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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회사에서 준다니 한번 타봐요”
전동카트를 타고 무심하게 달리는 ‘요구르트 아줌마’를 따라갔더니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이 일대를 관리하는 한국 야쿠르트 본사 직원은 전동카드를 마다했던 아줌마를 설득하기 위해 밤낮을 쫓아다녔다고 했다. “전동카트 없으면 안 돼…” 전동카트를 몸소 체험한 뒤엔 말이 바뀌었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 일대서 음료를 전달하는 이명희(여·58)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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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햇빛을 피하려고 길가에 펼쳐뒀던 파라솔을 접었다. 전동카트를 타고 3분여 거리를 달렸다. 한 임대아파트에서 정차했다. 전동 카트의 뚜껑을 열고 요구르트를 2개씩 작은 봉지에 담았다. 익숙한 듯 아파트 중앙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곧장 4층으로 올라갔다. 벨을 누르니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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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인데요 뭐”
짧은 인사와 함께 이 씨는 다른 집을 방문했다. 초인종을 누르니 반응이 없다. 현관문에 매달린 유제품을 담아놓는 주머니 안은 비어 있었다. 이 씨는 이곳에 요구르트 두 개를 넣었다. “이 집은 올 때마다 할머니가 잘 안 계셔요.” 주머니가 빌 때면 할머니가 어제 요구르트 드셨구나 하고 ‘안심’하고 돌아간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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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와 만난 시간은 오후 2시 반. 한 시간이 흘렀을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집을 모두 방문한 뒤 다시 노란 헬멧을 썼다.
“저는 또 요구르트를 전달하러 가봐야 해요.”
전동카트에 당당히 서서 달리시는 ‘요구르트 여사님’의 뒷모습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