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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엇갈린 '블라인드 채용'…스피치학원 '호황' VS 사진관 '쪽박'

입력시간 | 2017.08.11 06:30 | 권오석 기자  kwon032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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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이 당락 좌우" 스피치 학원 강사 증원 등 즐거운 비명
증명사진 매출이 절반인 동네사진관 직격탄 맞고 폐업고민
"블라인드 채용 본질적 대책 아냐..공교육 정상화해야"
명암 엇갈린 `블라인드 채용`…스피치학원 `호황` VS 사진관 `쪽박`
지난해 11월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국가공무원 7급 공개 경쟁 채용 3차 면접시험 응시생들이 면접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A스피치학원. 점심시간임에도 불구, 십수 명의 취업준비생들이 수강 상담을 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대기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상담원은 언제 오느냐”며 초조해 하거나 “나중에 다시 오겠다”며 일부는 자리를 뜨기도 했다.

뒤늦게 도착한 취업준비생들은 앞서온 사람들이 대기석을 가득 매운 모습을 보고는 다른 학원을 알아보기 위해 발길을 돌렸다.

공기업 취업을 준비 중이라는 김모(28)씨는 “문자 상담 예약을 걸어놔도 답변이 안 오기에 직접 얼굴을 보고 상담을 하러 수원에서 여기까지 왔는데 헛걸음만 했다”고 허탈해 했다. 상담 대기실 뒤로 10평(33.05㎡) 정도 되는 강의실 2곳에서는 발성과 자기 소개 연습을 하는 수강생들의 목소리가 새어나왔다.

◇스피치 학원 상담 쇄도…강사 증원 등 즐거운 비명

문재인 정부의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추진 계획 발표 이후 스피치 학원을 찾는 취업준비생이 늘어나는 등 취업 사교육 시장에서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반면 이력서 사진촬영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동네 사진관들은 “‘블라인드 채용’ 정책으로 생존권마저 위협받고 있다”며 울상을 짓고 있다.

정부는 지난 9일 학벌, 출신지역은 물론 외모나 체중 등에 따른 차별을 철폐하기 위해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을 경력 공무원 채용에 우선 적용키로 하고 응시원서에 사진란을 삭제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가공무원 임용시험 및 실무수습 업무처리 지침’ 개정안을 마련해 행정예고 했다.

스피치 학원들은 때아닌 호황에 표정 관리를 하는 모습이다.

강남과 노량진에서 스피치 학원을 운영 중인 A씨는 “공공부문 블라인드 채용 계획 발표 이후 상담 요청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수강생들이 더 몰릴 것을 대비해 조만간 강사를 충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에 따르면 서울 시내 성인 대상 스피치 학원은 30여 곳으로 가격부터 강의 횟수, 코스 등은 학원별로 다양하다.

스피치학원에서는 호흡 발성과 기업 기출 문제를 분석해주는 1대 1 강의, 자세 교정과 모의 발표를 진행한 뒤 영상 촬영 피드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1회 수업에 대개 2시간에서 2시간 30분 정도 걸리며 한 달에서 두 달 기간 동안 5회~8회 강의로 이뤄져 있다. 개인 지도의 경우 월 평균 10만~20만원(1회 기준)이며 2명 이상 단체 지도의 경우 4만~5만원 정도다.

◇ 증명사진 매출이 절반…동네 사진관 직격탄

수입 60~70%를 ‘증명사진 촬영’에서 얻는 동네 사진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 잠실동에서 35년째 사진관을 운영 중인 김득한(62)씨는 “이력서 등에 사용하는 증명사진 촬영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데 블라인드 채용 정책 발표 이후 손님이 3분의 1이나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김씨는 “주변엔 이미 폐업을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블라인드 채용’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먹고 살 방도가 없다”고 호소했다.

이한국프로사진협회는 지난달 28일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공공기관 블라인드 채용 방침 반대 집회를 열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1000여명은 “스마트폰 확산으로 폐업 위기를 맞은 와중에 정부 정책이 기름을 부었다”며 “이력서 사진 부착금지를 철회하라”고 주장했다.

협회에 따르면 동네 사진관은 전국적으로 2007년 3만곳에서 올해 1만 4000곳으로 줄면서 1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서울 시내에는 4100여개의 사진관이 등록돼 있다.

명암 엇갈린 `블라인드 채용`…스피치학원 `호황` VS 사진관 `쪽박`
서울 송파구에 위치한 사진관에서 손님이 없는 동안 사진관 주인인 김득한(62)씨가 장비를 손보고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정책 취지 공감” VS “근본해결 필요”…의견 분분

블라인드 채용 정책을 두고 학연·지연 타파 등 고질적 현상을 깨트릴 수 있다는 긍정적 평가와 새로운 사교육 열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엇갈린다.

대학생 고주현(26)씨는 “학력·지역·외모 등 편견을 갖게 하는 요소를 배제하고 직무수행능력으로 평가하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낸 반면,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이모(27·여)씨는 “바늘구멍 같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서는 면접 대비를 위해 다른 학원 수강료를 감당해야 한다는 점이 또 다른 부담”이라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새로운 정책 도입에 따른 갈등 요소를 해소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을 주문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취업시장의 불확실성으로 학원가가 성행하는 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면서 “공정한 채용 과정을 위한 취지이기 때문에 정책을 폐기하기보단 갈등을 겪는 당사자들이 모여 대화를 통해 보완을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블라인드 채용 자체가 본질적인 대책은 될 수 없다”며 “공교육 정상화를 통해 같은 출발선상에서 공정하게 경쟁해 나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 근본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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