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오른 집값, 정책에 반영 안돼
정부는 집값 급등의 주범을 투기 수요로 지목하면서 다주택자와 고가주택을 8·2 대책의 주요 타깃으로 삼았다. 주택 수요 억제를 위해 대출 제한과 세금 부과 등 대책 적용 기준을 집값 6억원 초과로 정하고 규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주택 면적, 지역, 소득 수준에 관계없이 규제 대상을 주택 가격 ‘6억원’이라는 획일적 기준에 맞추다 보니 거래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애꿎은 실수요자까지 피해를 본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이번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6억원이 넘는 주택에 대해 금융 대출 기준 강화 등 강력한 규제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대출 제한과 세금 부과 등 규제를 적용받는 가격 기준이 어떤 근거로 6억원으로 정해졌는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주택 가격 6억원 기준은 10년 전인 2007년 당시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감독 규정을 통해 도입했다”며 “당시 6억원 이상을 고가주택이라고 본 기준이 지금까지 이어져 적용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민 대출 껴도 자기돈 3억원 있어야 집 살 수 있어
하지만 10년 전보다 집값이 많이 오른 주택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채 과거 기준을 부동산 정책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평균 중위가격(아파트 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한가운데에 위치하는 값)은 지난달 말 6억2888만원을 기록했다. 연소득 7000만원 이하의 서민 실수요자로 인정받더라도 담보인정비율(LTV)·총부채상환비율(DTI) 40%에 10%를 추가해도 자기 돈 3억원은 확보하고 있어야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서민·실수요자 주거 안정을 위한다며 내놓은 부동산 대책이 중산층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계획까지 차질을 빚게 한다면 문제”라며 “정부가 6억원이라는 확일적인 규제 기준을 내놓기 전에 서울 집값 수준을 제대로 파악해 봤는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