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D-3…노태우 판례로 본 박근혜-이재용 뇌물죄 향배는?

대법 "대통령의 영향력 행사 없어도 금품 주면 뇌물"
행정수반 직무 범위 사실상 무한대인 점 감안한 판결
삼성 승마지원 朴 강요서 崔 압박으로 변경..朴 연결 차단
특검 “朴, 경영승계 도움” VS 삼성 “승계작업, 가공의 틀”
  • 등록 2017-08-22 오전 5:00:00

    수정 2017-08-22 오전 5: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오는 25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는 삼성 뇌물 사건 재판에서 삼성의 ‘이재용 구하기’ 전략이 성공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유무죄 여부는 특검과 삼성의 승패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양측은 공판 내내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 부회장을 뇌물공여·횡령·재산국외도피·범죄수익은닉·국회 위증 5가지 혐의로 기소했다. 이 중 핵심은 뇌물공여다. 나머지 혐의가 모두 뇌물공여 혐의와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뇌물공여 인정 여부에 따라 일괄적으로 유무죄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다.

뇌물공여 혐의는 크게 보면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지원 명목으로 지급된 78억원(약속 금액 135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및 미르·K스포츠재단에 건네진 220억원으로 나눌 수 있다. 특검은 삼성에서 승마지원 대가로 최순실씨에게 건넨 돈을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직접 받은 뇌물로 판단했다. 최씨와 박 전 대통령이 경제적으로 금전을 공유했다고 본 것이다.

대법 “대통령 영향력 행사 없어도 금품 주면 뇌물”

대통령 뇌물 사건의 대표적인 전례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수천억원을 받은 사건이 있다. 대법원은 지난 1997년 4월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뇌물공여 혐의로 기소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등에 대한 사건에서 대통령 뇌물사건의 판례를 남겼다.

‘(그룹 현안이) 대통령의 직무에 속하거나 그 직무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행위에 해당하는 것인 이상, 이에 관해 대통령에게 금품을 공여하면 바로 뇌물공여죄가 성립한다. 대통령이 실제로 영향력을 행사하였는지의 여부는 범죄의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

즉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에게 금품을 건넨 것이 인정되면 박 전 대통령의 현안에 대한 영향력 행사와 무관하게 뇌물공여가 인정될 수 있다. 대통령이 행정부를 총괄하는 만큼 직무의 범위가 사실상 무한정에 가까운 점이 고려된 것이다.

삼성 변호인단은 여러 단계의 방어 장벽을 치며 특검의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승마 지원은 이 부회장과 무관하게 미래전략실 차원의 결정이었다며 지원 성격도 유망주 지원 차원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유라 1인만을 지원한 것은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라는 주장이다. 또 승마 용역 계약 상대방인 코어스포츠에 대해서도 실제 용역 수행 능력이 있는 회사로 계약 당시엔 최씨 실소유 회사인지도 몰랐다고 주장했다.

여기에 더해 코어스포츠를 최씨, 더 나아가 박 전 대통령과 동일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이 승마 지원 배경에 대해 당초 ‘박 전 대통령 강요’에서 재판 막바지에선 ‘최순실의 압박’이라고 변경한 것도 박 전 대통령과의 무관함을 강조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진=방인권 기자)
영재센터와 두 재단에 대한 지원에 대해선 제3자 뇌물죄를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이 부회장과 부정한 청탁에 대한 합의를 하고 제3자인 이들 단체에 금품을 건네도록 했다는 것이 공소사실의 요지다.

제3자 뇌물죄는 단순 수뢰죄와 달리 ‘부정한 청탁’이 인정돼야 범죄가 성립한다. 판례는 적법한 직무집행이라고 해도 대가관계가 있는 경우라면 부정한 청탁에 해당한다고 본다. 다만 직무집행 내용과 제공된 금품이 대가라는 점에 대한 공여자와 수수자의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든다,

특검 “朴, 경영승계 도움” VS 삼성 “승계작업, 가공의 틀”

특검은 2014년 5월 이건희 회장이 쓰러지고 진행된 일련의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이 같은 부정한 청탁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세 차례의 단독 면담에서 ‘경영권 승계 지원’과 ‘최순실 지원’이라는 대가관계 합의를 했다고 판단했다.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지원과 합병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의 처분 지분 축소, 삼성그룹의 삼성생명 금융지주전환 추진 등이 부정 청탁의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삼성은 이 같은 승계 작업에 대해 “특검이 만든 가공의 틀”이라고 반박했다. 이건희 회장이 와병 중이지만 엄연히 생존해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은 어불성설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특검이 지목한 그룹 현안 역시 경영권 승계와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선 대한승마협회 인수와 승마 유망주 지원에 대한 이야기만 들었을 뿐 ‘최순실, 영재센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대화는 일절 없었다고 맞섰다. 오히려 일방적으로 질책받는 상황이었기에 청탁을 언급할 상황도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넨 돈이 명확히 확인되고 있고, 정부 차원에서 삼성에 특혜를 준 점이 명확한 만큼 뇌물 공여 혐의의 상당 부분이 증명됐다고 판단했다.

삼성 측은 이 부회장의 그룹 내 위치가 총수가 아닌 후계자로서 그룹 현안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반박한다. 그러면서 ‘강요에 의한 피해자’로서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책임 하에 최씨에 대한 자금 지원이 이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양측의 법정공방에 대한 평가가 엇갈린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삼성으로선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방어 논리를 꺼내 특검의 구멍을 잘 파고 들어갔다”고 지적했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다른 재벌 사건에 비해 이 부회장의 관여 정황이 너무 많다. 삼성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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