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쉬해도…스텔스통장, 소리 소문 없이 28만개(종합)

인터넷·모바일 조회 안되는 통장
4년 새 25%↑ 우리은행 최다
금융사기 방지 위해 개발됐지만
남편의 비상금통장으로 입소문
실제 사용자의 46%는 여성
  • 등록 2017-08-17 오전 6:00:00

    수정 2017-08-17 오후 12:28:09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결혼 2년차 회사원 김모(31)씨는 최근 ‘비밀통장’ 하나를 만들었다. 결혼하면서 경제권을 아내에게 넘긴 이후 용돈을 받아쓰는데 자신만의 ‘비상금’을 관리할 필요가 생겨서다. 하지만 공인인증서와 비밀번호까지 아내와 공유하면서 아내의 감시망을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회사 동료로부터 통장의 존재 자체를 숨길 수 있는 ‘스텔스 통장’을 소개 받았다. 그는 “회사 상여금 일부를 조금씩 떼어 통장에 적립하고 있다”며 “필요할때 비상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우자 몰래 비상금을 관리할 수 있는 일명 ‘스텔스 통장’이 은행권에 28만개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4년반 새 25% 가량 늘어난 규모다. 남성만 사용할 것 같지만 이용자 중 여성 비율도 46%로 거의 절반에 육박했다. 배우자간이라도 자신의 사생활을 유지하고 싶어하는 사회적 현상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은행, 2만개 줄었어도 은행 중 가장 많아

금융감독원이 16일 국회 정무위원회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전자금융거래제한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전체 16개 은행(인터넷전문은행과 수신 기능이 없는 수출입은행 제외) 의 스텔스 통장은 올해 6월말 현재 28만2030개로 집계됐다. 지난 2012년말과 비교하면 4년6개월만에 대략 25%가량 늘어난 수준이다. 1계좌당 100만원씩만 들어 있다고 가정해도 대략 2800억원이 넘는 돈이 비밀통장에 보관돼 있는 셈이다.

전체 은행 중 우리은행이 6만5413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국민(5만2904개) △신한(5만59개) △하나(3만9354개) 순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다른 은행과 달리 유독 우리은행만이 2012년말과 비교해 스텔스통장이 21%(8만2529개→6만5413개)가 감소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의 스텔스 통장은 다른 은행과 달리 사실상 계좌를 만든 해당 은행 지점에서만 거래가 되는 등 이용에 다소 불편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계좌를 튼 계좌관리점에서만 거래를 할 수 있다”며 “다른 곳에서는 해당 영업점장의 승인을 받고 서면 통지를 해야 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고 말했다.

스텔스 통장은 ‘남편의 비상금 통장’으로 인식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 중 절반 가까이는 여성들로 나타났다. 전체 28만개 넘는 스텔스 통장 중 남성 계좌가 54%(15만3629개) 여성 계좌가 46%(12만8401개)였다.

펀드·신탁 계좌도 ‘스텔스 통장’ 기능

스텔스 통장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조회가 되지 않는 통장을 말한다. 별도의 금융상품을 담은 통장이 아니라 일반 계좌중 조회가 되지 않도록 기능을 첨가한 통장이다. 조회나 거래는 본인이 해당 은행의 지점을 방문해야만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나만의 스위스계좌’, ‘시크릿통장’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초 스텔스 통장은 2007년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등 금융사기를 방지하기 위해 개발됐다. 하지만 비상금 관리용 통장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비자금 통장으로 용도가 변경됐다. 이 때문에 배우자의 매의 눈을 피할 수 있어 적의 레이더에 잡히지 않는 최첨단 전투기 스텔스라는 애칭도 붙었다. 편리한 인터넷 조회 등 스마트한 서비스가 되지 않아 ‘멍텅구리 통장’이란 별칭도 있다.

스텔스 통장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은행에서 일반 계좌를 만들때 ‘인터넷으로 조회가 되지 않게 해달라’고 요구만 하면 된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전자금융거래제한계좌(국민은행), 보안계좌(신한은행), 씨크릿뱅킹(우리은행), 세이프어카운트(KEB하나은행)등으로 불리는 서비스를 적용해 달라고 하면 된다. 은행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대개 요구불예금뿐만 아니라 예적금, 펀드, 신탁, 외화예금 등 거의 모든 계좌를 스텔스 통장으로 만들 수 있다. 해당 통장에는 체크 및 신용카드를 물려 쓸 수 있고 ATM 이용으로 현금 인출도 가능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안 사고를 우려하는 이용자가 느는 측면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환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혼술, 혼밥처럼 자기들만의 프라이버시를 영위하고 자신의 금융정보가 드러나는 것을 꺼리는 이들이 늘어는 것과 무관치 않은 현상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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