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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확대경]만리장성은 매번 안에서 열렸다

입력시간 | 2017.03.28 06:05 | 권소현 기자  juddi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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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중국 만리장성의 큰 문은 밖에서 열린 적이 없다”

춘추전국시대부터 중국 3000년 역사를 보면 북방 민족의 침입을 막는데 있어서 만리장성의 역할은 상당했다. 기원전 770년인 춘추전국 시대 때부터 북쪽 유목민족을 막기 위해 부분적으로 성을 쌓았고 춘추전국을 통일한 진나라 시황제가 이 성을 길게 잇는 작업을 하면서 철벽 장성이 완성됐다. 오늘날 동쪽으로는 산해관, 서쪽으로는 자위관에 이르기까지 동서로 뻗은 만리장성의 모습은 명나라 때 갖춰졌다.

만리장성이 수비용으로 어느 정도 효용이 있었는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다소 엇갈리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침입세력이 만리장성을 무력으로 넘는 데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사실이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고 갈등이 고조되면서 배신자가 나오거나 반란이 일어나 ‘내부의 적’이 안에서 문을 열어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명나라다. 부강한 나라였던 명나라는 13대 황제인 만력제 시대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만력제 즉위 초기만 해도 만력중흥이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무사태평했지만 어린 시절 국사를 대행했던 장거정이 죽고 난 이후 만력제는 30년간 정사를 돌보지 않았다. 음주가무와 재산축재에만 열을 올리면서 탐관오리들이 득세했고 조선의 임진왜란 등에 대규모 파병을 하면서 명나라 재정도 엉망이 됐다.

만력제 사후 뒤를 이은 태창제, 천계제, 숭정제도 혼란을 수습하지 못했고 농민반란이 일어나면서 명나라는 운을 다했다. 당시 계속 세를 불리던 후금이 호시탐탐 남하를 노리고 있었지만 명나라 장군인 오삼계가 만리장성의 주요 거점인 산해관을 잘 막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농민반란을 주도해 자금성을 차지한 이자성 휘하의 장수 유종민이 오삼계의 애첩 진원원을 취하자, 오삼계는 격분한 나머지 산하이관의 문을 열어줬다. 덕분에 후금 군대는 만리장성을 유유히 넘어 베이징으로 진격했다.

춘추전국 시대를 통일한 진나라 역시 아이러니하게도 만리장성을 쌓으러 가던 자국민의 반란 때문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통일 후 강력한 통제정치에 나선 진시황은 만리장성 확장 등 각종 토목공사에 대대적으로 국민을 동원했다. 전국에서 차출된 이들이 제날짜에 도착하지 못하면 사형에 처할 정도로 엄격했다. 만리장성 공사를 위해 차출돼 900명의 농민과 함께 지금의 베이징 지역으로 향하던 진승과 오광은 폭우를 만나자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며 반란을 일으켰다. 시황제가 전국을 통일해 세운 진나라는 그렇게 15년 만에 멸망하게 됐다.

한때 중국 대륙을 호령했던 강력한 국가들이 결국 외세 침략이 아닌 내부 요인 때문에 망하게 된 것이다. 안에서 썩어서 곪기 시작한 상처 앞에서는 만리장성도 무용지물이 됐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한반도 배치에 따른 한·중 외교갈등, 북한 도발로 인한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대외무역 위축 우려 등 나라밖 위험요인이 상당하다. 이럴 때일수록 내부 결속이 가장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에 이어 장미대선에 돌입했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에 승복하자는 목소리는 공허한 메아리가 된 채 갈등만 더 깊어지는 양상이다. 국가 안에서 균열이 생기고 갈등이 깊어지면 밖으로 아무리 튼튼한 만리장성을 쌓아놓고 있어도 망할 수밖에 없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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