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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아파트 후분양제 꼭 해야 하나

입력시간 | 2017.03.16 05:30 | 조철현 기자  choch21@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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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 보고 구매, 장점이지만 건설사 금융비용에 분양가↑
소비자도 목돈 마련 부담 실익없어…제도화는 위험
[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소비자는 물건을 사기 전에 그 제품의 상태를 꼼꼼하게 살피고 다른 제품과도 비교한 뒤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한다. 그게 상식이다. 가게에서 과일을 살 때도, 백화점에서 옷을 고를 때도 이 같은 상식은 통용된다. 그런데 이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주택 분양시장이다. 우리나라 주택 수요자는 일평생 가장 비싼 물건인 아파트를 모델하우스(견본주택)만 보고 살지 말지 결정하는 것이다.

아파트 선분양 제도가 도마에 올랐다. 정치권이 나섰다. 국민의당 정동영 의원과 윤영일 의원이 지난해말과 지난달 후분양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주택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얼마 전에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후분양제 관련 연구용역에 나서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시민단체도 가세했다. 경실련은 “후분양제를 의무화하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후분양제는 말 그대로 건설사가 집을 거의 다 지은 뒤 분양하는 제도다. 소비자가 지어진 아파트 외관이나 마감재 등을 직접 확인하고 살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하지만 후분양제는 현실성이 떨어지고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게 문제다. 정부가 2004년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 로드맵까지 마련했지만 그 이후 유야무야된 것도 다 이런 연유 때문이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는 그간 입주 예정자에게서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받았던 건설 비용을 자체적으로 조달해야 한다. 금액 규모가 만만찮아 금융권에 손을 벌릴 공산이 크다. 금융기관 대출에 의존하게 되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늘어난 금융비용은 결국 분양가에 얹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분양가가 주변 시세와 비슷하게 책정될 가능성이 커지고, 그만큼 소비자들은 싸게 집을 구입할 기회를 잃게 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분양가 상승과 함께 짧은 기간 목돈을 마련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된다. 지금은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공사 기간(통상 2~3년) 동안 조금씩 돈(중도금)을 냈지만, 후분양제에선 짧게는 몇 개월 안에 비싼 집값을 치러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 건설사들은 주택사업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후분양 시행으로 주택 공급시장이 소수의 대형 건설사 위주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후분양 찬성자들은 후분양이 분양권 불법 전매와 투기를 억제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럴 수도 있다. 후분양이 시행되면 분양과 완공 시점 차이에서 파생되는 분양권 전매시장이 사실상 사라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투기 행위가 선분양제 때문인지는 검증되지 않았다. 장기 저금리와 투자처 부재가 더 큰 원인이라는 주장도 만만찮다.

후분양제 도입 논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진 느낌이다. 현행 관계 법령 어디를 봐도 “아파트 등 주택은 선분양으로 공급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공급자(건설사)가 선분양제나 후분양제를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는 것이다. 또 우리나라에만 선분양이 있는 것도 아니다. 미국·영국·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사업자 판단에 따라 분양 방식을 자유롭게 선택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후분양 아파트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지금도 후분양 방식으로 아파트를 지어 파는 건설사들이 있다. 결국 선분양은 공급자와 수요자가 시장 여건에 맞춰 선택한 거래 형태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선분양·후분양 논의는 크게 실익이 없어 보인다. 그냥 시장에 맡기면 될 일이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섣불리 후분양제를 강제하는 것은 소비자와 사업자에게 모두 위험한 선택을 강요할 뿐이다. 정부든 정치권이든 시장 개입은 신중해야 한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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