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고속도로 토지보상금 1조 4000억…길따라 돈 풀린다

수혜 기대감에 주변 부동산 ‘꿈틀’
‘봉담~송산’ ‘이천~오산’ ‘당진~천안’
24개 노선… 올해 대비 보상액 57%↑
‘서울~문산’ 3천억 추가 보상 소식에
상지석동 논밭, 몇 달새 빌라촌 둔갑
‘서울~세종’ 완공되면 이동시간 단축
하남 땅값 1년새 3.3㎡당 50만원 ↑
  • 등록 2016-12-21 오전 5:00:00

    수정 2016-12-21 오후 5:11:01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고속도로가 새로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주변 땅을 사려는 투자자가 꽤 많았죠. 땅값도 무척 올랐어요. 물류창고 하나 갖고 있던 사람들까지 정부에서 받은 토지보상금을 인근 땅 매입에 쏟아부었으니 주변 땅값이 뛰지 않는 게 이상한 일이죠.”

오는 2020년 개통을 앞두고 보상이 한창인 서울~문산고속도로 인근 지역인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T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 현지 부동산시장 분위기를 물어보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서울~문산 고속도로는 고양시 강매동과 파주 문산읍 내포리 35.2㎞를 잇는 4~6차 도로로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다. 토지보상비가 1조 1000억원인데 지금까지 총 6112억원의 보상금이 풀렸다. 도로 편입 대상 토지를 가지고 있었던 기존 지주들은 이른바 ‘대박’을 맛봤고, 토지보상금으로 주변 토지에 매입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T공인 관계자는 “서울~문산고속도로 설문나들목(IC)과 가까워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상지석동 일대는 당초 논밭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신축 빌라가 우후죽순 들어서 있다”며 “이 빌라 소유주의 대부분은 도로 편입 지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건설로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면 인근 부동산시장이 적잖은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특히 내년은 전국 고속도로 개발을 위해 배정된 토지보상금이 올해와 비교해 약 57% 늘어날 예정이어서 예년보다 부동산시장에 미칠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대비 57% 증가¨서울~세종 고속도로 첫 토지보상

20일 부동산개발정보업체 지존에 따르면 내년 고속도로 편입에 따른 토지 보상이 이뤄지는 노선은 24곳으로 총 보상금 규모가 1조 4402억원에 이른다. 국가 재정사업으로 추진되는 14개 노선에서 6693억원의 토지 보상이 이뤄진다. 민자사업으로 추진되는 10개 노선에서도 7709억원의 토지보상금이 책정됐다. 이는 올해 27곳 노선에서 모두 9173억원의 토지보상비가 풀린 것과 비교하면 약 57% 늘어난 수치다. 토지보상금이 대규모로 풀리면 자금이 토지 보상이 이뤄졌던 지역 인근에 재투자되는 경우가 많아 땅값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내년에 가장 많은 토지 보상이 예정된 노선은 서울~문산고속도로로 모두 3016억원이 투입된다. 이 노선은 올해에만 전국 고속도로 편입 토지보상금의 54%에 해당하는 4987억원이 풀렸다. 서울~문산 고속도로는 ‘서울~문산~개성~평양’ 고속도로의 한 축으로 남북경협과 통일에 대비한다는 의미가 있을 뿐 아니라 서울~광명고속도로와 광명~수원고속도로와 연결돼 경기 서북부 교통여건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어 국가 재정사업으로 건설되는 당진~천안고속도로에서도 모두 2200억원의 토지보상이 이뤄진다. 우선사업 구간인 천안~아산 구간에 전액 투입될 예정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당진~아산 구간은 아직 구체적인 토지보상 계획이 세워지지 않은 상태다. 당진~천안고속도로는 포항에 이어 당진을 제2의 철강도시로 도약시킨다는 계획 아래 기존 서해안고속도로 수요를 분산시킨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봉담~송산고속도로에 1350억원, 이천~오산고속도로에 1300억원, 함양~울산고속도로에 1030억원의 토지보상비도 책정돼 있어 빠른 속도로 사업이 추진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의 경우 내년에 처음으로 1000억원의 토지보상비가 투입된다. 서울~광주 구간부터 토지보상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서울~세종고속도로는 총 사업비가 6조 7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국책사업이다. 이 도로는 구리~서울 강동~하남~광주~용인~안성~천안~세종을 지나가는데 공사가 완료되면 서울에서부터 세종까지 이동시간이 최소 34분, 최대 89분 단축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하남시 등 인근 지역 부동산시장을 중심으로 투자 바람이 휘몰아치기도 했다. 하남시 망월동 한 공인중개사는 “도로 건설에 따른 땅값 상승 기대감에 외지인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서울~세종고속도로터미널이 들어설 하남시 창우동 일대 땅값이 지난 1년 새 3.3㎡당 50~100만원 가량 올랐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포천~화도고속도로와 평택~부여~익산을 연결하는 서부내륙 고속도로에 각각 983억원과 800억원의 토지보상이 처음으로 이뤄진다.

“투자 전 개발 토지 특성 꼼꼼히 따져야”

내년에 도로 편입에 따른 토지보상금 규모가 만만찮아 부동산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신태수 지존 대표는 “올해 수천억대의 토지보상금이 풀린 곳은 서울~문산 고속도로밖에 없었는데 내년에는 당진~천안 고속도로 등 여러 노선에서 대규모 토지보상금이 풀리는 만큼 영향력이 클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이번 보상대상 노선에는 서해안벨트, 경부선을 대체하는 노선이 껴있는 만큼 단순한 토지보상금 뿐만 아니라 부동산시장에 주는 의미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도 “토지 보상을 받은 땅주인들은 안전 자산인 부동산을 다시 사들이는 경향이 강하다”며 “최근 정부의 잇단 부동산 규제로 수익성이 떨어진 서울·수도권 주택시장보다는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토지나 신설 도로 주변 부동산에 자금이 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속도로를 지나는 모든 땅이 ‘금값’이 되지는 않는 만큼 투자에 앞서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히 고속도로가 들어선다는 소식만 믿고 무턱대고 땅부터 샀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고속도로 편입 토지는 가격이 상승하지만 고속도로로 필지가 쪼개지면 향후 개발이 어려운 ‘짜투리 땅’으로 남거나 IC를 제외한 도로 옆 토지는 오히려 접근성이 떨어져 토지 가치가 하락할 수 있다”며 “개별 토지 특성에 따라 고속도로 개통이 호재가 될 수도, 악재가 될 수도 있는 만큼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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