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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 코리아][기고]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에 살아보니

입력시간 | 2017.02.17 15:06 | 장순원 기자  cr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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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에서 만난 친구들은 휴대폰 제조업체 노키아를 곧잘 핀란드의 국민 서사시 칼레발라(Kalevala)에 나오는 ‘삼포(Sampo)’에 비유한다. 삼포는 돈과 밀가루와 소금을 만들어내는 신비한 공예품으로 바다로 떨어지면서 산산조각이 나는데 노키아가 삼포와 비슷한 운명을 맞았기 때문이다.

노키아는 10년 전만해도 핀란드인의 자존심으로 통했다. 한때 세계 휴대폰 시장의 40%를 장악하며 변방 핀란드를 세계 경제의 중심으로 올려놔서다. 하지만 ‘스마트폰’이란 거대한 변화의 흐름을 놓친 노키아는 순식간에 몰락하며 2013년 마이크로소프트(MS)에 단돈 54억유로(당시 환율 약 6조7000억원)에 팔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한때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했던 노키아의 몰락은 핀란드 경제에 큰 상처를 남겼다. 노키아 휴대 전화 제조 공장이 있었던 핀란드의 소도시 살로(Salo)나 오울루(Oulu)는 대규모 정리해고가 잇따랐다. MS가 약속했던 고용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실업자가 쏟아졌고 지방정부는 긴축에 시달려야 했다.

때마침 교역의존도가 높은 러시아가 유럽연합(EU)의 무역제재 조치를 받았고, 세계적 해운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최근 몇 년간 심각한 경기침체에 빠졌다.

다행인 건 핀란드가 최근 노키아 충격파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노키아가 빨아들였던 우수한 인재들이 다양한 벤처기업으로 흩어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있다. 현지에서는 이런 상황을 ‘노키아의 선물’이라고 부르고 있다. 노키아의 우수한 직원들이 여러 곳의 스타트업을 세워 질적 양적 도약의 밑거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필자가 근무하는 연구소 동료의 남편 마르쿠 (Marku)는 노키아 출신 직원들의 페이스북 그룹에서 토론이 활발하게 이뤄진다고 귀띔했다. 그 역시 노키아 엔지니어 출신이다. 노키아 전직 엔지니어들은 대부분 비슷한 정보통신기술 업계에서 일하며 노키아에서 배운 기술과 정보, 노하우를 교환한다고 한다.

핀란드 정부도 스타트업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핀란드 기술혁신청 (Tekes)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스타트업에 초기자금을 지원하는데, 2015년에 약 700여곳이 수혜를 입었다. 지난 6년간의 지원 자금이 1억4000만유로(약 1700억원) 규모다.

노키아가 서서히 무너지던 때 핀란드를 이끌었던 알렉산더 스툽 총리는 ‘다음 노키아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하나의 새로운 노키아보다 100개의 다른 노키아를 원한다’ 라고 대답했다. 소수 기업에 의존하기보다 생태계의 다양화를 추구하는 게 핀란드의 먹거리를 풍성하게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벤처 생태계가 풍성해지면서 핀란드 경제도 살아나고 있지만 극복해야 할 과제도 있다. 핀란드 은행의 경기예측 담당자인 유하 낄포넨 (Juha Kilponen) 은 앞으로 핀란드 경제에 긍정적인 바람이 불 것이라고 바라보면서도 최대의 아킬레스건은 장기 실업률이라고 지적했다. 핀란드의 혁신성은 업그레이드 되고 있지만,안정적인 일자리가 여전히 부족하기 때문이다. 노키아 이후 핀란드가 해법을 내놔야 할 부분이다.

[체인지 코리아][기고]노키아 몰락 이후 핀란드에 살아보니
손민철, 핀란드 인도적 공급사슬 연구소(HUMLOG Institute) 연구원 (박사과정) XM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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