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사건', 한국 '미투'의 시험대 될까

  • 등록 2018-03-24 오전 6:00:00

    수정 2018-03-24 오전 6:00:00

한 네티즌이 만들어 배포한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 청원 포스터.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이데일리 e뉴스 장영락 기자] 장자연 사건이 한국 ‘미투 운동’의 시험대가 될까.

9년 전 겨우 29세 나이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배우 장자연씨 사건 재수사를 요구하는 청원 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 처음 올라온 이 청원은 23일 답변 기준선인 참여인원 20만명을 넘어서면서 청와대의 답변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최근 정봉주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 가수 김흥국씨 등의 미투 의혹과 관련해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까닭에, 전형적인 권력형 성폭력 사건으로 의심되는 장씨 사건에 더욱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2009년 당시 신인배우였던 장씨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 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는 말로 끝맺는 이른바 ‘장자연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특히 문건에는 장씨가 사망 전 룸살롱 접대, 성상납 등을 강요받았다는 내용이 담겨 크게 파문이 일었다. 게다가 신문사주, 방송국 PD 등 연예업계 고위 인사들이 접대 대상으로 거론된 것으로 알려져 연예계의 구조적인 악습과 병폐가 조명되는 계기가 됐다.

2011년에는 이종걸 민주당 의원이 제보를 인용해 유력신문사 사주가 장씨의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직접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씨 소속사 전 대표와 전 매니저만이 기소되는 것으로 수사가 흐지부지 마무리되면서 사건이 잊혀지는 듯 했다.

검찰의 재수사 검토, 여성계 요구도 빗발

그러다 검찰이 지난해 말 개혁 일환으로 구성한 과거사위원회에서 장씨 사건도 재수사 검토 대상에 포함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건이 다시 미디어에서 거론되기 시작했다.

올해 초부터는 전세계적으로 촉발된 미투 운동의 분위기와 맞물려 재수사에 대한 요구가 더욱 거세졌다. 지난 1월에는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활동가 300여명이 서울에서 집회를 열어 검찰에 장자연 사건 재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재수사 요구에는 여당 대표까지 나섰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추미애 대표는 이달 초 공식석상에서 “장자연 사건을 과감하게 재수사해야 한다”며 검찰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요구했다.

‘의심의 시선’ 찾기 힘든 지지 분위기

장자연 사건 청원 참여 인원이 20만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누리꾼들의 지지 분위기도 완연하다. 정봉주 전 의원, 가수 김흥국씨 사례처럼 대중들이 폭로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 시선이 끊이지 않는 다른 사건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는 권력관계가 비교적 뚜렷하게 드러나는 사건의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신인여배우였던 장씨의 지위를 악용해 신체적, 정신적 갈취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이들에 대한 분노가 관련 기사 댓글 곳곳에서 확인된다. 청와대 청원인 역시 “힘없고 빽없는 사람이 금권 기득권 때문에 꽃다운 나이에 한 많은 생을 마감하게 만들고도 버젓이 잘 살아가는 사회, 이런 사회가 문명국가라 할 수 있느냐”며 사건에 대해 성토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전국성폭력상담소 협의회 관계자들이 23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여성프라자 앞에서 지난 2009년 자살한 탤런트 고 장자연 사건의 재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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