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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폭발물사건 후폭풍…도넘은 교수 갑질에 뿔났다

입력시간 | 2017.06.18 14:53 | 김보영 기자  kby584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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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폭발물 사건 이후 교수 인권 침해 실태 고발 줄이어
대학원생들 "폭탄 사건, 대학원생 인권 개선 계기돼야"
연세대·이대·서울대 등 권리장전·인권가이드라인 검토
연대 폭발물사건 후폭풍…도넘은 교수 갑질에 뿔났다
15일 오전 10시쯤 연세대 학과 교수 연구실에 사제폭탄을 설치해 교수를 다치게 한 혐의(폭발물사용)로 체포된 피해 교수 소속 대학원생 김모(25)씨가 마스크를 착용한 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서울 서대문경찰서 청사를 나서고 있다. (사진=김정현 기자)
[이데일리 김보영 김정현 권오석 윤여진 기자] “새벽 1시에 술 마시러 나오라 해도, 연구 과제를 끝낸 지 몇 달이 지난는대도 인건비가 안들어와도 교수에게 항의를 못해요. 지도교수가 제 졸업과 학점, 유학을 결정할 모든 권한을 쥐고 있으니까요. 교수 눈에 잘못 들었다가 인생이 흔들릴 수 있는 걸요.”

서울 유명 사립대 인문계 대학원 석사 졸업을 앞둔 A(26·여)씨는 지도교수에게 받는 스트레스로 1년째 남몰래 학업과 정신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다. 지도교수를 만나러 갈 때면 식은땀이 나고 속이 울렁대며 언제 교수에게 폭언을 들을지 모른다는 초조함에 시달린다.

A씨 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원생 동료도 마찬가지다. 지도교수가 제자들의 휴대폰 메신저 내역을 훔쳐보고 “이렇게 무능한 널 대학원 보내주시는 부모는 무슨 죄냐”는 폭언을 들어도 참아야 했다. 지난해 교수에 대들었다가 추천서를 받지 못해 결국 유학을 포기해야 했던 선배의 모습이 잊히지 않아서다.

지난 13일 연세대에서 발생한 텀블러형 사제폭탄 사고의 후폭풍이 거세다. 폭발물을 제작해 설치한 대학원생 김모씨는 지도교수의 폭언과 논문 작성과정에서 마찰에 불만을 품고 폭탄 테러를 결심했다고 고백했다. 대학가에서는 교수 갑질로 인한 대학원생들의 인권침해에 대한 고발과 경직된 대학원 문화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텀블러 폭탄 사건 이해”…교수 갑질 폭로 이어져

사건이 발생한 연세대 커뮤니티 ‘세연넷’에서는 대학원생들의 익명 폭로가 줄을 이었다. ‘교수가 수업하기 귀찮다며 대학원생에게 강의를 맡겼다’, ‘제자들을 ‘노예XX’고 부르는 교수도 있다’, ‘학생들 자리에 웹캠을 설치해 감시한다’, ‘학생들 인건비를 차명계좌로 입금하게 한다’, ‘교수 빙모상에 대학원생들 차출해 조문비를 받게 한다’ 등의 믿기 힘든 제보가 이어졌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석사만 받고 연구실에서 탈출한 졸업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학생이 “서울대 공대 모든 연구실 내 인권침해에 대한 전수조사를 촉구한다”는 글을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신문고에 게시했다고 밝혔다.

서울대 인권센터가 최근 공개한 ‘2016 서울대 대학원생 인권실태’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답한 서울대 대학원생 1222명 중 33.8%(413명)이 ‘지도 교수로부터 폭언 및 욕설을 들은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교수가 부당한 개인 업무를 수행할 것을 지시했다’고 응답한 학생들도 14.7%(180명)에 달했다.

10명 중 4명꼴(4.8%·59명)로는 ‘논문이나 외국 대학 추천 등 과정에서 교수가 대가를 제공해달라 요구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며 ‘기합이나 구타를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한 대학원생들도 48명(3.9%)이나 됐다.

서강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는 지난 4월부터 한 달 간 교내 대학원생 272명을 대상으로 ‘대학원생 인권 침해 실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교수로부터 부당한 처우를 경험한 학생 44명(16%) 중 절반 이상인 53%(23명)가 ‘불이익을 당할까 두려워 교수의 부당한 행동을 공론화하지 못했다’고 응답했다.

서울 유명 사립대 이공계 대학원에 재학 중인 B(28)씨는 “압도적 지위를 이용해 제자들을 깎아 내리고 인권 침해라 생각될 수준으로 질책하는 교수들이 많은데도 이를 마음에만 담아두고 표현조차 하지 못하는 대학원생들이 대부분”이라며 “그 스트레스와 분노가 참지 못할 정도로 쌓여 김씨가 범행까지 저지른 게 아닐까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방 국립대 인문계 대학원에 재학 중인 C(28)씨 역시 “이번 텀블러 폭탄 사건이 개인의 일탈 범죄로 인식되고 끝나서는 안된다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이 학교와 교수가 대학원생들의 인권 및 사회적 지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발판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연대 폭발물사건 후폭풍…도넘은 교수 갑질에 뿔났다
15일 정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총장 공관 뜰에서 열린 총장 초정 기자간담회에 참석낳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이 마이크를 들고 기자들 앞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화여대)
◇권리장전·인권가이드라인 검토…대학가 자성의 목소리

주요 대학들은 연세대 사건을 계기로 대학원내 교수들의 갑질행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이화여대는 각 상담 센터를 통합한 컨트롤타워인 학생인권센터를 설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학원생들과의 협의를 통해 ‘대학원생 권리장전’을 제정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김혜숙 이화여대 총장은 “박사학위를 따기까지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상당히 긴 기간 동안 권력관계가 형성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해줄 제3자 혹은 학내 기구와 관련한 제도는 우리 대학에 전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강대는 지난 15일 학교와 대학원 총학생회 공동 주최로 대학원생들이 누려야 할 권리를 강령 형태로 명시한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식을 가졌다.

서울대 역시 대학원생 권리장전과 비슷한 형식의 인권 가이드라인 마련을 준비 중이다. 홍지수 서울대 대학원 총학생회장은 “학생과 대학원생, 교수, 교직원을 대상에 포함시킨 ‘통합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국대 또한 지난해부터 대학원생 권리장전 선포를 준비 중이며 동국대 인권센터와의 조율을 거쳐 오는 8월 중 권리장전을 발표할 계획이다.

폭발 사건을 겪은 연세대도 대학원생 인권 제고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연세대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관계자는 “전체 대학원 총학생회 차원에서 대학원생 권리장전 제작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연세대 학교 본부 역시 김용학 총장 지시로 고위관계자들로 구성된 대학원생 연구환경 개선 및 고충처리 태스크포스를 꾸려 지난 15일 첫 회의를 가졌다.

내부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유명 사립대의 한 공과대학 교수는 “연대 사건의 피해 교수가 직접적으로 해당 학생에게 폭언과 심한 질책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우리 교수들이 지나치게 위계적인 대학원 문화를 만들어낸 점은 문제”라며 “교육자로서 많은 반성을 했다”고 말했다.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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