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상당수 공무원들은 올 여름 휴가 계획을 아직 잡지 못했거나 일정을 뒤로 미뤘다.
기재부는 평소에도 업무가 많아 여름휴가를 가면서 눈치를 보는 부처로 꼽힌다. 올해는 특히 그렇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 가계부채 종합대책, 내년도 세법개정안 등을 줄줄이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기재부의 한 과장급 공무원은 “지금은 정책 현안이 많아서 휴가를 쓸 겨를이 없다”며 “8월 중순 쯤에 휴가를 낼 생각인데, 그 때는 아이들 학원 방학이 끝났기 때문에 가족과 같이 휴가를 보내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휴가 생각을 아예 접은 공무원들도 있다. 기재부 세제실 관계자는 “증세 논란이 갑자기 불거지면서 정신없이 바쁘다”며 “당분간 분위기를 좀 봐야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사무관은 “가뭄에 이어 폭우로 인해 업무가 많아져 휴가 날짜를 잡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역시 휴가를 갈 분위기가 아니다. 탈원전 정책,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현안이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이다. 특히 백운규 장관이 이날 취임함에 따라 당분간 업무가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인사 요인도 있다. 산업부 사무관은 “앞으로 인사가 줄줄이 있을텐데, 이 와중에 휴가를 가려면 눈치를 안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국회는 추경 통과 이후 할일을 다 했다고 할지 모르겠지만, 정부 부처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며 “대통령은 장관 이하 공무원들 휴가를 권장했다고 하지만 어느 나라 공무원 얘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