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욜로라이프①] 두 개의 달이 일출봉 밤하늘을 위로하다

제주관광공사 추천관광 10선
  • 등록 2017-09-24 오전 12:02:34

    수정 2017-09-24 오전 12:02:34

성산 칠출봉 발밑 오조만 수면 가득 비춰지는 또 하나의 장관인 쌍월(사진=제주관광공사)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어쩌면 성산은 일출보다 월출을 보기 위해 가야하는 곳일 지도 모른다. 두 개의 달이 일출봉의 밤하늘과 바다에 뜨고 지며 어두운 밤을 서로 위로하는 광경은 성산 오조리 마을에서만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기 때문이다. 성산일출봉과 식산봉 위에 뜨기 시작한 달이 잔잔한 내수면 위에도 떠오르면 사람들 사이에서 탄성이 새어나온다. 보름달이 뜨는 날이면 그 기쁨은 더욱 커진다. 두 개의 달이 선물하는 두 배의 행복을 경험하고 싶다면, 한가위에는 성산으로 가야한다. 달을 관측하기 가장 좋은 곳은 식산봉 근처의 쌍월동산. 날씨가 맑다면 추석에는 초저녁부터 두 개의 달을 볼 수가 있다.

제주도 ‘동쪽’하면 모든 이들은 ‘해가 뜨는 곳’이라는 편향적 사고만 갖고 있다. 그렇지만 오조리 마을만큼은 예외다. 일출과 월출을 함께 포용한다. 50여만 평의 오조만(吾照灣)을 끼고 일출봉을 향해 조그맣게 도드라진 쌍월(雙月)동산이다. 마을 앞 일출봉에서 보름달이라도 뜨는 날이면 일출봉 발밑 오조만 수면 가득 비춰지는 또 하나의 월출 장관이 그것이다. 이는 쌍월동산이 아니고선 볼 수가 없는 가히 풍류중의 풍류를 즐길 줄 아는 선비의 마을 풍광이기에 그렇다. 뿐만 아니라 옥녀봉(식산봉)이라는 별칭의 애틋한 설화와 산자수명(山紫水明)한 마을의 민속, 신앙, 유물 유적들을 여기 다 기술하기엔 주어진 지면이 너무 부족하다. 다만 오조리라는 마을이름이 주는 특별함이 그 모든 것을 대신한다.

‘오조리(吾照里)’의 ‘吾’는 나를 뜻함이며 ‘照’는 ‘비춰준다’ ‘비춰본다’라는 뜻이 함축된 한자어다. 직역컨대 오조리는 예부터 일출봉에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나를 비춰준다’는 의미로 ‘햇빛 비치는 마을’이다. 그렇지만 그에 못지않은 형이상학적 의미도 함께 있다. 그것은 어떠한 태풍에도 물결 한번 흔들리지 않은 오조포구를 가보면 안다. 자신을 비춰 볼 거울 한 조각 마련키 어렵던 500년 전 설촌 당시 오조리 선대들, 그들은 오로지 명경보다도 더 맑은 마을 앞 포구 해수면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고 양심까지 비춰보면서 매무새를 고치고, 마음을 가다듬고, 생각을 바로 잡는 선비의 마음가짐으로 하루를 시작하던 사람들이다. 바로 오조리는 그런 의미에서 ‘나를 비춰봄’ 즉 양심이 살아있는 ‘명경(明鏡)마을’이기도 하다.

소원비는 마을 송당리의 아부오름은 메밀꽃으로 뒤덮여 달빛을 받은 메밀꽃밭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9월23일~24일까지 열리는 송당 메밀꽃축제 이후에도 관광객들에게 꽃밭을 개방해 10월에도 꽃이 피어있는 한 촬영할 수 있다. 목장지대를 지나 오르는 아부오름의 높이는 300m로 낮은 언덕을 오르는 기분이다. 10여 분의 가벼운 걸음으로 둘러보는 경관은 여느 곳에서 바라볼 수 없는 특별한 제주를 보여준다. 분화구의 경계를 따라 원을 그리며 자라는 삼나무의 모습은 동화 속 마을을 옮겨놓은 것 같다. 영화 「이재수의 난」을 촬영하며 심은 나무들은 제주의 청정자연과 동화되어 아름답게 자라났다.

근대 제주민란을 소재로 하는 영화는 제주 사람들의 아픔을 다루었지만 넉넉한 오름의 모습은 모든 것을 포용하듯 넉넉하다. 완만한 언덕을 보여주는 아부오름의 능선으로 목장의 소와 말이 자유롭게 목초를 먹는 모습과 그 안에 펼쳐진 삼나무 숲의 풍경은 너무도 멋지게 어우러져 한 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 하다. 제주를 찾은 연인들의 사랑을 다루었던 영화 「연풍연가」와 CF, 드라마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또한 다랑쉬오름에서는 10월 6일 저녁 5시부터 달맞이체험행사가 열린다. 공연을 보며 부럼도 먹고 다랑쉬오름 위로 떠오른 달을 보며 소원을 빌어보자. 균형이 잘 맞게 패인 분화구가 달처럼 보인다고 ‘달랑쉬오름’ 또는 ‘월랑봉’이라고도 불리는 다랑쉬오름(382.4m)은 구좌읍 세화리에서 최고의 미모를 자랑한다. 400미터에 약간 못미치는 높이지만 오르막이 제법 가파르다. 나무데크로 정비된 길은 억새를 따라 펼쳐진다. 뒤돌아설 때마다 꼭 닮은 아끈다랑쉬오름이 따라 붙는다. ‘아끈’은 ‘작은’을 뜻하는 제주말이다. 다랑쉬오름과 꼭 닮은 작은 다랑쉬오름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다랑쉬오름을 오른 후 여유가 된다면 아끈다랑쉬오름에도 올라보면 좋다. 아끈다랑쉬에서 바라보는 다랑쉬오름의 모습도 매력적이다.

풍광 구경을 하며 슬슬 오르면 40분 전후로 다랑쉬오름 정상에 도착한다. 제주 중산간지역의 구석구석이 한눈에 펼쳐진다. 다랑쉬오름이 ‘오름의 여왕’으로 꼽히는 데는 이유가 있었다. 시원하게 펼쳐진 제주 바다를 뒷배경으로 크고 작은 오름들이 올록볼록 이어지는 제주의 맨얼굴은 아무 이유없이 풍덩 사랑에 빠져버린 소녀처럼 가슴을 뛰게 한다. 날씨까지 도와준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다.

정상에 올랐다고 끝이 아니다. 1500m에 달하는 분화구 주변을 돌아봐야한다. 분화구도 분화구이지만 그 밖으로 펼쳐지는 제주가 시시각각 다른 모습을 보이며 두 눈을 파고든다. 오름 주변으로 4·3사건 전까지 몇몇 가구가 모여 살던 다랑쉬마을(월랑동)이 있었다. 지금은 사라진 마을 대신 다랑쉬굴만이 자리를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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