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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편지]① 클래식 축제로 뜨거운 영국의 여름

입력시간 | 2017.07.31 06:00 | 이성재 부장  show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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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런던에 온다면 꼭 프롬스 방문을
격식없고 저렴하게 클래식음악을 즐길 수 있는 기회
[런던에서 온 편지]① 클래식 축제로 뜨거운 영국의 여름
로열앨버트홀(사진=이민정 통신원).


[영국 런던=이데일리 이민정 통신원] 영국의 여름은 클래식의 열기로 뜨겁습니다. 지역마다 다채로운 클래식 공연을 선보이는데요. 그중에서 단연 인기 많고 압권의 클래식 페스티벌은 런던 사우스 켄싱턴 지역의 로열앨버트 홀에서 열리는 ‘BBC 프롬스(Proms)’입니다. 영국 공영방송 BBC가 클래식 대중화를 위해 매년 여름 전 세계 유명 오케스트라를 불러서 여는 클래식 축제인데 1895년 런던 퀸스 홀에서 시작됐으니 프롬스의 역사는 120년이 넘습니다. 런던필하모닉, BBC 필하모닉 등 유수의 오케스트라를 보유한 것에서 알수 있듯 런던은 클래식에 애정이 각별하고 투자를 많이 하는 도시이기도 하죠.

올해도 어김없이 7월 중순부터 시작해 9월 초까지 로열앨버트홀에서 약 90회의 클래식 콘서트가 열립니다. 하이든, 슈베르트, 쇼팽, 말러, 베토벤, 드보르작 등 클래식 거장들의 음악을 전세계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와의 연주로 들을 수 있는 기회입니다. 저는 며칠 전 세계적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이 이끄는 독일 명문 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공연을 다녀왔습니다. 엘가의 심포니 No.2는 언제 들어도 좋더군요. 바렌보임은 콘서트 도중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인 브렉시트(Brexit)를 비난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받기도 했죠. 9월7일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는 비엔나 필하모닉의 말러 심포니 공연에도 꼭 가보려고요.

[런던에서 온 편지]① 클래식 축제로 뜨거운 영국의 여름
지휘하는 다니엘 바렌보임(사진=로열앨버트홀).
BBC프롬스의 주 무대가 되는 로열앨버트홀도 스토리가 있는 곳입니다. 19세기 대영제국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빅토리아 여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 앨버트공을 그리워하면서 이름 붙인 공연장입니다. 둘 사이에 자녀가 9명이 될 만큼 부부 사이는 애뜻했는데 이들의 아들, 딸들이 모두 유럽 각국의 왕족 또는 귀족과 결혼해 결국 유럽 전 왕실이 빅토리아 여왕의 후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앨버트공은 교육에 관심이 많아 교육 개혁에 힘썼고 국민의 문화 수준을 높이고자 현재 로열앨버트홀이라고 불리는 이 공연장에 사재를 털어서까지 지원했죠. 앨버트공이 사망하자 빅토리아 여왕은 공연장 건설을 마무리하고 이름을 로열앨버트홀이라고 짓습니다. 또한 로열앨버트홀 맞은편 하이드파크에 웅장하고 고급스러우면서 아름다운 앨버트공 동상과 추모비를 세워 앨버트공이 그렇게 심혈을 쏟았던 공연장을 영원히 지켜볼수 있도록 했습니다.

앨버트공이 문화 대중화를 위해 앨버트홀을 지은 이념에 걸맞게 프롬스의 매력이라면 딱딱한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또 저렴한 가격에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죠. 이곳 방문에는 어떠한 드레스 코드도 없습니다. 무대가 가장 잘보이는 명당석은 영국 여왕인 엘리자베스 2세의 좌석과 왕실 가족석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또한 여느 공연장처럼 무대와 가까울 수록 좌석 가격은 비싸집니다.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이 눈여겨볼 것은 가장 저렴한 6파운드(환율 파운드당 1500원 기준, 한화 약 9000원) 좌석입니다.

[런던에서 온 편지]① 클래식 축제로 뜨거운 영국의 여름
로열앨버트홀 내부(사진=로열앨버트홀).
로열앨버트홀의 가장 꼭대기 층인 갤러리나 1층 중앙홀 무대에서 의자없이 서서보는 입석이 6파운드입니다. 이들 표 가격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5파운드였는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가 가시화되면서 파운드 가치가 하락하자 6파운드로 올랐습니다. 단돈 9000원에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최고의 음향시설을 갖춘 웅장한 공연장에서 즐길수 있다면 놓칠수 없겠죠. 다만 1층 무대 앞 홀의 경우 무대와 가깝기는 하지만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을 때는 다리가 아파도 바닥에 앉기 어려운 단점이 있고, 갤러리석은 바닥에 집에서 가져온 담요 등을 깔고 앉거나 심지어 누워서 공연을 감상할 수도 있지만 무대와 거리가 멀어서 지휘자나 공연자의 표정, 몸짓 등을 감상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죠.

이 6파운드의 티켓을 손에 쥐는 것도 그렇게 만만치는 않습니다. 이 티켓은 당일 공연을 현장판매로 파는데 오후 7시30분 공연이면 오후 5시30분부터 매표소 앞에서부터 시내 쪽으로 긴 줄이 늘어서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과 부모, 연인, 교복 입은 학생들이 삼삼오오 줄을 서있는데요. 많은 이들이 영국 슈퍼 봉지를 들고 있습니다. 줄을 서 있는 시간이 저녁 시간대인데 이들은 공연을 기다리면서 슈퍼마켓에서 사온 샌드위치, 샐러드, 과일, 음료수 등을 꺼내먹고 수다를 떨면서 대기 시간을 즐겼습니다. 혼자 온 사람들의 손에는 슈퍼마켓 봉투와 책이 들려있었구요. 그런데 문제는 이렇게 오랫동안 줄을 서 있어도 모두 다 입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입니다. 6파운드석은 200장으로 제한돼 있거든요. 제 차례까지 티켓이 남아있을지 없을지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앞의 줄이 줄어드는 것을 숨죽이며 기다리다가 드디어 6파운드 티켓을 받아들고 입장해 웅장한 클래식을 감상할 때 가슴 벅참은 이루 말할 수 없죠. 여름에 런던에 오신다면 프롬스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요.
[런던에서 온 편지]① 클래식 축제로 뜨거운 영국의 여름
로열 앨버트홀 밖으로 길게 늘어선 줄(사진=이민정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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