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봄바람 타고 하늘하늘 '풍도바람꽃'

3월 끝자락 외딴 꽃섬 '풍도'
눈부시게 흰 '풍도바람꽃'
보송보송 솜틀 가득 '노루귀'
꽃이 크고 색이 진한 '개복수초'
  • 등록 2017-03-24 오전 12:02:00

    수정 2017-03-26 오후 9:33:30

경기도 안산 풍도의 ‘복수초’. ‘야생화의 천국’ 풍도에서 가장 흔한 야생화다. 여기 복수초는 개복수초다. 보통 복수초는 내륙의 산지에서 자란다. 개복수초보다 작고 늦게 핀다. 개복수초는 꽃이 크고 색이 진한 것이 특징. 특히 꽃 아래 복슬복슬 자라난 진초록 잎과 가지가 노란 꽃과 잘 어울린다
[풍도=글·사진 이데일리 강경록 기자] 몸을 낮춰 바짝 웅크린다. 가까이 다가가야 제대로 볼 수 있어서다. 야생화 이야기다. 다소곳이 고개를 숙였다. 꽃잎 안이 보일까 말까 한다. 애간장을 태운다. 자신의 속살까지 드러낸 매혹적인 아름다움과는 다르다. 세상보기도 이와 같을 것이다. 기꺼이 몸을 낮춰야 보일 때가 있다. 경기 안산의 풍도로 가는 뱃길에 올랐다. 야생화의 낙원이라 불리는 곳이다. 3월이면 사람들로 북적인다. 꽃 전쟁이 시작돼서다. 그 꽃 전쟁을 참관하러 가는 길. 새우과자의 짭짤한 맛에 길들여진 괭이갈매기와 놀다 보면 어느새 아담한 섬의 오른쪽 옆구리로 뱃머리가 닿는다. 풍도다.

눈부시게 흰 풍도바람꽃. 예전에는 풍도바람꽃을 변산바람꽃으로 알았다. 식물학자인 오병윤 교수가 틀린 부분을 찾기 전까지다. 먼저 꽃이 변산바람꽃보다 크다. 결정적으로는 밀선(蜜腺·꿀샘) 크기에 차이가 있다.
◇야생화의 보고 ‘풍도’

풍도는 작은 섬마을이다. 행정구역상 경기 안산에 속하지만 지리상으로는 충남 당진에 가깝다. 인천항에서 서남쪽으로 43㎞, 대부도에서는 24㎞ 떨어져 있다. 거리로는 ‘고립된 섬’이다.
눈부시게 흰 풍도바람꽃. 예전에는 풍도바람꽃을 변산바람꽃으로 알았다. 식물학자인 오병윤 교수가 틀린 부분을 찾기 전까지다. 먼저 꽃이 변산바람꽃보다 크다. 결정적으로는 밀선(蜜腺·꿀샘) 크기에 차이가 있다.
한국전쟁 중에도 전쟁이 난 줄 몰랐을 정도였다고 한다. 그만큼 외딴곳이다. 이 섬이 외부로 알려진 것은 풍도바람꽃 때문이다. 이때가 2005년이다. 그 시절에는 풍도라는 이름 대신 ‘꽃섬’이란 별칭으로 더 알려졌다. 이후 섬 풍경이 달라졌다. 봄이면 풍도바람꽃을 비롯해 복수초·노루귀·풍도대극 등을 찾아 사람들이 모여든다. 오죽하면 배멀미는 안 해도 꽃멀미는 한다고 했을까. 생각보다 많은 꽃에 놀라기도 하지만 독특한 생김새에 한번 더 놀란다.

봄바람이 불면 노루귀와 복수초를 시작으로 다양한 야생화가 지천으로 핀다. 초롱꽃·풍도대극·바람꽃 등 헤아리기가 힘들 정도다. 풍도에 야생화가 많은 이유로는 외진 것이 가장 크다. 내륙에서 격리된 지역이라 사람의 간섭이 거의 없어서다. 해양성 기후도 한몫했다. 겨울에도 춥지 않아서 야생화가 서식하기 좋다. 또 강수량이 많고 후망산이 비교적 경사도가 높은 점도 유리했다. 가장 최근에는 단연 ‘흑염소’의 공이 컸다. 원래는 사람들이 기르기 위해 들여온 흑염소가 울타리를 넘어 탈출하면서 섬의 여러 식물을 먹어 치웠지만 어느 정도 독성을 품은 봄 야생화는 먹지 않고 남겨놓았던 것이다.

풍도 야생화 트레킹은 마을 뒤편의 은행나무에서 산길로 접어들면서 시작한다. 이 은행나무의 나이는 무려 400살이다. 이괄의 난을 피해 풍도로 피난온 인조가 섬에 머문 기념으로 심은 것이라 전해진다. 마을사람들은 이 나무를 어수거목(御手巨木)이라고 부르며 풍도의 수호신으로 삼았다. 이어 후망산 야생화 군락지를 감상하고, 군부대를 지나 풍도대극 군락지와 바위가 아름다운 북배를 거쳐 해안을 따라 선착장으로 돌아오는 길이 좋다.

풍도대극은 붉은대극과 같은 속에 속하며 생김새도 똑같다. 차이점은 붉은대극의 총포(꽃대 끝에서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모양의 조각)에 털이 많다는 것이다.


◇풍도바람꽃·노루귀·복수초 등이 지천

노루기는 특유의 솜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루귀는 긴 털로 덮인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 붙은 이름이다. 새끼노루귀에 비해 잎에 무늬가 있거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꽃받침이 짧은 점이 다르다.
후망산에서 가장 먼저 만난 야생화는 복수초다. 풍도에서 가장 흔한 야생화다. 여기 복수초는 개복수초다. 보통 복수초는 내륙의 산지에서 자란다. 개복수초보다 작고 늦게 핀다. 개복수초는 꽃이 크고 색이 진한 것이 특징. 특히 꽃 아래 복슬복슬 자라난 진초록 잎과 가지가 노란 꽃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이곳 복수초는 아기곰처럼 귀엽다.

복수초 다음은 노루귀다. 분홍색 노루귀와 흰색 노루귀가 번갈아가며 나타난다. 특유의 솜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루귀는 긴 털로 덮인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 붙은 이름이다. 새끼노루귀에 비해 잎에 무늬가 있거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꽃받침이 짧은 점이 다르다. 하지만 구분이 명확한 것은 아니다.

철조망이 보이기 시작하면 풍도바람꽃을 볼 차례다. 철조망 안으로 들어서면 눈부시게 흰 바람꽃이 그득하다. 여리고 고운 바람꽃 일가로는 너도바람꽃, 나도바람꽃, 변산바람꽃, 풍도바람꽃 등이 있다. 학명은 아네모네(Anemone)다. 바람의 여신 아네모네에서 따온 이름이다. 예전에는 풍도바람꽃을 변산바람꽃으로 알았다. 식물학자인 오병윤 교수가 틀린 부분을 찾기 전까지다. 먼저 꽃이 변산바람꽃보다 크다. 결정적으로는 밀선(蜜腺·꿀샘) 크기에 차이가 있다. 변산바람꽃은 생존을 위한 진화로 꽃잎이 퇴화해 밀선이 2개로 갈라졌다. 반면 풍도바람꽃은 밀선이 변산바람꽃보다 넓은 깔때기 모양이다.

철조망 지대에서 나와 좀 더 오르면 널찍한 공터가 나온다. 공터 곳곳에 바람꽃과 복수초 군락지가 자리잡았다. 여기서 정상처럼 보이는 언덕에 올라 계속 산등성이를 타면 군부대를 만난다. 북배는 군부대 뒤쪽 산비탈로 내려서야 한다. 이 길에 풍도대극이 많다. 풍도대극은 붉은대극과 같은 속에 속하며 생김새도 똑같다. 차이점은 붉은대극의 총포(꽃대 끝에서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모양의 조각)에 털이 많다는 것. 외형상 차이는 미비하지만 과학자들은 동위효소분석에 따라 붉은대극과 분명히 구분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고 얘기한다. 그래서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풍도대극이 정식명칭으로 등록돼 있다.

제법 가파른 길을 타고 내려오면 북배에 닿는다. 북배는 풍도 서쪽 해안을 이루는, 알려지지 않은 비경으로 붉은 바위를 뜻하는 ‘붉바위’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북배의 붉은 바위는 그 색감이 오묘하며 푸른 바다와 어울려 절경을 이룬다.

풍도대극은 붉은대극과 같은 속에 속하며 생김새도 똑같다. 차이점은 붉은대극의 총포(꽃대 끝에서 꽃 밑동을 싸고 있는 비늘모양의 조각)에 털이 많다는 것이다.
풍도 산비탈 밭두렁에 핀 냉이꽃.
볕좋은 산비탈 곳곳에 핀 광대나물.


◇여행메모

△풍도야생화트레킹=선착장→풍도분교→풍도마을→은행나무→군부대→북배→풍도등대→선착장까지 5.1㎞ 코스. 2시간 30분쯤 걸린다. 꽃사진을 찍으려면 시간을 충분히 잡아야 한다. 3~4월 초에 볼 수 있는 꽃은 복수초·노루귀·풍도바람꽃·풍도대극이다.

△가는길=풍도행 정기여객선은 인천에서 출발하는 서해누리호가 1일 1회 왕복 운항한다. 인천항 여객터미널에서 오전 9시30분 출항해 대부도 방아어리항 여객선터미널(오전 10시 30분)을 거쳐 오후 12시(짝수일)나 12시 30분(홀수일)에 풍도에 입항한다. 요금은 성인 1만 3600원. 인천항에서는 2시간 30분, 대부도 방아머리항에서는 1시간 30분이 걸린다.

△잠잘곳=풍도랜드(032-831-0596), 풍도민박(032-831-7637), 풍도횟집민박(032-843-2628) 등이 있다. 숙박비는 2인 기준 5만원이다. 식사는 한끼에 7000원쯤으로 다양한 나물반찬이 잘 나온다. 풍도랜드에는 꽃게탕백반이 괜찮다. 1인 7000원.

당진 앞바다
망태기 멘 노파의 뒷모습
풍도 등대를 따라 걷기길이 이어져 있다.
경기도 안산 풍도의 ‘복수초’. ‘야생화의 천국’ 풍도에서 가장 흔한 야생화다. 여기 복수초는 개복수초다. 보통 복수초는 내륙의 산지에서 자란다. 개복수초보다 작고 늦게 핀다. 개복수초는 꽃이 크고 색이 진한 것이 특징. 특히 꽃 아래 복슬복슬 자라난 진초록 잎과 가지가 노란 꽃과 잘 어울린다
풍도 마을 벽화
풍도 앞바다
풍도 여행객
풍도 야생화 등산길에서 바라본 풍도 앞바다의 모습
풍도 야생화 등산길에서 바라본 풍도 앞바다의 모습


복수초
노루기는 특유의 솜털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노루귀는 긴 털로 덮인 잎이 노루의 귀를 닮았다 해 붙은 이름이다. 새끼노루귀에 비해 잎에 무늬가 있거나 꽃이 잎보다 먼저 피고 꽃받침이 짧은 점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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