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우의 닥치Go]요구르트 아줌마 따라가보니

'요구르트 여사님' 이명희씨 이야기
고독사 어르신 최초 발견한 이 씨
“이 집은 할머니가 잘 안계셔요”
  • 등록 2017-05-27 오전 6:00:00

    수정 2017-05-27 오전 6:00:00

한국 야쿠르트 소속 일명 ‘요구르트 아줌마’인 이명희 씨가 전동카트를 운전하고 있다. 이데일리DB.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에이, 됐어요. 그런걸 뭣 하려 해요”

“그래도 회사에서 준다니 한번 타봐요”

전동카트를 타고 무심하게 달리는 ‘요구르트 아줌마’를 따라갔더니 이런 사연이 숨어 있다. 이 일대를 관리하는 한국 야쿠르트 본사 직원은 전동카드를 마다했던 아줌마를 설득하기 위해 밤낮을 쫓아다녔다고 했다. “전동카트 없으면 안 돼…” 전동카트를 몸소 체험한 뒤엔 말이 바뀌었다. 서울 은평구 구파발 일대서 음료를 전달하는 이명희(여·58)씨 얘기다.

한국 야쿠르트 전동카트. 이데일리DB.
최고 시속 8km로 달리는 전동카트의 몸체는 대부분 냉장고다. 상단 8도, 하단 7도. 소비자에게 신선한 음료를 제공하기 위해 상온 10도 이하를 유지한다. 후진·중립·전진기어가 달렸고 오른쪽 손잡이를 잡아당기면 움직인다.

요구르트 아줌마라고 불리는 이들은 대부분 맡은 지역에서 근무한다. 집집이 방문하는 영업방식인데 길거리에 정차해 있는 전동카트는 물건을 파는 목적보다는 잠시 쉬는 목적이 더 크다.

이 씨는 햇빛을 피하려고 길가에 펼쳐뒀던 파라솔을 접었다. 전동카트를 타고 3분여 거리를 달렸다. 한 임대아파트에서 정차했다. 전동 카트의 뚜껑을 열고 요구르트를 2개씩 작은 봉지에 담았다. 익숙한 듯 아파트 중앙 현관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곧장 4층으로 올라갔다. 벨을 누르니 할머니 한 분이 반갑게 맞았다.

일명 ‘요구르트 아줌마’ 이명희 씨가 한 어르신에게 음료를 전달하고 있다. 이데일리DB.
“고마워~ 더운데 너무 고생이 많어”

“아니에요. 제가 하는 일인데요 뭐”

“커피 한 잔이라도 먹고 가~”

짧은 인사와 함께 이 씨는 다른 집을 방문했다. 초인종을 누르니 반응이 없다. 현관문에 매달린 유제품을 담아놓는 주머니 안은 비어 있었다. 이 씨는 이곳에 요구르트 두 개를 넣었다. “이 집은 올 때마다 할머니가 잘 안 계셔요.” 주머니가 빌 때면 할머니가 어제 요구르트 드셨구나 하고 ‘안심’하고 돌아간단다.

아파트 현관에 ‘요구르트 주머니’가 매달려 있다. 이데일리DB.
지난 14일 이곳 임대아파트서 지병을 앓으며 홀로 살아온 할머니가 숨진 채 발견됐다. 현관문에 매달린 유제품 가방에 요구르트가 줄어들지 않자 ‘큰일이 생겼다’는 것을 직감한 이 씨가 처음 신고했다. 이 씨가 빈집 현관문 주머니를 유심히 들여다보는 이유다.

이 씨와 만난 시간은 오후 2시 반. 한 시간이 흘렀을까.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의 집을 모두 방문한 뒤 다시 노란 헬멧을 썼다.

“저는 또 요구르트를 전달하러 가봐야 해요.”

전동카트에 당당히 서서 달리시는 ‘요구르트 여사님’의 뒷모습이 평소와는 달라 보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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