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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품을 만든 제조업체에 일차적 책임이 있지만, 일각에선 식약처의 관리감독 부실, 불합리한 납품구조, 낮은 건강보험 수가 등도 불량 수액세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에 이물질이 발견된 수액세트는 국내 한 중소기업이 필리핀에서 위탁생산해 들여온 제품이다. 수액세트는 58개 제조·수입업체가 총 121종류의 제품을 국내에 유통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듯 수액세트 경쟁은 치열한 반면, 병원에서는 최저가 입찰을 시행하기 때문에 국내에서 생한할 경우 단가를 맞추기 어렵게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액세트 소비자가격은 350~450원 정도지만, 병원에 납품할 경우 최저가 입찰제로 통상 230~240원에 공급된다. 업체가 남길 수 있는 이익은 개당 1~2원 수준이다. 심지어 1원 이하 ‘전’ 단위가 이익이 될 경우도 있다.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소모품은 그 자체에 대해 건강보험을 적용하지 않고 행위료에 포함해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다”며 “행위료는 의사의 업무량, 의료인력·소모품·장비·위험도 등의 상대가치를 고려해 계산된다”고 설명했다. 환자 한 명에 대한 비용만 정해져 있을 뿐 환자의 상태는 고려 대상이 아니어서 환자 한 명을 위해 몇 개를 쓰는지는 병원이 알아서 해야하는 것이다.
한 대형병원 전직 간호사는 “혈관 상태가 나쁜 환자의 경우 수액을 맞을 혈관을 못 잡으면 바늘을 대여섯개를 쓰거나 알코올솜을 한 통을 다 쓰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이런 일이 생겨도 환자에게 비용을 더 청구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의료용 소모품을 아껴쓰거나 재활용할 수도 없다. 그 자체가 감염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간호사는 “대형병원은 감염관리 때문에 소모품 아끼라고는 말을 안 하지만 중소규모 병원들은 직원들에게 될 수 있으면 아껴쓰라고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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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의 경우 생산 공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개별 밀봉된 채로 병원에 들어오고 쓰기 직전에 포장지를 뜯기 때문에 유통과 사용 단계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GMP는 업체에서 준수하고 이를 잘 지켰는지 서류로 남겨야 한다”며 “식약처가 매일 검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잘 지켰는지 서류검토를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식약처는 수액세트 제조·공급업체에 대한 특별점검을 당초 예정인 10월에서 최대한 앞당겨 빠른 시일 내에 완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