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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좌우' 싸우는 선진국은 없다

입력시간 | 2017.03.29 07:19 | 이민주 부장  hankook66@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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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멱칼럼]`좌우` 싸우는 선진국은 없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


정부 수립이후 국회 탄핵으로 인한 현직 대통령에 대한 최초의 파면사태는 그야말로 연초부터 격랑의 사회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학자 매컨타이어는 “어떤 사회는 정치제도에 의해 사회적 난관을 극복할 수도 있고 반대로 그 정치제도 때문에 사태가 악화될 수도 있다”고 했다. 헌법수호를 위한 탄핵제도가 오히려 예기치 않은 극도의 사회혼란으로 확대되고 있어 탄핵제도 그 자체의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검토해 보아야 한다. 이번 사태의 근본 원인은 대통령 측근의 부정부패가 핵심이다. 최순실 등 몇몇 관련자들의 개인적인 경제적 사익추구가 이번 사태의 본질이다. 그런데 과거 정권들과는 달리 단순한 측근 부정부패에서 그치지 않고 대통령 파면이라는 엄청난 파국으로 치달았고 사회는 보수와 진보의 이념대립으로 극도로 분열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헌팅턴 교수는 20세기 이후 세계는 민족국가 간 충돌에서 이데올로기 충돌로 그리고 문화적 충돌로 이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국제적인 기준에서 주장한 것이기는 하나 각국의 국내적인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 현재 선진국이나 선진국에 진입하려는 국가 중에서 국내적인 이데올로기의 정치이념적 문제로 사회가 혼란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모든 선진 국가들은 정치이념적 문제로 사회가 혼란하기보다 대부분 경제문제이거나 인종문제, 환경문제 등 단순한 사회이슈의 문제로 대립할 뿐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이념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사회는 선진국이 되기 어렵고 민주주의 확립은 더욱 불가능하다. 대통령의 친인척 또는 측근의 부정부패 문제는 정부수립이후 대부분 정권에서 지속되었다. 대통령은 선거 당시 또는 자신의 인생에서 많은 도움을 주었던 특정 조직이나 개인에게 어느 정도 연계되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상황을 대통령 친인척이나 측근들이 자신들 개인의 불법적 사익 추구로 활용해 온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이번 사태로 우리나라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적 대립으로 극도의 사회혼란과 국론분열을 가져왔음에도 민주주의가 발전되었다고 평가하는 것은 보고 싶은 쪽만 보는 사람들의 피상적 견해일 뿐이다.

민주주의가 성숙되었다면 보수, 진보의 대립은 사라지고 사회질서가 안정되고 국론이 통일되어 국가와 사회 발전으로 연결되어야 한다. OECD 선진국가들 중 현재 우리나라보다 경제 수준이 상위인 국가들이 우리나라처럼 이데올로기 대립으로 사회질서가 혼란한 나라는 없다. 어설픈 민주주의는 모든 것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보스니아 사태는 민주주의 제도를 통해 유럽 최악의 전쟁범죄를 합법화해주는 우(愚)를 범하고 말았다. 설익은 민주주의가 얼마나 큰 위험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사회 일부 집단의 힘으로도 대통령이 파면될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었으나 이것이 선진 민주주의의 발전으로 바로 연결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좌우의 이념대립이나 사회혼란이 없이 사회적 합의가 전제되었어야 하는데 이번 사태는 사회적 합의를 담보한 적이 없어 선진 민주주의의 확대로 단언할 수는 없다.

한국정부의 역사는 이념이나 정당보다 인물 중심으로 전개되어 오다보니 이제까지 우리 국민은 제대로 된 이념 내용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이념적 대립으로 인한 국민의 잘못된 선택은 역사의 불행이며 중우정치의 출발로 이어질 수 있다. 정치가들은 이러한 정치적 상황을 이용하여 대중들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다지는 계기로 활용하게 되며 그 결과 대의정치는 사라지고 인기영합적 중우정치만 남게 되는 것이다. 특히 현재 우리의 상황과 같이 대통령 임기 말에는 정권쟁취를 위한 권력 투쟁이 극한에 달하게 되어 진보와 보수의 이전투구는 정책선거를 실종시키고 오직 선거 승리만을 위한 인신공격과 마타도어만 난무할 뿐이다.

자기주장만이 무한정 강조되고 승리한 자들의 결과만이 진실로 인정되며 반대편 주장들은 철저히 외면되어 사라지는 우리의 사회 현실이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혼란한 이념대립의 굴곡진 한국의 현대 정치사에서 앞으로도 보수, 진보 양측이 자기집단만의 승리에만 무한정 집착한다면 선진 민주주의 확립은 요원해질 것이다.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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