에 비해 낮은 주가수익비율(PER)에 머물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태생적으로 부여된 한국이라는 국적은 바꿀 수 없지만 이로 인한 디스카운트(=할인요소)는 스스로 해소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그 길이 바로 지배구조 개선이다.

우리 기업들의 경영이 꽤나 투명해지고 내부통제도 강화됐다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이라는 대기업에게서 일어났던 수조원대의 분식회계나 한미약품을 둘러싼 내부자거래와 기업 내부정보 유출 등이 계속되고 있다는 건 우리의 부끄러운 민낯이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해 금융위원회와 검찰에 통보한 상장사 불공정거래 혐의건수(177건) 가운데 내부자거래 혐의가 88건으로 한 해 전에 비해 무려 83%나 급증했다는 사실도 내부통제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기업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으면 경영진을 견제해야할 이사회가 사실상 지배주주와 한 몸처럼 움직일 수 밖에 없다. 그런 기업에서 내부로부터의 감시 역시 크게 기대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경영과 이사회 (소유로부터의) 독립,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을 거추장스러운 규제나 비용 정도로 치부해선 안될 일이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소를 소중하게 여긴다면 외양간을 튼튼히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아야 한다. 그 외양간을 잘 갖추려는 부단한 노력은 소중한 소를 잃을 수 있는 만약의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는 투자인 셈이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우리 기업들 스스로 변화의 필요성을 각성해야할 때다. XML:N

독자의견

오픈 로그인계정을 선택해 로그인 해 주세요.
이데일리 계정 또는 소셜 계정으로 로그인하시면
의견을 작성하실 수 있습니다.

  • 이데일리
  • 네이버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
  • 카카오스토리
닫기

신고사유

신고하기취소하기

* 허위 신고일 경우 신고자의 서비스 활동이 제한될 수 있으니 유의하시어 신중하게 신고해 주세요.


이시각 주요뉴스

뉴스 카테고리별 이동



















    INSIDE MOBILE - 이데일리 모바일 서비스 앱

    • 이데일리
      실시간 뉴스와
      속보를 어디서나
    • 이데일리MVP
      금융정보 단말기의
      모바일 서비스
    • MP 트래블러
      차세대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
    • 스타in
      연예·스포츠 랭킹 매거진
    • 전문가방송
      증권 전문가방송을
      스마트폰으로

    INSIDE FOCUS - 이데일리 사업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