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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의 눈] 정치가 사라진 공간

입력시간 | 2017.03.28 10:51 | 안승찬 기자  ahnsc@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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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前대통령은 합의 중시하는 민주주의 강조
트럼프는 협박부터..이탈표 많아 표결도 못해보고 좌초
성과 없이 요란한 구호만..설득·타협하는 정치의 실패
[특파원의 눈] 정치가 사라진 공간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안승찬 특파원] “그 사람의 시각을 통해 볼 수 없다면 절대 그를 이해하지 못할 거야. 네가 그 사람의 피부에 올라타 걸어 다녀보기 전까지는 말이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고별사에서 민주주의를 말하며 소설 ‘앵무새 죽이기’의 한 구절을 인용했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저 그 사람은 어땠을까, 상상하며 어림잡아 짐작할 뿐이다. 부부싸움이 왜 일어날까 곰곰이 생각해보면 서로의 입장을 자기방식으로만 이해하기 때문에 생긴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서로 다른 사람들이 함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민주주의라고 생각했다. 나만 옳고 다른 사람은 틀렸다고 생각하면 대화가 성립되지 않는다. 마주 앉아 있을 이유가 없다. 물론 자기 하고 싶은 데로 못한다는 단점은 있다. 오바마케어도 그랬다.

8년 전 추진된 오바마케어는 전 국민을 의료보험에 가입시키겠다고 시작된 개혁이었다. 미국은 한국의 건강보험같은 국가 의료보험 시스템이 없다.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제외하고 각자 알아서 민간 의료보험에 들어야 하는 구조다. 병원비가 상상을 초월하는 미국에서 형편이 어려워 의료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이 4400만명에 달했다. 미국 인구의 14%다.

오바마케어는 수많은 공청회와 비공개 대화를 거쳤다. 당시 야당이던 공화당은 새해 예산안 처리를 거부하자 연방정부가 업무정지(셧다운)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래도 오바마 전 대통령은 포기하지 않았다. 결실을 보는데 1년 이상 걸렸다.

하지만 곧 부작용이 나타났다. 공적 의료보험의 역할을 민간 보험회사가 맡긴다는 구조적 한계가 컸다. 보험료가 통제 불능이었다. 작년 대선을 앞두고 보험료가 평균 25%씩 올랐다. 어떤 곳은 50% 이상 올랐다. 민주당의 대선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의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오바마케어를 두고 “이건 정말 미친 짓”이라고 했을 때도 이때 쯤이었다.

이 틈을 파고든 게 트럼프케어다. 브로콜리가 아무리 몸에 좋기로서니 억지로 모든 국민한테 먹일 수는 없는 거 아니냐.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논리다. 트럼프케어는 오바마케어의 의무가입 조항을 없앴다.

그런데 막상 오바마케어를 없애려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보험료는 별로 안 떨어지고, 돈이 없어 의료보험에 가입허지 못하는 사람만 급증하는 것 아닐까. 오히려 역풍을 맞는 것 아닐까. 미국의 의회예산처(CBO)는 트럼프케어가 도입되면 10년 내에 미국에서 3200만명 이상의 보험 미가입자가 새로 발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불안감에 기름을 부었다. 공화당 내 이탈표가 속속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설득과 타협 대신 택한 건 협박이었다. 그는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 트럼프케어에 실패하면 당신들은 의원 자리를 잃게 될 거라고 했다. 트럼프케어가 싫으면 오바마케어를 그냥 놔둘 것이라는 엄포도 놓았다. 공화당 내부에서 “이게 독재 아니냐”고 했다.

결국 트럼프케어는 표결도 못 해보고 좌초했다. 까칠한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가 자초한 좌절, 초보 정치인이라는 방증”이라고 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구호만 요란하고, 정작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정치가 사라진 공간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길을 잃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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