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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박근혜식 외교, 무엇이 문제였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입력시간 | 2017.03.16 06:00 | 이민주 부장  hankook6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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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박근혜식 외교, 무엇이 문제였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내치(內治)와 외교(外交) 사이의 단절과 연결을 명확히 설명하기는 어렵다. 이 둘 사이에는 적절한 균형과 견제가 필요한데,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필요 이상으로 지배하려고 들면 필연적으로 문제가 발생한다. 과거 히틀러의 과욕, 일본의 이웃국가 침략, 심지어 미국의 베트남전 실패 등의 사례에서 보듯이, 내치와 외교 사이의 건강한 균형이 깨어질 때 국제사회는 커다란 시련에 부딪치곤 했었다.

한국의 경우 북한문제의 특수성이라는 매우 독특한 대내외적 환경으로 인해, 외교안보 전반에 걸친 판단 기준과 정책 기조가 국내정치적 영향력에 지배당할 위험에 항상 노출되어 있다. 과거 군사정권의 정당성을 포함하여, 지금은 영향력이 많이 사라졌지만 ‘북풍(北風)’이라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한국 사회의 방향성은 북한 문제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았고, 그 연장선상에서 대외관계의 포괄적인 기준이 설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북한문제가 악화되면 될수록, 김정은 정권이 핵무기에 집착하면 할수록, 북한문제를 포함한 우리의 대외관계를 국내정치적 연장선에서 접근하려는 욕망을 자제할 수 있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는 북한문제와 외교를 ‘정치화(政治化)’한 커다란 우(憂)를 범했다. 국내정치적 관점에서 혹은 외교영역 고유의 접근법으로 외교를 다루지 않은 결과, 현재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상황은 매우 곤란한 처지에 놓여 있는 것이다. 북한을 상대로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문제 의식은 옳은 것이었기에, 북한의 방해와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면서 추진할 신뢰프로세스의 정치적 의지와 콘텐츠가 필요했다. 하지만 문제의식만 있을 뿐 아무런 콘텐츠가 없었다. 선거를 위해 유권자 귀에 솔깃할 어젠더만 던졌던 것이다.

집권 초기부터 일본을 상대로 그렇게 강하게 ‘스탠스’를 잡는 걸 보면서, 국민 다수는 이번에는 대(對)일본 관계를 정상화시킬 복안이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3년만에 그렇게 쉽게 한일합의가 이뤄지는 걸 보면서, 결국 3년의 시간은 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중국의 2차 대전 전승절 기념 퍼레이드를 보기 위해 우여곡절 끝에 소위 ‘망루외교’에 참여하기로 결정한 걸 보고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적절한 외교적 입장을 취하면서 우리의 실리를 챙길 해법이 선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20여년간 어렵게 쌓아 올린 한중관계의 기반이 이렇게 쉽게 침식당하는 걸 보면서 결국 미중 사이에서 이익의 균형이라는 주장 역시 아무런 외교적 콘텐츠 없이 국내정치적 목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모든 게 나빴던 것은 아니다. 신뢰가 없이는 어떠한 남북한 합의도 무의미하다는 취지의 ‘신뢰프로세스’, 동북아의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고서는 한국의 국가이익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현실적인 판단에서 설정한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꺼져가는 성장동력의 불씨를 유라시아 전체 차원에서 접근해서 되살려 보자는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이런 정책 옵션들의 문제의식은 대다수 국민들이 동의하였고, 집권 초기 적잖은 기대를 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의식을 끌고 나갈 동력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내고 확보하는 것이지, 북한 때문에 중국 때문에 혹은 야당 때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면, 결국은 의지와 콘텐츠의 결핍으로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북한의 행동은 이미 궤도에서 많이 이탈했다. 핵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려고 할 것이다. 동북아 국가들을 상대로 일종의 도박에 가까운 게임을 계속할 것이 자명하다. 이럴 때일수록, 북한에 대한 반감이 커져만 가는 국내정치적 분위기에 휩쓸려서는 안 된다. 외교 잘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다. 외교 영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룩하는 데에 성공한 지혜와 노하우와는 전혀 다른 전략과 지혜가 필요한 게임이다. 박근혜 정부의 외교실패가 주는 교훈이 허되지 않게 잘 새겨졌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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