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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 박근혜 탄핵 판결문 감상법.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입력시간 | 2017.03.14 06:00 | 이민주 부장  hankook6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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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 칼럼] 박근혜 탄핵 판결문 감상법. 오수근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
오수근 교수


[오수근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학적성시험연구사업단 단장] 스포츠든 뉴스든 생방송을 본 것이 몇 년 만이었다. 탄핵사건 선고를 접하면서 헌법 재판관들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선 간결하고 명확한 한글 문장으로 표현해서 고마웠다. 법령이든 판결이든 법률문장은 난해하기로 악명이 높다. 법률 문장은 일반적으로 생경한 용어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문장 자체도 끝없이 이어지며 끝내는 주어와 술어를 잃게 만든다.

우리나라가 일본법을 계수하면서 일본 법제도의 나쁜 습관까지 받아들였는데 그 중 하나가 판결문을 하나의 문장으로 쓰는 것이었다. 1970년대 이후 법령이나 판결문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쓰기 위한 여러 노력이 있어 많이 개선되었지만 아직도 법률문장은 한글을 얼마나 어렵게 쓸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예로 인용된다.

그런데 이번 판결문은 간결하고 명확해서 필자도 논리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가기관은 헌법에 근거하여 존립하고 헌법을 만드는 힘의 원천은 국민”이라고 명시했는데, 판결문 자체가 그 이념을 충실히 따랐다. 권력의 원천이 국민이라면 국민과의 소통은 주권재민의 실천적 요청이다. 일반 국민이 알아들을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함으로써 국민과의 소통에 성공했다. 앞으로 법학도들이 이번 판결문을 잘 공부하여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법률문장을 쎴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을 접하면서 반대 의견이 없는 것에 크게 안도하며 감사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에서는 크게 두 가지 판단을 하게 된다. 하나는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에 위반한 일이 있는가이고, 다른 하나는 위반한 일이 있다면 그 위반이 대통령직에서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가이다. 헌법과 법률 위반 여부는 비교적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양 당사자가 제출한 증거를 토대로 사실판단을 하는 것이어서 전문가의 판단이 다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그러나 위반의 중대성에 대한 판단은 각 재판관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헌법재판처럼 가치관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경우에는 만장일치를 기대하지 않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평의 결과 헌법재판관님들의 생각이 자연스럽게 하나로 모아졌다면, 온 나라가 두 진영으로 갈라져 대립하는 상황에서 우리 사회는 든든한 기준점 하나를 갖고 있는 셈이다. 종국적인 판단자가 예측 가능한 기준을 가졌다는 것은 혼란한 상황을 안정시키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

만일 반대의견을 가졌지만 더 큰 가치를 위해 자신의 생각을 고집하지 않은 재판관이 있다면 그 용기에 경의를 표한다. 민주주의는 내 이야기를 하고 남의 이야기를 듣는 것에서 출발하지만 어느 시점에서는 결론을 내야 한다. 결론을 달리하는 소수의 반대의견은 사회의 다양성을 위해 필요하지만 반대의견 없이 일치된 결론을 내는 것이 더 나은 때도 있다. 이번은 하나의 목소리가 필요한 드문 경우였다.

선고 후 퇴장하는 재판관들의 모습을 보면서 재판 기간 내내 품위를 지켜주신 것이 고마웠다. 대리인들의 무례한 언사가 여러 번 있었지만 시종 존대어를 써가며 재판부의 품위를 지켜서 아직 우리나라에 품위를 유지하는 직군이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었다. 사건도 지고 체면도 잃은 대리인들이 이야기하는 법치주의는 재판부에 대한 존중 없이는 불가능하다. 수십년 법조에서 온갖 영화를 누린 분들이 재판부에 막말을 하는 와중에서도 품위를 지키신 재판관들께 감사드린다.

나의 감사는 여기서 끝낼 수 없다. 인터넷에서 이정미 재판관님의 머리에 남아 있던 헤어롤 사진을 보고 안쓰러움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국민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재판은 기계가 하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한다는 것을 다시 생각했을 것이다. 우리 모두 완벽하지 않지만 최선의 논리로 설득하는 것이 법치사회이다.

한마디만 더.

“헌재 재판관 여러분, 수고하셨습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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