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 주관 시중은행 준법감시인 월례 간담회가 오는 24일 오찬간담회 형식으로 은행연합회에서 열린다. 시중은행의 한 준법감시인은 “금융정보분석원에서 미국 금융당국이 한국 등 아시아계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 수준을 높이고 있으니 현지 요구 사항을 준수할 것을 환기시키는 차원에서 열리는 회의”라고 말했다. 은행연합회에 회원으로 등록한 시중은행 및 외국계·지방·특수은행 등 금융사 22곳 소속 준법감시인이 모두 참석한다.
회의에서는 최근 농협은행 뉴욕 지점 과태료 사태가 중점적으로 다뤄질 전망이다. 또 다른 준법감시인은 “특정은행의 현안을 계속해서 다루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아마 최근 농협은행 뉴욕지점 관련 사안이 언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은행권에 따르면, 뉴욕 금융당국이 농협은행 현지 지점 과태료 사유로 든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현지 영업점에 대한 본국의 관리·감독 허술 △현지 금융거래 감시 체계 미비 △준법감시인 규모 및 역량 미달 등이다.
농협은행 사정에 밝은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 영업지점 관리를 위해 부행장급 인사가 뉴욕 출장을 예닐곱 차례 떠났다고 한다”며 “감시 체계를 구축하고 현지 준법감시 인력을 증원 및 강화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농협은행의 조치는 사후약방문 성격이라서 과태료를 아예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회의는 이러한 농협은행의 대응 방안을 공유하고, 시중은행 해외 영업점 실태를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컴플라이언스 투자 비용이 과태료 비용을 밑돈다”는 점에서 공감대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금융당국의 제재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은행 전반을 겨누고 있다는 점에서 감독당국과 은행권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뉴욕에 지점을 둔 한 시중은행의 임원은 “뉴욕 금융당국 요구 수준이 엄격해질 것으로 보여 최근 현지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자체 점검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번 농협은행 사태를 기점으로 시중은행의 해외 영업 방식에 일대 변화가 일 가능성도 거론된다. 특히 자금세탁방지법과 관련해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선진시장에서는 당분간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전략 전반을 재검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번 농협은행 뉴욕지점 사례는 현지 내부 통제 기준을 충족하지 않고 덩치만 불리다가는 그동안 벌어들인 수익을 날릴 수도 있다는 교훈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 시중은행은 내년 신규 해외 진출 계획을 잡지 않고, 이미 진출한 국가를 중심으로 영업망을 확장하는 전략으로 가닥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