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김여정·이방카'…평창의 처음과 끝

  • 등록 2018-02-23 오전 5:30:00

    수정 2018-02-23 오전 7:22:59

[윤지원 평택대 외교안보전공 교수·국방부 정책자문위원] 평창 동계올림픽은 수많은 화제와 이변 속에 시작부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개막식 직후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에서 올림픽을 계기로 방남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친근하게 악수를 나누는 모습은 꽤 인상적이었다. 이른바 ‘백두혈통’만이 권력을 세습하는 수령 유일독재체제 북한에서 전후세대인 20대 후반 김여정이 6·25전쟁 이후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김여정은 청와대 방문록에 “평양과 서울이 우리 겨레의 마음속에서 더 가까워지고, 통일 번영의 미래가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고 적었다.

김여정을 내세워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을 시도했다. 김여정은 누구일까. 영국의 BBC방송은 김정일이 2001년 자신의 후계자에 대해 묻는 러시아 대사에게 “아들은 모두 게으른 얼간이들이고 지적 수준이나 성격으로 보면 믿을 만한 후계자는 딸”이라고 전한 바 있다. 김여정을 두고 한 말이라는 분석이다. 또 김정일은 평소 “오빠들보다 막내딸이 정치에 더 흥미를 보인다”며 자랑스러워했다고 한다.

김여정은 1990년대 중·후반 국제적 고립과 자연재해 등 ‘고난의 행군’ 시기에 김정은과 같이 스위스에서 유학을 했다. 그녀는 자유민주주의와 자본주의에 대해 학습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외신은 김여정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유력 정치인, 김정은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최측근 인사인 동시에 북한이 시대에 뒤쳐진 국가라는 인식을 뒤바꿔놓은 인물”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특사자격으로 친서를 내밀고 ‘편안한 시기’에 방북을 요청하며 남북 정상회담 카드까지 빼들었다. 평창 이후 남북 관계를 염두에 둔 북한의 선제적 행보였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동안 정부가 먼저 북한에 특사를 보내 1·2차 남북 정상회담을 성사시켰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코너에 몰린 김정은이 현실타파 방안으로 북미대화 만을 고집하던 것에서 벗어나 선(先)남북대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김여정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선임고문에 빗대 ‘북한의 이방카’라고 묘사했다. CNN은 “만약 외교 댄스 종목이 있다면 금메달은 김여정이 탔을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의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김여정을 “전체주의를 대표하는 얼굴로 북한이 호의를 얻도록 하기 위한 친선대사”라고 지적했다. 그만큼 ‘정치공주’로서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평창 동계올림픽의 시작이 김여정이었다면, 마지막은 이방카 트럼프다. 평창 동계올림픽 폐회식에 미국 대표로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은 김여정처럼 특사자격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들고 올 가능성이 크다. 한국에서 탈북자 면담 등도 추진할 예정이라고 한다. 확고한 한미동맹의 재확인과 북미대화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라는 중대한 과제를 두고 방한하는 만큼 그녀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진다.

‘포스트 평창’ 속 한반도에서 긴장 완화와 지속 가능한 평화유지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북한의 진정성 있는 전향적 태도가 중요하다. 향후 남북관계의 진전과 북미대화 재개의 변수가 한미연합훈련이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제 일 수 있지만, 결국 북한 스스로 비핵화 선언 내지는 비핵화를 위한 대화 수순으로 나오는 게 관건이 될 것이다. 남북관계의 해빙무드는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북한 주민에 대한 인권 유린을 일삼고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면서 북한식 평화 공존을 주장하는 김정은 정권의 타락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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