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작가'…대통령 아들 문준용의 소통예술

文대통령 장남 '미디어아티스트'
관람객, 움직임으로 참여해야
비로소 완성되는 '비행' 선봬
동작인식기술에 서정성 입혀
소프트웨어 직접 개발하기도
금호미술관 '빈 페이지' 전서
7개 팀 8개 작품 8월31일까지
  • 등록 2017-05-25 오전 12:15:01

    수정 2017-05-25 오전 12:15:01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의 ‘비행’(2017). 누군가가 나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인터랙티브아트다. 스크린 아래 작은 박스에 든 키넥틱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한 뒤 율동하는 이미지로 변환해 투사하는 방식이다. 문 작가는 동작인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사진=오현주 선임기자).


[이데일리 오현주 선임기자] 무채색의 벽면에 커다란 창이 두 개 열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프로젝트로 쏜 거대한 스크린이다. 두 창에선 닮은 듯 다른 제각각의 패턴이 율동을 반복한다. 배배 꼬인 리본이 풀렸다 감기기도 하고 나선형 원뿔이 섰다 무너지기도 한다. 그 사이 틈틈이 박힌 점들은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되풀이하며 박자를 맞춘다. 맑은 물이 든 컵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이런 형상이 연출될까.

그런데 여기가 끝이 아니다. 작품의 묘미는 주위 사람들을 자꾸 불러들인다는 거다. 누군가가 스크린 앞에 서서 활공하듯 두 팔을 죽 펴고 파닥거리면 스크린 속 패턴과 점들은 기다렸다는 듯 반응을 보인다. 마치 하늘을 같이 날자는 것처럼. 작품과 관람객이 서로 교감하는 미술인 인터랙티브아트 ‘비행’(2017)이다.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35)이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비행’을 시작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이다. 아버지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첫 전시. 덕분에 그는 원하든 원치 않든 더욱 ‘주목받는’ 작가가 됐다.

‘빈 페이지’(Blank Page)라는 타이틀로 미술관이 마련한 기획전에는 문 작가를 포함해 7개 팀 8명의 작가가 8점의 영상·설치·미디어아트 등을 선보인다. 양정욱, 김주리, 박재영, 박여주, 진달래&박우혁, 박제성을 비롯해 문 작가까지 모두 1970년대 후반 1980년대 초반에 태어난 젊은 예술가들이다.

▲‘반드시 소통’해야 비로소 열리는 작품

‘빈 페이지’ 전은 미술관이 2012년부터 추진해온 기획전의 연장선상에 있다.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지를 해보자는 것이 취지. 이번 전시에는 여기에 ‘서사’를 얹었다. 8점의 전시작을 감상하기 위해 관람객은 시각뿐만 아니라 청각·촉각·후각을 총동원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이른바 공감각적 체험인데 작가들이 보이고 들려주려는 서사에 접근하기 위해 필요한 ‘열린 자극’이다.

그런 측면에서 문 작가의 ‘비행’은 관람객을 가장 귀찮게(?) 하는 작품이다. 누군가 반드시 나서줘야 비로소 온전한 작품이 되기 때문이다. 소통을 해야 하나가 되는 인터랙티브아트의 전형인 셈. 작동원리는 이렇다. 스크린 아래 작은 박스 안에 든 키네틱센서가 사람의 동작을 인식한다. 움직임은 그대로 프로그램에 전달되고 이내 이미지로 변환된다. 이미지는 관람객이 뻗친 양팔의 너비, 날개짓의 속도 등에 따라 방향·각도가 달라지는데, 결국 관람객이 하기 나름이란 뜻이다. 패턴의 모양·율동성을 좀더 세게 보고 싶다면 열심히 파닥거리면 된다.

미디어아티스트 문준용의 ‘비행’(2017). 누군가가 나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인터랙티브아트다. 스크린 아래 작은 박스에 든 키넥틱센서가 사람의 움직임을 인식한 뒤 율동하는 이미지로 변환해 투사하는 방식이다. 문 작가는 동작인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사진=금호미술관).


문 작가는 이번 작품에 서정적인 스토리를 입혔다. 말 그대로 디지털스토리다. 전시를 기획한 김희원 큐레이터는 “작가 자신의 개별 체험만이 아니다”라며 “어린 시절의 기억을 연상해 동심이란 보편적인 감성으로 돌아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키네틱아트가 기술을 반영해야 하다 보니 자칫 차가운 느낌일 수 있는데 문 작가는 이를 감성적으로 따뜻하게 잘 풀어냈다”고 덧붙였다.

‘비행’은 2009년 문 작가가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에 다닐 때 발표했던 작품. 당시 한 개의 스크린은 듀얼로 늘어났고 특히 소프트웨어를 보완했다. 작품을 위해 문 작가는 동작인식 맞춤형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했다고 한다. 김 큐레이터는 문 작가가 컴퓨터 기술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력이 높다고 귀띔했다.

▲인터랙티브아트로 미술계 주목받는 작가

‘채용 특혜’ 논란으로 그간 마음고생도 했다. 급작스럽게 신분이 바뀐 사정을 빼버린다면 문 작가는 2010년부터 국내외 크고 작은 전시에서 꾸준히 작품을 내보이며 활발히 활동하는 작가 중 하나다. 미술계는 신기술을 예술작품으로 구현하는 미디어아트 중 특히 인터랙티브아트에서 문 작가를 주목하고 있다.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선 ‘마쿠로쿠로스케 테이블’을 선뵀다. 관람객이 테이블에 스치는 순간 먼지괴물이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작품. 테이블은 흔히 사교의 장을 상징하는데 그는 아마 목적만으로 만난 인간관계의 허무를 말하려 한 듯하다. 하지만 배경과는 상관없이 ‘재미있는 작품’으로 적잖은 인기를 끌었다는 후문이다.

2012년 서울시립미술관의 신진작가 전시지원 프로그램에 선정된 뒤 열린 ‘서울국제미디어아트비엔날레’에선 증강현실을 이용한 미디어작품을 내기도 했다. 증강현실을 한발 앞서 활용한 덕에 화제가 됐으나 평가는 제대로 못 받았다. 때마침 그 해 대선후보로 나선 아버지 ‘탓’에 작품은 가려졌다.

최근에는 포항시립미술관에서 7월 2일까지 여는 기획전 ‘플레이 아트 놀이하는 미술’에 나섰다. 큐브를 손으로 움직이는 놀이형식의 작품으로 어린이 관람객깨나 모으는 중이다.

이번 ‘빈 페이지’ 전에 구성한 작가군은 미술계 전문가들의 추천을 고려해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걸쳐 꾸렸단다. 문 작가에 대한 섭외도 이때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누구는 문 작가의 작품세계가 ‘소통’을 중시하는 아버지와 닮았다고까지 얘기하는 모양이지만 굳이 그런 부담으로 묶을 필요는 없겠다. 인터랙티브아트는 새로운 미술에 목말라하는 작가라면 누구나 시도해보고 싶은 작업방식이기도 하니까. 전시는 8월 31일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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