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정차 규정 위반에 소음공해까지…불법 일삼는 선거 유세

유세 차량, 인도 점거·안전지대에 버젓이 세우기도
때와 장소 안 가리는 과도한 방송 '소음 공해'
전문가, "구태의연한 유세 방식 변모해야"
  • 등록 2017-04-27 오전 5:00:00

    수정 2017-04-27 오전 5:00:00

△‘장미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대선 후보 유세차량들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점령해 시민들의 출퇴근 길을 불편하게 하고 있다.
[이데일리 유현욱 권오석 김무연 기자] “아무리 선거철이라지만 해도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장미 대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26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3번 출구 앞. 회사원 박모(32)씨는 “선거운동원들이 지하철역 앞에 진을 치고 있는 탓에 가뜩이나 붐비는 출근길이 더 혼잡해졌다”며 역정을 냈다. 박씨는 “유세도 좋지만 기본적인 예의는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17일부터 시작한 공식 선거운동이 열흘 째를 맞은 이날 후보들 간 유세전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시민들의 ‘짜증지수’도 상승하고 있다. 막무가내로 인도를 점거하거나 불법 주·정차를 일삼는 유세 차량 탓에 통행에 불편을 겪는가하면 확성기에서 나오는 노래와 연설로 주택가조차 소음 공해에 시달리기 일쑤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관할 기관은 단속은커녕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5일 오후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바로 앞 인도 위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유세차량이 세워져 있다. (사진=김무연 기자)
◇주·정차 규정 위반은 기본…과도한 소음 ‘눈살’


지난 25일 오전 서울 중구 회현사거리 인근 ‘안전지대’에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유세차량이 버젓이 서 있었다. 도로를 횡단하는 보행자나 차량의 안전을 위해 설정해 둔 ‘안전지대’는 주·정차가 금지돼 있다.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모든 차량은 △교차로·횡단보도·건널목이나 보도와 차도가 구분된 도로의 보도 △ 교차로 가장자리나 도로의 모퉁이로부터 5m 이내인 곳 △건널목의 가장자리 또는 횡단보도로부터 10m 이내인 곳 등에 주·정차해서는 안 된다.

보행 신호를 기다리던 한 시민은 “대선 후보들이 작은 규정이나 법규부터 솔선수범해서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신뢰할 수 있지 않겠냐”며 혀를 찼다. 대학생 송모(29)씨는 “버스들이 무질서하게 주차해놓은 유세 차량을 피해 다니느라 곡예 운전을 할 정도”라고 어이없어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공직선거법이 아닌 도로교통법상 위반 사항인 만큼 관할 지방자치단체와 경찰이 단속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지자체는 물론 경찰마저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일선 경찰서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단속에야 나서겠지만 현실적으로 단속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관할 구청 관계자도 “원칙적으로는 차량이 인도를 점용한 것은 단속 대상이지만 대선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유세 차량이 확성기로 틀어놓는 귀청을 찌르는 로고송 등도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뒤늦게 중간고사를 치르는 일부 대학생들과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취업준비생들은 “쉴 새 없이 들려오는 소음 탓에 시험 준비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상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강모(48)씨는 “손님과 대화를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확성기 소리가 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선거운동원들이 지난 23일 서울 영등포구 KBS본관 앞에서 유세 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재 수단 마땅찮아…새로운 유세 방식 고민해야

유세 중 발생한 소음은 규제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선거운동을 위한 음악 방송, 오후 11시까지는 휴대용 확성기를 활용한 연설 등이 가능하다. 하지만 소리 크기에 대한 규정은 없어 정해진 시간만 어기지 않으면 되는 셈이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은 낮 시간 주거지 등 밖에서 최대 75데시벨(dB)을 초과할 경우 관할 경찰서장이 제지할 수 있지만 선거 유세는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 관계자는 “소음으로 인한 민원이 접수되더라도 해당 후보 측에 연락해 자제를 부탁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구태의연한 유세 방식을 시대에 맞게 바꿀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성엽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프라인 공간에서 유권자들을 모으는 유세 활동이 득표로 이어지는 효과가 반감된 것으로 보이지만 후보들은 여전히 대면 접촉에 따라 표심이 영향을 받는다고 믿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한 개인 맞춤형 선거 운동 방식을 고안한다면 비용도 줄이고 시민들의 불편도 덜할 것”이라고 말했다.

고성국 정치평론가는 “정치 문화가 아직도 ICT 발달 등 변화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TV토론을 활성화 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부족한 정보나 접촉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변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5일 오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 후보 유세차량이 서울 중구 회현 사거리 한 가운데 정차해 있다. (사진=권오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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