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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나라 곳간에 세금 넘친다는데…증세는 왜?

입력시간 | 2017.07.18 05:30 | 박종오 기자  pjo22@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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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요즘 뉴스를 보면서 이상하다는 생각을 한 적 없는가?

한쪽에서는 “정부 세금이 워낙 잘 걷혀 올해 나라 씀씀이를 10조원 넘게 늘리는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도 무리가 없을 정도”라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문재인 정부는 증세(增稅)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쓴소리한다. 정부는 이런저런 답 없이 뒷짐만 진 모양새다. 둘 중 누구 말이 맞는 걸까?

◇초과세수는 ‘정부 예측’보다 더 걷힌 세금일 뿐

[팩트체크]나라 곳간에 세금 넘친다는데…증세는 왜?
△주유원이 16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에서 승용차에 기름을 넣고 있다. 이날 정부는 소상공인과 영세 중소기업에 내년도 최저임금 초과 인상분 3조원 가량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나라 곳간에 세금이 풍족하다는 얘기의 주요 근거는 ‘초과(超過) 세수’다. 일정 기준보다 세금이 더 들어오고 있다는 얘기다.

일단 요새 세금이 제법 잘 걷히는 것은 맞는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들어 5월까지 국세 수입은 123조 8000억원으로 지난해 1~5월(111조 7000억원)보다 11조 2000억원 늘었다. 작년보다 10% 증가한 것이다. 이는 정부가 전망한 올해 경상 성장률(물가 상승 요인을 반영한 경제 성장률·3.8%)을 2배 이상 웃돈다. 세금 수입이 늘어나는 속도가 경제 규모가 커지는 것보다 빠르다는 뜻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정부도 올해 국세 수입 전망을 늘렸다. 애초 올 한 해 242조 3000억원이 걷히리라 예상했다가 251조 1000억원으로 수입 예상액을 8조 8000억원을 증액했다. 초과 세수(국세 예상 증가분) 8조 8000억원이 생길 것으로 보고 이 돈을 11조 2000억원 규모 일자리 추가경정예산을 집행하는 데 필요한 재원으로 돌려썼다.

◇정부 재정 10년째 적자 고착화

[팩트체크]나라 곳간에 세금 넘친다는데…증세는 왜?
※2017년은 예상치
[팩트체크]나라 곳간에 세금 넘친다는데…증세는 왜?
※2017년은 예상치
문제는 초과 세수가 생겼다는 것이 곧 나라 곳간이 넉넉하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이다. 초과 세수란 일정 기준, 즉 당초 정부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쓰는 돈도 같이 따져봐야 한다. 한국의 재정 수지는 초과 세수를 합쳐도 이미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은 적자가 고착화한 상태다.

예를 들어보자.

홍길동 씨네 집 수입은 남편과 부인 벌이를 합쳐 월 400만원 정도다. 부인 일자리가 초등학교 계약직이다 보니 수입이 약간 들쭉날쭉하지만, 보수적으로 보면 대략 이렇다. 그러나 생활비와 자녀 교육비 등으로 나가는 고정적인 지출은 매달 430만원에 달한다. 홍길동 씨는 모자라는 돈을 메우기 위해 매달 30만원씩 은행 빚을 지기로 했다.

그러다가 이달에는 부인 일감이 생각보다 많아져서 수입이 420만원으로 증가했다. 홍길동 씨는 늘어난 20만원(초과 세수)으로 빚을 갚지 않고 아이 학원(추경)을 하나 더 보내기로 했다. 빚을 계속 쌓기로 한 것이다.

재정 당국 사정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기재부에 따르면 정부의 ‘관리재정수지’는 지난 2008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적자를 내고 있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의 전체 수입에서 지출을 빼고, 구조적으로 흑자가 나고 있는 국민연금 등 사회 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실질적인 나라 살림은 수입과 지출이 비슷한 ‘균형 재정’(통상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이 ±1% 이내)과는 동떨어져 있는 것이다.

◇전문가 “文정부 증세 반드시 필요”

[팩트체크]나라 곳간에 세금 넘친다는데…증세는 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왼쪽)과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이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 관련 긴급 당정협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이날 당정협의에선 지난 15일 최저임금위원회에서 내년도 시간당 최저임금이 7530원으로 결정됨에 따른 소상공인 재정지원 대책 등의 논의됐다. [이데일리 신태현 기자]
전문가들은 증세가 필요하다는 데 이견의 여지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정은 이미 적자인데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을 지키는 데에만 임기 5년간 178조원이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태일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4대강 사업은 몇 년간만 일시적으로 지출이 발생하는 것이었고, 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 지출도 길을 뚫을 때 정부가 빚을 지더라도 나중에 통행료 등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있다”며 “하지만 기초연금 인상이나 아동 수당 등 복지 지출은 갚을 방법이 없고 한 번 늘리면 계속 증가하는 지출이므로 항구적인 재원 마련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케인스(문재인 정부 경제 정책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 영국의 경제학자)도 경기 침체기에 정부가 돈을 풀어서 공공 근로 일자리를 만드는 등 한시적으로 경기 부양을 위한 빚을 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구조적이고 경상적으로 쓸 돈은 빚으로 시작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재정 준칙(準則)의 원칙”이라고 했다.

정부는 당장 내년에 명목세율(법으로 정한 세율) 인상은 없다고 공언한 상태다. 증세 문제도 연내 신설하는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중장기적으로 논의할 안건으로 넘겼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문 대통령 임기 5년 국정 과제를 다루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분명한 증세 로드맵을 내놓지 않고 뒤로 미룬 것은 증세 의지가 없다는 것”이라며 “적자 수지가 고착화하는 데 특정 해에 예측보다 세금이 더 걷히는 초과 세수가 생겼다는 이유로 증세를 미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오 위원장은 “정부가 직접세 증세 의지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경유세 등 간접세 인상 문제가 튀어나오니 세금 논의 전반이 부정적으로 흐르는 것”이라며 “소득세, 법인세, 상속·증여세, 보유세 등 직접세에 대한 확고한 증세 의지를 보여주면서 특수 성격을 가진 간접세도 함께 손보겠다고 논의를 짜나가야 논의가 생산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국민성장 자문위원장을 맡았던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새 정부가 추가하는 복지 정책을 제대로 하려면 증세를 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면 돌파를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증세를 추진할 1순위는 법인세, 2순위는 소득세, 3순위는 부동산 종합과세, 4순위는 부가가치세”라고도 제시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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