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살려달라"...‘살충제 계란’ 엉터리 명단 발표에 두번 운 농장주들

부적합 판정 농가 공개 두차례 수정
취합수뿐만 아니라 명단 자체 틀려
안일한 대응에 소비자 혼란만 가중
  • 등록 2017-08-18 오전 12:01:06

    수정 2017-08-18 오전 12:01:06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살충세 성분이 검출된 국내산 계란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피용익 기자] 점심 시간이 막 끝나가던 17일 오후 12시 50분쯤. 다급한 목소리의 한 닭 사육 농장주 A씨가 이데일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화가 잔뜩 묻어났다.



-농장주: “아니 확인도 안하고 기사를 쓰면 어떡합니까?”

-기자: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신지요?

-농장주: 살충제 계란이 나온 농장 명단에 우리 농장이 들어있습니다. 살충제가 검출안됐어요. 닭 사육두수도 틀리고요.

-기자: 농식품부에서 공식발표한 자료입니다.

-농장주: 정말 우리 농장은 살충제가 검츨 안됐다니까요. 전화가 빗발치고 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오전 9시32분 이른바 ‘살충제 계란’ 2차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농림부는 부적합 판정을 받은 농가가 29곳이라고 밝혔다. 전날까지 파악된 6곳 외에 23곳이 추가로 적발됐다는 설명이었다. 브리핑 과정에서 기자들이 충남 천안의 시온농장과 전남 나주 정화농장이 누락됐다고 지적하자 부랴부랴 31곳으로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기자는 농림부가 제공한 살충제 계란이 검출된 31개 농장의 명단을 속보로 내보냈다.

경기도 파주에 위지한 A씨의 농장도 포함됐다.

A씨의 항의에 농림부에 즉시 확인에 들어갔다. “설마 농림부가 이렇게 중요한 명단을 발표하면서 실수를 했겠어…”라는 반신반의와 함께.

하지만 설마는 곧 현실이 됐다. A씨의 농장에서 생산된 계란에서는 살충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A씨 농장만이 아니었다. 농식품부가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채 급급하게 농장 이름을 발표를 하면서 대형 사태가 벌어졌다.

농식품부는 31곳 명단 가운데 적합 판정을 받은 농장 10곳이 잘못 포함해 공개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10곳은 살충제를 쓰지 않았던 농가인데도 부적합 농장으로 분류돼 발표된 셈이다.

본지의 취재가 시작되자 농식품부는 이같은 사실을 뒤늦게 인지하고 오후 1시15분께 긴급회의를 열어 명단 수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 결과 오전에 발표한 명단 31곳 가운데 10곳이 잘못 발표됐고 누락됐던 광주 우리농장까지 추가되면서 17일 05시 기준 부적합 농가는 최종 32곳으로 정정됐다. 최종 부적합 명단을 발표하기까지 하루새 두차례나 정정하는 사태가 벌어진 셈이다.

농장주 A씨는 “한번도 살충제를 쓰지도 않았는데 정부에서 살충제 사용 농가로 발표됐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면서 “오해를 입으면서 계란 판매에 차질을 빚을까 걱정이 큰 데 농식품부 장관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반발했다.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소비자들의 피해가 확산되는 가운데 정부가 살충제 계란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발표하면서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이는 정부가 전수검사 결과와 농장명단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대조 검사를 하지 못한 채 급급하게 명단을 만든 탓이다. 허태웅 농식품부 식품산업정책국장은 “전수검사 결과와 농장 명단을 취합하는 과정에서 적합 농장 일부가 부적합 농장 명단에 포함됐다”며 “국민과 해당 농장에 혼란을 드려서 죄송하다. 추후 발표 시 이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록 농림부 장관은 이날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출석, 90도 인사와 함께 사과를 했다.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생산 농장 명단(32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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