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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수억짜리 쇼핑을 한 소비자가 '봉'이 되는 나라

입력시간 | 2017.08.04 05:30 | 정다슬 기자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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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평생 모은 돈으로 마련한 집인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할머니는 울먹였다. 무려 3억원을 넘게 주고 구입한 아파트다. 자기 인생에서 가장 대담한 쇼핑이었을 테다. 그러나 입주 후 끊이지 않는 하자 투성이 집을 보면서 그 선택을 되돌리고 싶다고 했다.

경기도가 지난달 31일 주택건설업체 부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 들어선 ‘동탄애듀밸리부영’ 아파트의 하자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윗집 난방 파이프가 파손되면서 아랫집 천장이 무너지기도 하고 비가 오면 지하 주차장과 도로 등이 침수되는 현상도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 같은 하자는 단순한 불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집 안에 비가 새면서 전기 합선으로 큰 인명 피해를 낳을 수도 있다.

부영의 아파트 부실 공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얼마 전 입주를 마친 동탄2신도시 ‘동탄2신도시청계숲사랑으로부영’도 시멘트가 가루로 변해 으스러지고 반복되는 누수로 벽면에 곰팡이가 끼는 문제가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700여가구의 입주민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AS센터에 하자 내용이 담긴 벽보를 붙이고 관할 지자체의 수장인 화성시장에 문자 폭탄을 보내는 것 뿐이다.

사실 이 같은 일이 부영만의 문제도 아니다. 부영은 그 정도가 워낙 심해 수면에 드러났지만 많은 입주민들은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도 집값이 떨어질까 두려워 이를 공론화하기 꺼린다. 이 집은 내가 사는 거주지이기도 하지만, 나의 가장 큰 자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결국 수억원짜리 쇼핑을 하면서도 내가 사는 물건이 어떤 지도 모르는 선분양 제도 자체가 문제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먼저 분양대금을 내고 그 돈으로 집을 짓는 선분양 제도는 과거 대규모 주거지를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분명 효율적인 방식이었다. 그러나 이전처럼 경제 규모와 인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시기는 지났다. 이미 주택 보급율은 100%를 넘어섰다. 수억원짜리 쇼핑을 하고도 ‘봉’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바꾸는 고민을 시작해야 할 때다. XML: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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