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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급식업체 사장의 절규

입력시간 | 2014.12.15 06:00 | 류성 기자  sta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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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적합업종이 화두인 세상은 비정상
[이데일리 류성 벤처중기부장] “최근 모 대기업이 고교급식까지 직접 하겠다고 입찰에 나서면서 수년간 거래해 온 단골 학교를 빼앗기기 직전이다. 사업이라기보다는 장사에 가까운 이런 조그만 시장에까지 대기업이 치고 들어오면 영세업체들은 어찌 살란 말인가.”

어느 급식업체 사장의 절규
얼마 전 만난 급식사업을 하는 한 중소업체 대표가 던진 하소연이다. “큰 물고기는 큰 물에서, 작은 물고기는 작은 물에서 각각 놀아야 산업생태계가 온전하게 지속, 성장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막강한 브랜드와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 작은 물에서 활개치면 영세한 중소기업은 뭍으로 쫓겨나 말라죽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 중소 급식업체 대다수가 대기업과의 경쟁에 밀려 파산을 했거나 사업철수를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연 1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소규모 급식사업까지 ‘큰 물고기’들이 저가공세를 펼치며 ‘싹쓸이’ 해대니 당해낼 도리가 없을 것이다. 간혹 일부 대기업이 사회적 지탄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급식사업에서 손떼면, 그 자리는 여지없이 더 악착같은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게 현실이다.

대·중소기업간 상생을 목적으로 출범한 동반성장위원회(이하 동반위)가 지난주 출범 4주년을 맞았다. 동반위는 설립 초부터 그 실효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논란의 한 복판에 있었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을 두고 대·중소기업 간 첨예한 갈등은 여전하다.

적합업종 지정여부는 해당사업을 하는 대·중소기업 모두에게 회사생존을 결정짓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의욕적으로 벌이던 사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 난감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자의도 아니고 타의로 사업철수를 하는 것 만큼 황당한 일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에게는 자신의 사업이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느냐의 여부가 곧 생사를 가름한다. 적합업종을 두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한치 양보없는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동반위는 요즘 적합업종 재지정 및 신규지정 품목을 확정하느라 분주하다.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82개 품목의 유효기간이 속속 끝나고 있어서다. 적합업종으로 확정되고 3년이 지나면 다시 심사를 거쳐 재지정 여부를 결정해야한다. 올해는 적합업종 연장을 신청한 77개 품목 가운데 김치, 전통떡, 단무지, 골판지상자 등 26개 품목을 재지정하고 신규로 보험대차 서비스업등 4개 품목을 추가했다.

‘중기적합업종’이라는 단어가 시대적 화두가 된 현실은 우리의 치부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대기업들의 무분별한 사업영역 확장이 위험수준에 도달했음을 적시한다. “산업생태계의 파괴가 위험수준에 달했다”는 중소 급식업체 대표의 절규는 핵심을 찌른다.

산업생태계는 자연생태계와 근본적으로 닮아있다. 자연계에서는 종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순간, 살아남는 종은 있을 수 없다. 총체적 멸종이다. 산업생태계도 다르지 않다. 대·중·소 다양한 규모의 업체들이 각자 덩치에 걸맞는 사업영역에서 상생하지 못하는 산업생태계는 오래가지 못한다. 그 종착역은 산업생태계의 전체적 붕괴이자 전멸이다.

대·중·소기업 모두 산업생태계를 떠받치고 있는 삼각 기둥이다. 한 쪽이라도 무너지면 도미노식으로 산업생태계 전체가 쓰러진다. 특히 산업생태계에서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종의 다양성은 줄어든다. 중소기업이 설자리는 그만큼 줄어들어서다. 중소기업이 사라진 산업생태계를 기다리는 운명 또한 생태계의 종말일 뿐이다.

적합업종제도의 실효성을 두고 여전히 총론은 물론 품목별로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하나의 품목이나 시장이라는 지엽적 사안에 얽매여서는 소탐대실할 공산이 크다. 전체 산업생태계와 한국경제의 균형적인 성장환경 조성이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상생이 안되면 공멸 뿐이기 때문이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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